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희가 찬미가 자리에 돌아오자 곧이어 상혁과 성태가 자리를 비웠다. 틀림없이 상대방 맘에 드는 건지를 묻는 것 일텐데... 그런 자리가 왠지 어색한 승희였다. 오래간만에 만난 찬미와 얘기도 하고 답답한 마음이 조금은 풀릴 줄 알았다. 상혁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가 아니라 아직 석준에 대한 기억이 잊혀지기도 전에 다른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 자신의 잘못 된 생각이었다는 것을 승희는 알았다. 시간이 지나면 상처가 알아서 치유되듯이 시간이 지나면 석준의 빈자리 역시 알아서 메워질텐데... 그 시간이 너무도 힘들어 다른 사람을 찾은 승희였다.
성태와 상혁이 자리에 돌아왔다. 울리는 전화벨로 상혁은 자리를 다른 곳으로 옮겨서 전화를 받았다.
-승희야! 너 상혁이 어때?
-어떻긴. 아까 말하는 거 보니까 착한 것 같던데
-괜찮은거야?
-응 괜찮은 것 같은데?
-그래! 잘 됐다. 상혁이가 너 무지하게 마음에 든데.
-어머? 그래? 나 같은 사람을...
-무슨 얘기야. 승희야. 그럼 잘 됐네.
-그러게. 상혁이가 너만 괜찮다면 사귀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고 하던데
-사귄다고? 그래... 글쎄. 호호
-왜? 싫어?
-아니 싫은 건 아니고 물론 이런 자리가 서로 괜찮으면 사귀는 걸로 가는 자리이긴 한데 서로
얼굴 본지 얼마나 됐다고 사귀자고 얘기하는 건 좀 그런 것 같지 않니?
-아니 상혁이가 네가 너무 마음에 든다고 해서 그렇지. 그럼 너도 상혁이 괜찮게 생각하고
있다는 거네?
-어. 괜찮은 것 같아. 착한 것 같아서...
저녁을 먹고 간단하게 술을 한잔 씩 한 뒤로 넷을 집으로 향했다. 상혁의 쑥스러움은 여전했다. 옆에서 성태와 찬미가 서로 전화번호 교환 했느냐는 물음에 둘을 고개만 흔들 뿐 누가 먼저 번호를 묻지는 않았다. 집 앞에서 내려 집으로 걸어오면서 승희는 괜히 웃음이 나왔다.
‘내가 오빠 외에 다른 사람을 만나고, 또 그 사람이 나 좋다고 하네... 오빠 나 어떻게 해요?
이럴 때 옆에 오빠가 있으면 참 좋을텐데... 그런데 오빠도 없고... 어떻게 하죠 오빠?’
속으로 되뇌이는 말들 속에 여전히 석준을 기다리는 승희의 마음을 알 수가 있다.
‘돌아오겠지 지금 잠시 힘들어서 지금 잠시 혼자 있고 싶어서 나한테 이러는 거겠지.
조금만 기다려보자. 그러면 오빠가 돌아올꺼야. 그렇지 오빠? 올꺼지?‘
아무리 일에 매달리고 해도 뜻데로 되지도 않고 그럴수록 승희 생각이 간절했다. 보고 싶었다. 이것이 사랑인지 모르겠다. 승희에게 사랑한다고 수없이 했던 말이지만 이제는 ‘이것이 사랑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는 것이 있고 잊혀지지 않는 것들이 있었다. 그 동안 만났던 여자들과는 다른 의미로 승희를 만났다. 하지만 자신의 한계인지 더 이상 승희를 만날 수가 없었다. 자신의 이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생각들로 석준은 매일 밤을 술로 날을 지새우던가 아니면 술을 통해서 간신히 잠을 잘 수가 있었다. 승희 못지않게 석준 역시 힘이 들었던 터였다.
-승희야! 나 찬미. 어제 잘 들어갔어?
-응 넌 출근 잘 했니?
-당연하지. 지금 사무실이야. 회계사님하고 아무도 안 계셔. 참. 어제 혹시 상혁이한테 전화
왔었니?
