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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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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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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랑- 10


BY 선물 2003-10-19

<도준 - 4>

`도준씨, 감사 드려요. 신세진 것 꼭 갚아 드릴게요. 너무 피곤해 보여 깨우지 않고 그냥 갑니다. 기다리기엔 제 출근이 너무 바쁘거든요.'
도준은 아침에 보았던 아련의 쪽지를 떠 올리며 빙그레 웃었다. 그러면서도 편치 않은 마음을 느껴야 했다. 아직 성하지 않은 몸으로 출근했을 아련에 대한 걱정이 내내 도준을 불안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퇴근 시간에 맞춰 아련의 회사 앞으로 가서 그녀를 만나려던 생각을 했던 도준은 마음을 바꿔 아련의 집으로 차를 몰았다. 회사 앞에서는 선주와 마주칠 염려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도준은 처음 우석과 아련 사이의 갈등을 알게 되었을 때만 해도 정말 안타까운 마음이 되어 두 사람의 관계에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와는 전혀 다른 마음으로 들떠 있는 자신을 느끼게 된다. 그런 자신의 욕심이 과연 온당한 것인 지에 대한 갈등은 있었으나 모든 것을 오로지 아련의 행복에만 초점을 맞추어 생각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런 생각은 도준을 한결 편하게 해 주었다.

그리고 비록 아련의 마음이 자신을 향해 주지 않는다 해도 그것은 얼마든지 감내하리라 생각했다. 다만 우석에게 아련을 보내는 일만은 막아 주고 싶었다. 단 한 번도 아픔다운 아픔을 겪어 보지 못 했을 우석이 아련이 가지고 있는 아픔에 대해 제 아픔처럼 보듬어 주고 감싸 주기에는 두 사람 간의 지나간 삶의 괴리가 너무나도 컸던 것이다. 이번에도 아련의 고통을 도준이 귀띔해 주었건만 우석은 단 한 번도 아련을 살펴 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다. 피상적인 사랑 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것들이 두 사람 사이에 그만큼 많았던 것이다. 그런 확신은 도준이 아련에게 다가가려는 마음을 떳떳하게 만들어 주었다.

<아련 - 5>

도준이 생각보다 늦자 아련은 점점 지쳐 갔다. 그리고 결국은 도준의 오피스텔 문 앞에서 웅크린 모습으로 앉고 말았다. 아련이 가까스로 몸을 일으킨 것은 저만 치서 걸어 오는 도준을 발견했을 때였다. 도준도 아련을 보자 황급히 달려 오기 시작했다.
"여기서 왜 이러고 있어요? 이러면 몸에 계속 무리가 간다구요."
도준은 아련을 안듯이 안으로 데리고 들어 갔다.
"지금 아련씨가 걱정 돼서 아련씨 집 앞에서 기다리다 온  거예요. 여기 있을 줄은 정말 몰랐거든요."
"그러셨군요. 전 단지 지난 밤의 신세를 꼭 갚고 싶은 마음에 저녁이라도 대접해 드리고 싶어서..."
말 끝을 흐리는 아련의 목소리엔 기운이 하나도 없다.
"안 되지요. 겨우 저녁으로 신세 갚을려구요? 어림 없답니다. 아련씨."
도준은 잠시 짖 궂은 표정이 되었다. 하지만 창백한 얼굴의 아련을 보고서는 금세 정색이 되고 만다.
"이런, 얼른 좀 누우세요. 참, 약도 여기다 두고 갔던데...병원에서는 며칠 푹 쉬는 것이 좋다고 했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무리를 했으니..."
아련은 허둥거리는 도준을 보며 상그레 웃고 만다.
"도준씨, 그나 저나 저 배고픈데..."
"아 참! 정말 시장하겠네요.그러고 보니 나도 배가 고프네. 근데 어쩌죠? 마땅히 대접할 것도 없고 또 나가서 먹기도 그렇고..."
"오늘은 그냥 짜장면이나 시켜 먹어요. 다음엔 제가 정말로 맛있는 것 사 드릴게요."
"안 돼요. 지금 아련씨는 영양섭취를 잘 해야 한다구요. 아, 여기 일 층에 설렁탕 잘 하는 집이 있는데 오늘은 그냥 그거라도 먹을까요?"
"좋아요. 아무 거라도 먹고 싶어요. 정말 배가 고프네요."
"오케이, 그럼 시킵니다. 사실 이 집 깍두기 맛도 기가 찹니다."
아련은 도준의 말에 또 다시 웃음짓는다. 그리고 마음이 편안해 짐을 느꼈다.

설렁탕이 도착되자 아련은 선주가 싸 준 반찬이 생각 났다.
"참, 이거 선주가 싸 준건데 같이 먹어요."
엉겁결에 꺼낸 선주라는 말에 잠시 두 사람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러나 아련이 먼저 그 어색함을 풀었다.
"아, 설렁탕엔 깍두기만 있음 제 격이지...."
그리고 도로 반찬 통을 집어 넣었다.
배가 고프다고 응석부리듯 말했던 아련은 막상 밥 한 공기를 제대로 못 비우고 수저를 놓았다. 도준이 더 먹기를 권했으나 원래 양 만큼은 먹었다며 웃기만 했다.
"그럼 제가 아련씨 것 까지 다 먹습니다."
"아뇨, 제가 먹던 건데 그러지 마세요."
그러나 도준은 아련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자신의 국그릇에 아련이 남긴 국물을 붓고 밥까지 말아 버렸다. 민망해진 아련은 잠시 얼굴이 붉어졌지만 그런 도준의 모습이 싫지를 않았다.

식사를 마친 도준은 잠시 식탁을 정리하다가 아련이 먹을 약과 물을 가지고 와서 직접 먹여 주는 것이었다. 가뜩이나 외롭고 고단한 아련은 도준의 친절에 목이 메인다. 어제도 도준이 선주를 보러 왔다가 우연히 자신을 발견하고 도와 준 것으로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아련을 염려해서 밤길을 재촉해 왔던 것이다. 그 고마움이 이렇게도 절절하게 가슴에 스며들 줄은 자신도 몰랐다.
"도준씨, 저 이만 가 볼게요. 신세 갚으러 왔다고 해 놓고서는 결국은 또 신세만 지고 가네요." 자꾸만 약해지는 마음에 눈시울이 붉어지는 아련은 그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고 서둘러 일어섰다. 하지만 이미 도준은 아련의 맑은 두 눈에 맺힌 이슬같은 눈물을 보고 말았다. 그리고 돌아서려는 아련의 어깨를 돌려 세운 뒤 자신의 품으로 끌어 당겼다. 그리고 너무나도 소중한 것을 감싸 안듯이 그렇게 조심 조심 아련을 안았다. 아련은 우석이 아닌 도준의 품에서 꿈 속에서 자신을 감싸 주던 그 따스한 존재를 느끼며 그렇게 오래도록 한참을 안긴 채 서 있었다. 그리고 껴 안은 두 사람의 손에는 점점 힘이 들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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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10회까지 썼습니다.
혹시라도 처음부터 지금까지 제 글을 계속 읽어 주신 분들이 계시다면 참 감사 드립니다.
엉성하고 짜임새 없는 글이란 것을 인정합니다. 그런데도 읽어 주시니 너무 고마운 마음이 드는군요.
모쪼록 처음 쓰는 소설이니 이해해 주시고...저는 계속 열심히 써 보겠습니다.


선물 이윤주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