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에게는 이제 남편과의 인연을 증명할시간이 단 이틀 밖에는 남아 있지 않았다.
어머니는 그녀에게 둘째가 무슨 해결사 라도 된듯이 기다려 보라고 자꾸 얘기 하고
그러는 어머니를 말릴수 없는 그녀의 심정은 금방이라도 소나기를 들어붓기전
의 어두운 하늘과 다름 없는 심정 이었다.
"엄마! 그냥 모른척 하고 돌아 가세요. 저 괜찮아요.애들이 있는데 뭐가 걱정이예요."
어머니는 참을수 없다는듯이 소리를 지르셨다.
"니가 걱정이 아니라 너땜에 애들이 걱정이라서 그러는게다. 에미가 어린것들에게
걱정을 끼치니 아주 잘 하고 사는구나! 뭘 잘 했다고 여러소리를 하는게야?"
어머니는 앙칼지게 그녀를 책망 하고 계셨다.
"그게 아니구요 엄마! 헤어진다고 다 못사는건 아니잖아요. 그리구여 저 기술도
배웠다니까요. 같이 살면서 애들을 불안 하게 하는것 보다는 헤어지드래도 애들을
맘편히 살게 하는게 부모 아닌가 해요...."
"아이구 너 터진 입 이라고 말 한번 잘 한다.
네가 그렇게 애들을 키우는걸 만만히 생각하나본데 실제로 그렇게 되어보면
엄마가 너한테 이렇게 종주먹을 댄걸 알게 될꺼야! "
어머니는 인생의 선배로서 딸에게 꿈과 현실의 차이를 설명해 주고 계셨다.
"그래두 엄마! 저는 더이상 이렇게 사는건 죽는것만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지도 모르지....... 그러나 사람이 참을 인자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는 말이 있다.
사람이 참을 때는 창자가 끊어지도록 참아야 참았다는 소리를 할수 있는 게다."
어머니는 그녀에게 어머니로서 칠거지악을 가르치고 계셨다.
마침내 그녀는 그동안 참았던 가슴의 설움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쏟아놓고 말았다.
너무나 오랜동안을 가슴에 맺혀있던 설움인지라 목이 막히는 아주 기막힌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이윽고 ~~~ 둘째가 왔다.
"안녕 하슈? 나야 나. 그 이름도 유명한 고 걸짝이가 왔어."
둘째는 정말 걸작 이었다.
언제나 분위기를 띄우는 데는 특별한 재간이 있었다.
둘째는 그 옛날 스믈하고 네살에 맞선을 보고 한달도 안되서 결혼식을 마친 초특급
부부였다. 그리고 지금 칠년이 지난뒤에는 갈수록 금슬 죽이는 닭살커플이다.
"언니? 아니 쉬고 싶으면 그냥 쉬지, 왜 제목을 달고 쉬고 그러냐? 사람 놀래게...."
동생은 아마도 어머니의 전화를 받고 너무나 많이 놀라서 온 모양이었다.
"응 ~~ 좀 그래 , 근데 뭐 하러 왔니? 창 완 이 는 학교 갔니?"
"언니가 지금 창완이 걱정 할때야? 왜 이러구 있는거야?
뭐가 어떻게 생겨 먹어서 언니는 이러구 사냐구 ? 차라리 헤어지고 편히 살어."
"형제가 없어, 사지가 부족해! 어디가 어때서 이모양을 하고 사는거야?."
"언니는 이해가 안돼요, 지금이 무슨 이조 시대인줄 알아?"
동생은 속사포를 쏘듯 끝도 없이 쏘아 부쳤다.
그녀는 할말이 없었다.
"그리고 언니는 고아야?, 왜 형제가 일곱씩이나 되는데 의논한마디 없이 이러는거야?"
"친정 식구는 아무리 많아도 아무때나 끼어 들수 없다는거 기본 이잖아."
"언니는 성격을 고쳐야해. 그러구 춘향이 마냥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으면 속이
썩어 문드러져 죽어도 아무도 몰라. 그러구 죽으면 애들을 어떻게 하려구 그래?"
"생으로 고아를 만들겠다는거야 뭐야? 언니는 마음을 좀 열고 살 필요가 있어.