-상혁이? 아니? 왜? 너 내 전화번호 알려줬구나.
-응. 상혁이가 어제 전화 왔거든 혹시 네 연락처 아느냐고 묻더라고 그래서 알려줬지.
-그래 잘했어.
-왜 아직 전화 안했지?
-모르지 뭐.
-그래 알았어. 아니 상혁이가 전화번호 물어봤는데 혹시나 해서...
-별개 다 궁금하다. 내가 상혁이 전화 오면 너 한테 제일 먼저 얘기해 줄께. 걱정마.
-호호 그런 건 아니고. 참. 너 이따가 혹시 시간 있니?
-왜?
-이따가 퇴근하고 성태랑 상혁이랑 같이 만나기로 했는데. 상혁이가 너도 같이 나왔으면
하더라고.
-나야 관계없지. 그럼 몇 시까지 가야해?
-아니야. 우리가 너희 집 앞으로 갈께. 가서 전화 할께.
-그래 그럼.
-어디 갈려고? 지금 이 시간에 만나? 찬미야 너 무슨 일 있어?
-일은 무슨...상혁이가 좋은데 데리고 간다고 해서 그런 거지.
-그래? 이 야심한 시간에 어디 좋은 데를 데리고 가려고
-어. 그냥 찬미랑, 성태랑, 너랑 같이 바람도 쐬고 하려고 거기 무지하게 멋있거든.
-그래? 기대되네?
-하하하. 그 정돈 아니고. 그냥 여름에 가도 좋고 겨울에도 괜찮더라고.
-그래. 참. 어젠 미안했어. 전화 온 것 나중에 봤는데 전화도 못했어. 미안.
-아냐. 미안하긴. 난 혹시나 너무 늦게 전화해서 너 자는 줄 알았지.
-자긴 나 같은 백수가 그렇게 일찍 자나? 우리 엄마가 내 핸드폰 지금 발신 정지시켜놨거든.
그래서 지금 전화도 못해. 미안해..그래도 문자는 자주 보낼께.
-미안하긴 그래도 고맙지 나야. 승희가 나 한테 문자 보내준다고 하니까. 기분 좋다.
-별 것도 아닌데 뭘
-아니 그래도 문자 보내주고 하는 게 어딘데...밥은 먹었니?
-아니 별로 생각 없어서.
-밥 먹어. 내가 옛날에 혼자 생활해봐서 아는데 지금은 괜찮을지 몰라도 나중 되면 고생 많이
한다. 그러니까 먹기 싫어도 밥 챙겨 먹어. 그러니까 이렇게 말랐지.
-마르긴 나 살 빼야 하는데.
-살 좀 더 쪄야할 것 같은데 넌. 집에 혼자 있는 거지 매일...
-응 그렇지.
-그래서 더 안 먹겠구나.
-그것도 그렇고 별로 입맛도 없고 그래. 살맛이 안 나나? 호호호
-그리고 내가 매일 전화할 때마다 밥 먹었냐고 물어 보는 게 할말이 없어서 물어 보는 거
아냐. 정말 너 나중에 고생할까봐 걱정 되서 그래
-고생은 무슨 나 튼튼해 너무 튼튼해서 탈이다.
-그래. 그러면 다행이고 하여간 하루에 세끼다 못 챙겨 먹어도 두끼 만이라도 챙겨먹어라.
-알았어
‘우리 오빠는 나한테 이런 말 한적 없었는데. 매일 전화해서 자기 얘기만 했지. 나한테 신경
써주는 말도 안했는데...‘
야 여기 그런데 멋있다. 연못도 있고.
-그렇지. 괜찮지. 저번에 여기 몇 번 왔었거든. 그런데 너무 좋은 것 같아서.
-그래... 좋다.
‘휴...이런 데 오빠랑 같이 왔으면 참 좋을 텐데... 오빠랑 같이 간 곳이 별로 없네 그러고
보니. 하긴 매일 오빠랑 간 곳이 극장 밖에 없네. 같이 놀러간 곳도 많이 없구.‘
‘지금 이 시간에 뭐하고 있을까? 오락 하나? 약은 제대로 먹는지 모르겠네. 아프지나
말아야지. 내가 아무리 그 사람 잊고 싫어해도 아픈 건 싫어. 오빠야. 아프지 말아라.‘
-승희야! 우리 가볍게 한잔 할래?
