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어색한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시간은 각자의 가슴속에 어떤 것을 질문하고 있을지는 누구도
말하려 하지 않았다.
단지 그 불편한 심정을 사촌 동서들은 흩어진 그릇을 주워 담으며 추스리고
고모 두사람은 벽을 보고 앉아서 한숨을 들이쉬고 내쉼으로 풀고 있었다.
이때 이 어색한 침묵에 종지부를 찍은 사람은 효원네 아주버님 이셨다.
" 제수씨! 제수씨, 지금 부터 제 얘기 잘 들으세요,"
그녀는 말소리가 나는 쪽으로 돌아앉고 있었다.
"우영아! 너는 이제편안히 들어가서 잠 자라. 삼촌들이 있으니
걱정 하지 말고,.. 그리고 피아노는 이 큰 아빠가 다시 사줄께,....."
그녀는 우영이를 일으켜서 방안으로 들여보내고 다시 그자리에 와서 앉았다.
"자기가 뭔데 그런 소리를 해요, 공연히 끼어 들었다가 시끄러워 졌잖아."
"안 오느니만 못하게 된것 같아서 기분이 정말 그러네...."
효원네 형님은 아주 못 마땅한듯이 투덜거렸다.
"당신은 제수씨들 데리고 먼저가.~~~~"
효원네 아주버님은 효원엄마에게 먼저 가라고 하고 고모들을 불렀다.
"누나들은 어떻게 된 사람들이야?"
"아니 일이 이지경이 되도록 누나 들은 뭘 한거냐구?"
"형님, 이제 그만 하시구 그만 일어 나세요."
사촌 시동생들도 아주버님에게 일어 나시도록 종용 하고 있었다.
그녀는 순간 적으로 이제 이들과는 더 이상 할 얘기도 들을수 있는 얘기도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는것을 느낄수가 있었다.
" 그래요 밤 시간도 너무 늦었는데 공연히 장사만 못 하시구....
죄송 해요, 우리 때문에 자꾸 신경쓰시게 해서...."
"아니예요. 제수씨! 우리가 면목이 없습니다. 제수씨가 우리를 용서
해 주세요. 지금은 홍석이가 저래도 애들이 크면 후회할껍니다."
"제수씨! 우리 맘 알죠? 큰 형이 하늘에서 보면 얼마나 맘이 아프실까?"
그리고 효원네 아빠는 엉엉 소리를 내어 통곡을 했다.
고모 둘다 같이 울기 시작 했다.
그녀는 그들의 눈물을 뒤로 하고 밖으로 나왔다.
"나는 누구인가? 이 세상에 무엇때문에 왔는지?.......또한 할일이 뭔지?"
그녀는 아무것도 해답을 얻을수가 없었다.
단지 지금의 이고통이 그저 끝나기를 바랄뿐 더 이상의 다른생각을 하는건
지금의 그녀에겐 사치였다.
그 녀는 그저 그렇게 계속 걷고 있었다.
귓가에 스치는 저녁 밤 바람이 너무 친근 하게 느껴졌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그녀는 문득 아이들이 걱정이 되기 시작하였다.
그녀는 오던길을 돌아서서 내 달리기 시작 하였다.
"그래.내가 5분만 눈을 딴데로 돌리면 내새끼들이 50분을 방황할텐데...."
그녀는 어느새 집에 당도 하였다.
여전히 거실에 불은 켜져 있었다.
"아니 어디 갔다 오니? 너까지 그러면 애들은 어쩌라구!..."
"그냥 둘다다 애들이 귀찮으면 포기들해."
작은 고모는 그녀에게 일침을 가했다.
그녀는 아무런 대꾸도 없이 아이들이 자는 방문을 열어보았다.
아이들은 정말 버려진 아이들 처럼 아주 초라한 모습을 하고 새근새근
자고 있었다. 저렇게 불쌍한 모습의 아이들이 내새끼들 이라니...
그녀는 이제 모두들 돌아가시라고 했다.
사촌들은 자리를 털고 일어서고 고모 둘은 오늘 여기서 자고 갈꺼라면서
먼저들 가라고 배웅을 하고 들어왔다.
그녀는 거실에 이부자리를 깔았다.
오늘 밤이 이들과 가족 이라는 이름으로 자는것이 마지막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거부감없이 같이 자고 싶었다.
잠자리 에 든 큰 고모는 이내 잠이 들고 작은 고모는 뒤척이는듯 했다.
"우영아! 자니?"
고모는 어지간히 잠을 이룰수가 없는 모양이었다.
"아니요, 웬지 잠이 안 오네요."
"내가 이런 얘기하는게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는데, 진영 아빠 죽었을때
나는 세상이 끝난줄 알았었어. 근데 사람 목숨 질기더라. 나봐,~~~"
"그때는 진우가 3살이지 진숙이가 5살이지 진영이가 7살 이었잖니!
이젠 어떻게 사나? 하고 눈앞이 캄캄했는데 지금도 이렇게 살고 있잖니!"
벌써 그때의 고통은 다 잊어버렸어. 그게 사람인거야..........."
고모는 이제 모든것을 돌이킬수 없다는것을 깨닫고 있었다.
그녀는 고모의 얘기를 들으면서 머릿속 에서는 여기서 살지 아님 이사를
해야 할지 그것을 걱정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