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에게는 오랜만에 친정어머니와 만나는 자리가 되었다.
좋지 않은 만남이 어색 했지만 그녀에게는 아무런 말도 필요치않은 하소연을 하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자리 가 되었다.
고모와 친정 어머니는 이렇게 서로가 불편한 만남을 해야했다.
"아니 쟤가 왜 저렇게 되었는지 도무지 모르겠네요! 어떨게 된건가요?"
"네에 사돈 어르신! 약을 잘못 먹어서 부작용이 났대요."고모는 자연스레 거짓을
늘어 놓더니 그녀의 눈치를 살피는듯 그녀를 흘끔 쳐다보고 있었다.
"무슨 병이 났길래 약을 아무거나 먹었대요? 요새 젊은애가 그렇게 미련한 애들은
없는것 같은데 이게 무슨 조화야?...."
친정 어머니는 뭔가 알아 야 되겠다는듯이 자꾸 고모에게 꼬치꼬치 캐 묻고 있었다.
"얘 우영아? 우영아 네 어멈이 도대체 뭘 먹은거냐?....."
고모는 얼른 그말을 빼앗아 받아 버리고 있었다.
"감기 몸살 인데요. 너무 강한 독감약을 너무 많이 한꺼번에 먹었다네요."
그녀는 친정 어머니가 어떻게 알고 오셨는지 궁금해 지기 시작 했다.
그리고 오빠들이 이번일을 알면 더더욱 남편과 편치않은 관계로 치닫게 될것이 내심
걱정이 되고 있었다. 이제 나흘 뒤면 도장을 찍어야 하건만 무슨 당치않은 걱정이람..
"엄마 ! 엄마 ! 어떻게 오신거예요?"
그녀는 목구멍에 간신히 걸리는 소리로 늙은 어머니께 걱정을 끼친것 같아 미안함을
감추지 않고 나즈막한소리로 묻고 있었다.
"응 아! 쟤가 우영이가 에미 니가 죽었다고 전화를 해서 얼마나 놀랬는지 어휴~~~~
그래서 오긴 왔는데 나두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구나...."
늙은 어머니는 딸의 걱정에 단숨에 달려오신 모양인지 그모습이 초라하기 까지했다.
"엄마! 저 괜찮아요 이제 가셔두 돼요.그리고 절대 오빠들에게는 말하지 마세요."
그녀는 너무나 분수 밖의 걱정을 하고 있었다.
어머니는 이왕 오신김에 사위를 만나고 가시겠다며 더이상 말하지 말라고 하시며
그녀의 이불을 끌어다 덮어 주시고 계셨다.
이윽고 ~~ 남편이 왔다.
남편은 짐짓 놀라는 눈치 였지만 이내 태연스레인사를 하고 있었다.
신혼초 부터 사윗감을 못 마땅하게 보신 어머니 이신지라서로가 불편하기는 마찬가지
였겠지만 게다가 딸의 이런 모습을 보신지라어머니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셨다.
"아니 자네는 무엇을 하고 있었길래 에미가 저꼴인가? 아니 마누라가 몇명씩 되나?"
"그렇지 않고야 어떻게 이렇게 흉한 일이 생길수가 있나? 에이~~~~"
어머니는 지극히 불편한 심정을 감추지 않으시고역정을 내고 계셨다.
남편은 대꾸도 하지 않고 어머니에게서 등을 돌리고 나가 버렸다.
"아~~ 아~~" 그녀는 어머니의 관심을 돌리려 외마디의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와 결혼을 하지만 않았어도 늙은 어머니에게 저런 수모를 드리진 않았을텐데...
그녀는 어머니에게 미안 하고 안스러운 마음을 가눌수가 없었다.
"엄마 !엄마, 이제 돌아 가세요. 제가 일간 찾아 뵐께요.그리고 오빠들 한테는 절대
암 말씀도 안하시는거 아시죠?"
그녀는 어머니에게 자꾸 돌아가실것과 비밀로 하실것을 다짐하고 있었다.
그러나 친정 어머니는 대꾸도 하지 않으시고아이들을 데리고 나가 버리셨다.
그녀는 순간 마음이 바빠지기 시작 하였다.
어머니가 아이들과 동행을 하셨으니 엎지러진 물과 같았다.
그녀는 침상을 박차는 몸짓을하며 일어서고 있었다.
고모가 다가 와서 약간 신경질적인 어투로 한 마디 했다.
"아니 아니 얘가 왜이래? 너 이러다 진짜 죽으면 어쩌려구 그러는거야?"
그녀는 어이가 없었다. "고모 그럼 내가 살아있다고 생각하세요? 지금 무슨 쑈라고
생각 하세요? 그냥 이대로 내버려 두세요."
그녀는 퉁명 스럽게 한마디 쏘아부치고는 이내 일어나 버렸다.
"죽으면 고맙죠 , 애들이 불쌍해서 그러지 나는 살고 싶지 않아요."
그녀는 아이들과 어머니가 나긴곳으로 가려고 몸 일으키길 멈추지 않고 있었다.