-너 술 마시고 집에 가도 돼? 안 혼나?
-괜찮아. 너 마실래?
-나야 좋지. 맥주 아무거나 시켜줘. 제일 순한 걸로.
성태와 찬미는 자기들의 얘기를 조용히 속삭이면서 얼굴 가득 웃음을 짓곤 했다.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승희는 왠지 씁쓸함을 느낀다.
'여기까지 와서 그 사람 생각하네. 생각하지 말자. 어차피 지워질 사람이니까. 지금 잊으나 나중에 잊으나 다 같지만 빨리 잊는 것이 나 한테 더 좋은거야... 잊자 잊자.‘
집으로 오는 상혁의 차 안에서 찬미는 피곤했는지 옆으로 쓰러져 어느새 잠이 들었다. 승희는 창문을 열고 손을 밖으로 꺼내어 손가락을 쫙 폈다. 바람이 분다. 그 바람이 손가락 사이로 지나간다. 승희가 석준에게도 했었던 말이 떠 오른다. 그리곤 이네 고개를 흔든다.
‘이렇게 하고 있으면 바람이 손가락하고 손바닥 사이로 지나가는 느낌이 좋아요.’
여전했다. 모든 것이 승희 역시 예전 그대로 그 느낌을 느꼈고 그 느낌을 사랑했다.
풀 내음이 그윽한 시골길이었다. 불빛 역시 보이질 않는 곳이었다. 그런 어둠 위를 달리는 듯 했다. 헤드라이트에서 내뿜는 불빛만이 어둠 위의 유일한 것이었다. 묘한 느낌이 들었다. 어둠 속에서 혼자 달리는 듯한 그런 느낌. 이런 어두운 세상에 혼자 있는 듯한 외로움이 느껴졌고 두려움이 느껴졌다.
-승희야. 찬미 자니?
-응. 피곤 했나 보네. 잔다.
-그래. 내가 괜히 멀리까지 가자고 한건가?
-글쎄. 나야 뭐 백수니까 관계없지만 찬미는 좀 피곤한가 봐.
-춥니? 창문 닫아줄까?
-아니 괜찮아.
-오늘은 밥 좀 먹었어?
-어 아까 아침에 한 끼 먹었어.
-한 끼 먹은거야? 밥 잘 챙겨 먹으라고 했잖아. 그럼 괜히 술 마시자고 했네. 밥 먹으로 갈걸
그랬다.
-아니야. 이따가 집에 가서 먹으면 되지. 신경 쓰지마
-정말 너 걱정 되서 그래.
-고맙다. 걱정도 해주고. 내 걱정해주는 사람 얼마 없는데... 찬미야! 집에 도착했거든...
-어...그래...아 피곤하다.
-어떻게 하냐? 내일 출근해야하는데 잠도 푹 못 자고
-아냐. 괜찮아. 승희야, 상혁아 나 갈게 그럼...상혁아. 승희 집까지 좀 바래다 줄래?
-알았어. 조심해서 들어가
-그래 찬미야. 내일 출근 잘 하고 잘자. 내일 전화하자.
-그래 알았어. 잘 가 너도.
-찬미 참 착하지!
-어. 찬미 착하지 내가 중학교 때부터 봐 왔으니까 나도 알지.
-내 주변에서 찬미 좋아하는 얘들 많거든. 어떤 얘는 찬미를 결혼 상대자까지로 생각하는
얘 있어.
-정말? 찬미 인기 많네. 워낙 착하고 하니까 그렇지. 애교도 많고 부럽네.
-뭐가 부러워. 너도 괜찮아.
-고맙워 빈말이어도 그렇게 해줘서
-빈말 아니야. 솔직히 나 너한테 얘기할 것 있어.
-뭔데. 얘기해.
