현민은 저녁설거지를 옆에서 도와주었다. 영미는 현민이 설거지를 하는동안 후식으로
먹을 과일을 준비했다. 현민이 설거지를 끝내고 거실로 나가 철민과 TV 를 보고 있는
앞에 과일을 놔두고 영미는 슬며시 자신의 방으로 들어왔다.
영미는 오늘은 꼭 남편에게 아이문제를 얘기하려고 자신에게 다짐을 하였다.
영미는 거실로 나가 쇼파에서 두형제가 TV를 보는 모습을 바라보다
"저~ 철민씨, 잠깐만 저 좀 봐요."
영미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남편을 불렀다.
"어~ 왜?" 남편의 TV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건성으로 대답을 한다.
현민은 영미를 쳐다보다 형을 바라보며
"형, 형수님이 할 얘기가 있는것 같은데..."
"응, 조금있다하면 안돼"
"형, 그러지말고 들어가봐요."
철민은 현민의 재촉에 어쩔수없이 일어나서 방으로 들어갔다.
"왜, 무슨일 있어. 현민이가 눈치보잖아."
약간 신경질적으로 얘기를 하는 남편을 바라보며 영미는 깊게 쉼호흡을 했다.
"도련님 얘기가 아니에요."
"그럼" 그제야 남편은 무슨일이 있는게 아닌가 싶어 영미를 쳐다보았다.
"저~ 다름이 아니라, 저~ 엄마가 되고 싶어요."
철민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영미를 쳐다보며 웃음이 나오려는걸 손으로 입을 막았다.
"당신 그게 무슨말이야. 엄마가 되고 싶다니"
"말 그대로에요."
"그러면, 엄마가 되면 되잖아."
"저혼자 엄마가 될수가 없잖아요. 하늘을 봐야 별을 따죠"
그제야 약간 심각해진 남편은 얼굴이 굳어졌다.
"그게 그런거내. 미안. 내가 요즘 많이 피곤해서..."
"제가 알아봤는데 배란일을 알면 그때 부부관계를 하면 100%로 임신이 된다고 하니깐
제가 당분간 산부인과 다니면서 배란일을 알아볼께요."
"그럼 내가 할수 있는일은..."
"당신은 배란일이라고 제가 얘기하면 그날 일찍 들어오셔서 저랑..."
영미는 말끝을 흐리며 남편의 눈치를 보았다.
철민은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고 밖으로 나갔다.
거실에는 TV소리만 나고 현민은 보이질 않았다.
철민은 현민의 방을 노크하면 문을 열었다.
"현민아, 우리 술한잔 할래."
"어~, 그러지 내가 안주하고 준비할께"
"아니야, 우리 밖으로 나가자"
철민은 먼저 밖으로 나가고 현민은 그냥 나가기가 뭐해서 영미의 방을 향해 큰소리로
"형수님, 저 형이랑 밖에 잠깐 나갔다 올게요."
영미는 거실로 나와 "어디가시는데요."
"예, 형이 술한잔 생각나는것 같아요. 많이 안마시고 올게요."
현민을 서들러 밖으로 나갔다.
영미는 쇼파에 앉아 내가 너무 서두른게 아닌가 싶었지만 어차피 한번을 거쳐야 할일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만 믿고 있다가는 평생 자신은 엄마가 될수 없을것 같았다.
시어머니도 은근히 손주를 기다리는것 같고, 형민이와 관계를 부드럽게 하려면 자신이
엄마가 되어야 할것 같았다.
현민은 아무말없이 술을 마시는 형을 바라보면 영미와 무슨일이 있는것 같았다.
"형, 천천히 좀 마셔"
"그래, 너도 한잔 받아라" 철민은 현민의 잔에 술을 따랐다.
"형, 형수님하고 무슨일 있어, 혹시 나때문에 그래."
현민은 일부로 자신의 일을 끄집에 냈다.
"아니야" 철민은 정색을 하고 "니, 형수 그런 사람 아니다"
"알지, 나도. 그러면 무슨 일이야?"
"니 형이 바보라서..."
"형, 무슨 말이 그래"
철민은 현민을 바라보며 "니가 부럽다"
현민은 웬지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