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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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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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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노잣돈


BY 봉지사랑 2003-10-04

 20일이 지난후 병원에서는 어머니를 퇴원 하시도록 하라고 그녀에게 통고 해 왔다.

더이상의 치료나 회복은 되지 못한다고 곁들여 힘주어 얘기 하고 있었다.                          그녀는 눈 앞이 캄캄 해졌다.

그나마도 남편과의 교류를 도맡아 해주시던 어머니 였기에 어머니가 안 계시다면

남편과는 이제 영영 이별 일것 같은 두려움이 생기기 시작 했다.

그녀는 고모에게 전화를 했다.

"  고모  어머니를 이젠 퇴원 시키라고 그래요. 어떻게  해요?"

그녀는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고모는  아주 짧게 대답했다.    

"그거 잘 됐다,  이참에 그것들 더러 모셔가라고 하고  너는 빠져..........."

뜻 밖의 대답을 듣고 난 그녀는 상당히 실망한것 같았다.

그녀는 다시 남편에게 연락을 했다.

"병원에서 어머니를 퇴원 시키라고 그래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남편은 그러라고 간단하게 남의 일 처럼 대답하고 전화를 끊어 버렸다.

어머니는 당신의 자식들에게 그렇게 귀찮은 존재 처럼 대접받고 계셨다.

그녀는  어머니가   소외당한  같은 한 여자로서 참으로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그녀는 어머니의 마지막 남은 생을 온전히 지켜드리고 싶은마음이 들었다.

"그래 어머니를 그냥 같은 여자로서보살펴 드리자.그리고 어머니에게 아무 것도 묻지

말자. 그냥 거기까지만 생각 하자."  그녀는 자신을 다스리기 위한 마음의 약속을

수 없이 하고   또 하고 있었다.

결국 어머니는 그날 오후에 거의 강제로 퇴원 을 당하셨다.

너무 연로 하셔서 병원 에서 이미 포기하신 억지로의 삶을  간신히 이어 가고 계셨다.

집으로 돌아 오신 어머니는 거의 말씀도 못 하시고 천청만 바라보고 누워 계셨다.

그녀는 어머니의 촛점 잃은 눈을 볼때마다 남편과 미래의 모습이 아마도 저럴꺼라고

지극히 위험한 상상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

머잖은날 어머니의 임종을  예견 이라도 한듯이 일가 친척들이 여러분 방문하셨다.

어머니는 전혀 그들의 부르는소리나 하는 말들을 알지 못하시고 누워 계셨다.

친척들은 그녀가 어머니에게 뭔가 충격을 드려서 이렇게 되신걸로 상상 을 하는듯

거침없는 심한말들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변명하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어머니가 미동을 하고 계신게 아닌가!..............

그녀와 친척들은 좀 놀랬지만 어머니의 미동을 지켜보고 있었다.

" 어머니 , 어머니 정신이 좀 드세요? 뭐라고라도 말씀좀 해보세요!"

드디어 그녀는 그동안 참아왔던 설움을 아주 조용히 어머니에게  건네고 있었다.

고모는 이어 말을하기 시작 했다.

"눈 앞에서만 잘하면 뭐 하냐? 정작 이렇게 쓰러지시게 만들고...."

그 소리는 그녀에게 정면으로 유감을 표하는 딸의 발악 이요 절규 였다.

그 소리에도 그녀는 아무런 대답조차도 하지 않았다.

그저 마음속으로만 누군가 계시다면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그녀의 억울함을

증명해 주리라고 그녀는 자위 하고 있었다.

지금 그녀에게 보이지 않는 남편이 과연 자기와 어떻게 될것 인지 미래에 대한  떨리는

 마음을 짓누르고 있었기에 그리고 남편만은 어머니의 쓰러지신 이유를 알고 있을

것이라고  양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절대 그러지 않을것 이라고 믿고 싶었다.