-난 지금 너만 괜찮다면 너랑 지금처럼 친구 말도 좀더 좋은 관계로 발전했으면 해서
-나? 글쎄... 아직 잘 모르겠다. 서로 잘 알지도 못하고.
‘오빠. 나 어떻게 말해야 하죠? 난 아직 오빠 기다리는데...’
‘하지만 만일 돌아오지도 않을 오빨 기다리다가 내 진정한 사랑이 그냥 지나가면 어떻게
해요?’
‘오빠~!’
-그래. 그럼 하는 수 없지. 성태한테 얘기 들었지. 너 처음 보고선 참 괜찮다고 생각했거든.
착하게 생긴 것도 그렇고 그래서 너만 괜찮으면 난 그러고 싶었거든.
-나도 알아. 그래서 나도 미안하지. 괜히 소개팅에 나갔나 하는 생각도 들고 하는데 아직은
잘 모르겠다. 서로 아는 것도 없고. 그냥 지금같이 친구처럼 지내자. 내가 원래 첨부터
사귀자해서 사람 좋아지는 게 아니라 차츰차츰 만나고 시간 지나면서 사람 좋아하는 타입이
거든. 너만 괜찮으면...
-나야 고맙지. 네가 기회를 준다는건데
-기회는 무슨. 대단한 것도 아닌데.
-아니야 정말이지 난 네가 원한다면 계속 기다릴 자신 있어. 너 놓치고 싶지 않거든.
-어......그래...
‘언제 오빠가 저런 말 단 한번이라도 해준 적이 있던가?’
‘없구나’
‘저렇게 해주는 사람도 있네. 오빠는 한번도 이런 말 한적 없고 이런 심각한 얘기조차
싫어했는데.’
-나 원래 이번 년도에 결혼 까지 생각하고 사귀던 여자 있었어. 지금은 헤어졌는데
-그래?
-응. 나 학생일 때 그 여자 직장에 다니고 했는데 내가 학생이다 보니까 용돈도 주고
이것저것 사주고 하더라고 그런데 그때는 그게 되게 싫었어. 화도 나고 그리고 물론 내가
걔한테 서운하게 한거나 하진 않았어. 지금도 후회하지 않는 건 내가 걔한테 정말
잘해줬기 때문에 후회 같은 건 안 해. 그때는 나이가 어려서 그러게 무지 싫었는데 그런지
몰라도 다시 여자친구 생기면 정말 잘 해주고 싶거든.
-어 그래.
-그 여자하고 헤어진 지 열 달 정도 됐어. 물론 아직도 생각나지. 내가 전화번호를 안
바꿨거든. 가끔 발신자 번호 찍히지 않고서 그 걔한테서 전화가 오거든. 이번 달에
약혼한다고 하더라고. 그래도 내가 전화를 씩씩하게 받거든 일부러 걔가 자꾸 그러면
결혼할 사람은 얼마나 속이 상하겠어. 그래서 전화하지 말라고 했지.
-그래. 그런데 내가 그 여자라면 물론 네가 그런 생각으로 한 말이긴 하겠지만 여자 상처
받았겠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내가 그렇게 매달렸는데 오빠가 매정하게 한 것처럼’
-물론 그렇다는 것 아는데. 그게 더 나은 것 같아. 이미 헤어졌는데 자꾸 전화하고 하면
어떻게 해. 결혼할 사람도 있는데.
-그렇기야 하지. 사실 나도 사귀던 사람하고 헤어진 지 얼마 안 됐거든. 한달 정도.
-왜 헤어졌는데?
-그냥 그 사람 몸도 좀 안 좋고 지금 힘든 때라서 그런가봐.
-그래서 지금 기다리고 있는 거니?
-아니 그런 건 아닌데. 이미 다 끝난 일인 거 알지. 그런데 그래도 열 달 동안 사귀면서
쌓아온 정도 있고 서로 좋아해서 만난 거였는데. 이렇게 헤어지고 나니까 생각이 많이 나지.
-그래. 지금 많이 힘들겠구나.