나는 내가 남자래도 언니의 그 벙어리 같은 성격은 싫어.!"
동생은 오히려 언니인듯 그녀에게 꾸중을 하고 이내 참을수 없다는듯 울음보가
터지고 말았다.
고모가 왔다. 고모는 이 상황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당황 하고 있었다.
동생은 아주 반갑게 고모를 맞이 하며 <존경한다 > 며 끌어 안고 있었다.
동생은 성격이 꼭 필요한 조미료 같은 여자 였다.
고모는 "걱정을 끼쳐 드려 죄송 하다" 며 어쩔줄을 몰라했다.
동생은" 아니라며 그동안 잘 지내셨냐"며 용케도 고모네 세명이나 되는 애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안부를 묻고 있었다.
고모는 눈물을 글썽이며 동생의 손을 붙들고 "우영엄마에 대해서는 자기를 믿으라"고
요구 하지도 않는 말을 지껄이기 시작 했다.
"고모! 고모 오셨어요?."
"응 좀 어때? 내가 녹두 죽을 좀 쑤어 왔는데 먹어봐."
고모는 장사하느라 피곤 할텐데 죄많은 그녀를 위해서 희생하고 있었다.
"고모 그런거 신경쓰지 마세요, 고모 생활이 저땜에 방해 받으니 죄송해요."
그녀는 진심으로 미안해 하고 있었다.
고모님! 언니가 저렇게 응석 할때는 그저 볼기를 탁까고 주사나 한방 놓아버리세요.
동생은 그렇게 분위기를 잘 파악하는 지혜스런 여자 였다.
어머니와 동생은 잠깐 자리를 피하고 고모는 그녀 앞에 녹두죽을 들이 밀었다.
"먹어! 먹어야 해 죽긴 왜 죽냐? 내가 이런 말 하면 어떻게 들릴지 모르지만 옛말에
죽은 남편보다는 집 나긴 서방이 낫고 집 나간 서방보다는 앓아누운 서방이 낫다
고 하더라. 그래도 너는 서방이 살아 있으니 나보다 낫잖니!..."
그 말은 맞는 소리처럼 들렸다.
"그래요 고모 ! 죄송해요. 다시 이런 일은 없을꺼예요."
그녀는 자신과 다시 한번 뜨겁게 약속 하고 있었다.
그녀는 동생에게 어머니를 모시고 가라고 했다.
동생은 이왕 온 김에 형부를 만나고 가겠다며 제발 남 걱정좀 하지 말고 본인 걱정
이나 하라며 혀를 끌끌 찼다.
이윽고 ~~~
남편이 들어서고 있었다.
남편의 얼굴에는 불편한 심기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
동생은 눈치도 빠르게 먼저 인사를 하고 있었다.
언니가 죽도록 사랑하고 처제가 덩달아 좋아 하는 우리 형부! 안녕 하셨어요?
웃음이 나았다.
동생은 주책스러울 정도로 오~버를 하며 남편과 술 한잔 하자며 나가 버렸다.
어머니는 동생을 믿어 보라고 했다.
"엄마 부부 사이의 일은 부부만 아는건데 누굴 믿어봐요. 괜히 신경쓰시지 말고
창완엄마 데리고 돌아 가세요."
그녀는 포기 한듯이 불만스럽게 늘어 놓고 있었다.
얼마가 지났을까?
동생은 남편과 나란히 들어서고 있었다.
남편은 어머니의 손을 붙들고 "장모님 정말 죄송 합니다. 용서 해 주십쇼."
그녀는 그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 들을수가 없었다.
"응 ? 그래.... 자네 내딸에게 더이상 가슴 아프게 하지 말아 주게. 젊은게 저꼴이
뭔가?..... 나 이렇게 빌겠네. 부탁허네. 내가 살아야 얼마나 살겠나?"
어머니는 이미 팔십이 넘으셨다.
늙은 노모는 아주 비참하게 사위에게 빌며 사정하고 있었다.
"엄마 엄마! 그러지 마세요. 이별이 꼭 눈물 만은 아니예요. 그렇게 구걸 하지 마세요."
그녀는 처음으로 남편에게 속 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