마침내 어머니는 눈을 뜨셨다. 그 눈빛은 너무나 애처로웠고 가는자의 슬픈 눈빛이었다.

" 어머니  이제 정신이 좀 드세요?  제가 누군지 아시겠어요?'

그녀는 어머니에게 속삭이듯이 다정하게 이야기를 하기 시작 했다.

"어머니 여기 용주 고모도 오셨구요 작은 어머니도 오셨어요.어머니 일어나시기만

학수 고대 하고들 계세요. 얼른 일어나셔야지요."

그녀는 어머니에게 하소연을 하는듯  조용한 아우성을 하고 있었다.

어머니는 그녀와 눈을 맞추시려고 무던 애를 쓰시는듯 했다.

"어머...   엄마가 깨나신것 같애, 저리 비켜봐....  엄마?..  엄마? 정신좀 들우?"

고모는 그녀를 밀치듯하며 어머니에게 다가 갔다.

그러나 어머니의 눈은 그녀를 쫓아가고 계셨다.

그리고는  이내 눈가에 한줄기의 눈물이 흘러 내리고 계셨다.

"  에미야,  에미야, 그저 무던히 참아라..... 내가 너를 아는구나!..."

어머니는 그렇게 말씀 하시는것 같았다.

그녀는 어머니의 말씀에 속으로 화답 을 하고 있었다.

" 어머니  제발 일어나 주세요. 어머니가 안계시면 저는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요.

어머니 제발 이렇게 누워 계셔도 좋으니까  말씀만 이라도 해주세요."

그녀는 마당으로 나왔다. 그녀는 어깨를 들먹이며 울고 있었다.

뒷마당에 목련이  이미 떨어져서 언제 피었었는지 알수가 없을 정도 였다.

그리고는 방안에서 웅성대는듯 하더니 그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 왔다.

"우영아!  우영엄마야!  빨리 들어 와봐."..........

그녀는 황급히 집안 으로 들어 갔다.

어머니는 무언가 말씀을 하고 계셨다.

우..여..ㅇ ..우여..ㅇ 어멈아! " 어머니는 그녀를 부르고 계셨다.

"네,  어머니 말씀 하세요.어머니 뭐든 말씀 하세요."

어머니는 설합장 밑을   눈길로 가리키셨다.

그녀는 설합장 밑을 들여다 보았다.

그곳에는   까만  주머니가  주인을 잃고 먼지를 친구 삼아 들어 있었다.

그녀는  몸을 기우려 그것을 꺼냈다.

"어머니 이거 요? 이거 말씀 하시는 거예요?"

그녀는 먼지를 털어 어머니 앞에 내밀었다.

어머니는 그녀에게 그것을 가지라는듯이 눈짓으로 말씀 하시고 계셨다.

주위에 있던 고모를 비롯한  친척분들은 모두 의아해 하는 눈치 였다.

과연 그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궁금해 하는 듯 했다.

그녀는 조그만 손 지갑의 지퍼를 쫘악 열어 보였다                                                          그리고는 거꾸로 들어 온통 쏟아냈다.

지갑에서는  꼬깃하게 구겨진 십만원과 동전 몇닢과 사탕이 두개 들어 있었고

어머님 당신을 증명하는 경로 우대증이  들어 있었다.

그녀는 순간 생각을 했다.

사람의 마음속도 이렇게 모두 펴 보일수 있으면 좋으련만............................

잠시 후 어머니는 주무시는듯 했다.

다시 어머니는 그렇게 세상의 인연을 놓으시려고 차곡차곡 준비 하시고 계셨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어머니 손에 그 작은 지갑을 쥐어 드렸다.

"어머니 얼른 일어 나셔서  이돈으로 노자돈 해서 우리 여행 가요 "

어머니는 또다시 눈가에 이슬이 맺히셨다.

그렇게 어머니는 한 집안의 딸로서 아내로서 어머니로서의 삶을 마감하시느라

저승길을 재촉 하고 계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