-힘들긴 그냥 그래
-나도 그랬어. 그런데 승희야. 정말 그거 시간 지나면 조금씩 나아진다. 물론 다 잊혀지거나
하진 않아. 나도 아직 그 여자 얘 생각나니까. 그런데 아닌 건 아닌 것 같더라고. 뭐든지.
-나도 알지. 그런데 그 시간이 어서 지났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많이 힘들지. 너 보니까 날 다시 보는 것 같다. 너 그 사람 아직 사랑하니?
-사랑? 난 그런 거 잘 몰라. 그냥 아직 좋아하고 있는 것 같아. 미련인지 뭔지도 모르겠고.
-만일 아직 그 사람 사랑한다면 가서 잡아. 그 사람이 못 한다면 네가 먼저 해라. 안 그러면
나중에 정말 후회한다. 네가 그 사람 없이 안 될 것 같으면 네가 먼저 잡아.
-나도 그러고 싶은데 도무지 안 잡히네. 마음 정리 다 했나봐.
-그래...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 사람도 지금 많이 힘들꺼야.
-그거야 모르지 보이질 않으니까...
-아냐. 많이 힘들꺼야. 그리고 네가 그렇게까지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너 사람 평생
잊지 못 할꺼야. 나도 지금 그 여자 얘 아직 못 잊었거든. 시간이 열 달이 지났어도. 그리고
난 말야. 아마도 새로운 여자가 생겨도 그 여자 얘 사랑했던 만큼 못 사랑할 것 같아.
-왜?
-그냥 그런 느낌이 드네...
-그러니까 아까도 말했지만 네가 지금 그 사람 너무도 사랑하고 정말 나중에 후회할 것
같으면 가서 다시 잡아봐. 후회하지 않게.
-그래 알았어. 고마워
-고맙긴. 너 저번에부터 너한테 이 얘기가 하고 싶었는데 이제 얘기 했어. 너한테 참
미안하다.
-뭐가 미안해. 나한테 미안하다고 할 게 아니지.
-이런 얘기 좀 하고 나니까 답답한 거 풀렸다. 그리고 언제든지 얘기해 힘들고 하면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건 다 도와줄께. 꼭 사귀지 않더라도 우리 이렇게라도 좋은 친구 같이 지내자
-그래 나도 이제 편한 것 같아. 아직 다른 사람 만날 준비가 덜 됐나봐. 난
-괜찮아질꺼야. 힘들더라도 참고, 밥은 꼭 챙겨먹고
-호호 알았어. 야. 시간 늦었다. 어서 집에 가라. 나도 가야겠어.
-그래. 조심해서 들어가. 전화 할께.
-응 그래 알았어.
‘내일 비가 올려나 보네? 하늘에 별이 하나도 없네?’
‘오빠 나 오늘 어떤 사람이 나 좋다고 사귀자는 얘기 했어요.’
‘그런데 우습게도 그 순간 오빠 얼굴이 떠오르는 거 있죠. 순간 당황했어요.’
‘아마도 내 옆에 오빠가 있었다면 그런 얘기 듣지도 않았을텐데.
‘괜히 서럽다는 생각이 들어요. 오빠’
‘나 힘들고 슬플 때 항상 오빠한테 얘기했었는데 이젠 내 옆에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이
올려고 해요. 그 자리 항상 오빠 자리라고 생각했었는데... 나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혹시 이러다가 오빠가 내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면... 내 진정한 사랑이 찾아왔을 때
그걸 모르고 지나치게 되면 어떻게 해요?’
‘상혁이 참 착한 얜데. 우리 오빠보다 나 더 많이 챙겨주고 하나하나 신경 써주는 사람인데.
날씨 좀 안 좋으면 혹시나 감기 걸릴까 걱정 되서 전화해서 잘 때 이불 덮고 자라고 하는
사람인데...‘
‘우리 오빠? 내 생일날도 내가 아프다고 오지 말라고 짜증냈더니 기다렸다는 듯이 안 온
사람이야. 우리 백일, 이백일 되는 날도 아무런 것도 없이 지나갔던 사람이야. 남들 다 하는
그 흔한 커플링 조차도 나한테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