고 지영씨 이제 정신이 좀 들었어요? 이제 좀 괜찮아요?
아주 잘 생긴 담당의사가 시원스레 미소를 머금고그녀의 어깨를 붙들고 있었다.
"네? 네에! ..."
"이제 그런건 먹지 말아요. 그리고 앞으로는 몸 생각해서 좋은것만 열심히 드시도록
하구요. 이렇게 젊고 예쁜 사람이 그런걸 먹으면 되겠어요?"
그녀는 너무나 민망해서 얼굴을 마주 볼수가 없었다.
"저 근데여, 저 지금 퇴원 하면 안될까요?"
"왜요? 뭐 중요한 볼일 이라도 생겼나요?"
네에 학교 가는 아이들이 둘씩이나 되어서...
"그래요? 그럼 애들을 이리로 오라고 해서 병원에서 며칠 학교에 다니게 하세요."
그녀는 꼼짝없이 움직일수 없음을 의사 선생님은 유머스럽게 말씀 하셨다.
그녀는 고모를 불렀다.
"고모! 우리 엄마가 어디로 아이들을 데리고 가셨는지 한번 알아봐 주세요."
고모는 퉁명스럽게 내뱉았다.
"그냥 내버려둬, 사돈 댁에서도 이젠 아셔야해. 그래야 결론이 나지."
"무슨 결론이요? 근데 왜 하필이면 늙은 우리 엄마가 충격을 받아야 하냐구요?"
그녀는 고모가 너무 얄밉도록 미웠다.
"우영아 ! "
"이제 우리집에는 여자들만 남아서 애비에게 누구도 말할수없는걸 몰라서 그러니?"
"그래도 느네 친정에는 오빠들이라도 계시잖아. 아범에게 한마디라도 따끔하게
오빠들이 하셨으면 해서 그러는거야!...."
고모는 어쩜 객관적인 입장에서 현명한 판단을 하고 있는것 같았다.
그녀는 아무 소리도 할수가 없었다.
고모는 진심에서 그녀를 걱정 하고 있었고 안타까워 하고 있었다.
다음날 ~~ 아침 10시가 넘어서야 어머니는 병실문을 들어서고 계셨다.
그녀는 얼른 자는척을 하며 어머니를 못 본체 하려고 했다.
속으로는 " 어머니 ! 어머니 죄송해요, 죄송합니다" 를 무수히 외치면서....
가슴속이 갈기 갈기 찟기우는듯 아픔이 느껴졌다.
어머니는 이내 딸의 손을 살포시 잡으시며 당신의 볼에다 갖다 대시며 중얼거리셨다.
"이 미련한것........ 이 어리석으것 .....아프면 말을 해야지...."
그녀는 어머니의 슬픈 마음을 전해 받고 있었다.
도저히 참을수 없는 눈물을 억지로 붙들고 용케도 참으려니 가느다란 신음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어머니는 다시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으시며 딸에 얼굴에뜨거운 눈물 방울을
떨구시며 비통하고 애끓는 심정을 전하고 계셨다.
"그러게 첫 인상부터 맘에 들지 않았어.그놈은 꼭 기생놈같더라니까!...
남자는 그래도 얼굴이 걸리는게 있게 생겨야지,
그렇게 깍은 밤 처럼 생기니 그렇게 여자 속을 썩이지......"
이내 어머니는 분개 하고 계셨다.
어머니의 그 표현력에 그녀는 속도 없이 피식 웃음이 나왔다.
"엄마 아직도 안 가셨어요?"
"그래 내가 이런 널 두고 가면 그때는 섭섭하다고 하겠지!
너도 니새끼가 아프면 그냥 달아나 버리냐? 에미는 늙은 에미나 젊은 에미나
똑같은 마음 이란다."
"근데 아범눔은 도대체 어디가서 있길래....... 집에도 안 들어왔다!"
어머니는 딸에게 직접 듣고 싶으신 모양이었다. '엄마 신경 쓰지 마세요!"
"우영이 얘기를 들어 보니 그놈 사람놈도 아니더구나.
나는 아무 말도 그놈 하고는 절대 하고 싶지도 않구나....
이따 둘째가 올꺼다. 속에다 말을 감추고 있으면 내중병[우울증] 걸리니깐
둘째가 오면 모두 다 털어놓고 얘기 하거라........"
"그리고 다 털어놓고 나서는 애들 생각 해서 잊어버려야지 않겠니?....."
"앞길이 구만리같은나이에 뭐가 걱정이니?....아직도 살날이 많이 남았으니까.
절대 모진맘 먹지 마라....애들이 있는데 뭐가 걱정이고 무서울게 뭐 있니?"
어머니는 그렇게 단 몇마디로 그녀의 가슴속 응어리를 모두 꺼내 가셨다.
그녀는 어머니가 너무 커보이고 존경스럽게 느껴졌다.
그리고는 자신의 경솔한 행동이 잘못됨을 느끼며 다시 사는 나머지 삶은 결코
함부로 살지 않겠다고 맹세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