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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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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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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항상 그대를 ...13


BY 김 삿갓 2003-10-24

석준은 tv채널을 돌리는 사이 잠들어 버린 승희를 바라본다. 처음 승희를 봤을 때를 떠올린다. 한국제당에 갓 입사해서 지역 배치 받기 전에 교육을 받기 위해 잠시 천안 영업소에 들른 적이 있었다. 그때 승희는 정신 없이 일을 하고 있어서 얼굴도 볼 수도 없었고 그저 뒷모습만 보고 지나쳤었는데 그때만 해도 어떻게 생겼을까하는 호기심이 있었는데 이제 보니 승희 얼굴이 이렇게 생긴 걸 알았다는 듯이 승희 얼굴을 천천히 훑어본다. 잘 꾸밀 줄 몰라 엉성하게 면도질한 눈썹과 조용히 감은 두 눈 위의 긴 속눈썹. 석준은 승희의 속눈썹이 참 예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눈 사이에서 시작하여 아래로 타고 내려오는 코와 입술.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고 통통하지도 않고 얇지도 않은 입술을 가만히 들여다 본다. ‘아. 승희가 이렇게 생겼구나’석준이 승희에게 바라는 것은 그저 지금처럼 조용히 편안하게 석준에게 기대서 잠드는 것인데. 그렇게 편안하게 석준을 대해주고.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것이 승희 성격인지라 석준은 승희의 그런 성격을 맞추기가 힘이 들었고 승희는 매번 상사한테 깨지면서 당하는 것 같아 보이는 석준에게 답답함을 느꼈다. 자신의 주장을 제대로 얘기하지 못하다고 다소 무능력해 보이기 때문이다.

-어. 오빠 지금 몇 시야?
-지금 9시 넘었어.
-그래. 빨리 가야겠다. 오빠가 나 데려다준다고 했다!
-배 안고파? 밥 먹고 가자
-이 시간에 밥? 좀 늦었는데, 뭐 먹을건데?
-간단하게 뭐든지 먹자.
-오빠아... 매일 매일 오빠 봤으면 좋겠다. 오빠 보니까 너무 좋다. 그냥 너무 좋다.
-그러면 좋지. 그런데 네가 홍성으로 올수도 없는 거고
-그런데 생각해 봤는데 내가 그때 천안 영업소 없어질 때 인희 씨처럼 그냥 그만 뒀더라면
아마 오빠 못 만나겠지?
-... 왜 그럴 또 물어
-그냥 또 그 생각이 나서
-하여간 쓸데없는 생각만 골라서 한다. 넌 왜 매일 그런 생각만 하냐? 노래도 밝고 즐거운 것
들으라고 하면 매일 남자랑 여자 헤어져 가지고 슬퍼하는 거나 듣지 않나, 얘기하고
생각하는 보면 하여간...
-오빠 같으면 그런 생각 안 하냐? 오빠가 이상한거야
-왜 또 지나가는 사람 열명 붙잡고 물어본다고 해보지. 됐어. 그런 생각 좀 하지마. 제발

석준은 승희가 매일 우울한 듯한 생각을 하는 것이 싫었다. 그리고 승희는 진지하진 얘기는 하기 싫어하는 석준에게 불만이 있었다. 서로 떨어져 있으면서 늘어난 것은 서로에 대한 불만과 그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그 그리움은 질투와 오해라는 씨앗을 낳았다. 승희와 석준 사이의 잦은 말다툼은 사소한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대부분의 연인들이 그러하듯이 정말 사소한 일로 말다툼을 하곤 했다. 무엇보다 문제는 둘 사이의 자존심 싸움인 듯하다. 마지막까지 이기려고 드는 승희와 그걸 알면서도 이해를 못했던 석준의 자존심 싸움.
승희와 석준이 함께 보낸 주말 이후 비가 왔다. 승희는 잠깐 볼일이 있어 외출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 앉아 창밖을 내보다면 골똘히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했다. 버스 정류장에서 차가 멈추자 비에 젖어 축 늘어진 우산을 털면서 사람들이 하나 둘씩 버스에 올라탔다.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모습의 여자가 승희의 바로 앞자리에 우산을 차 벽 쪽으로 몰아세우면서 앉았다.
고등학교 동창 김보나 였다. 아는 척을 하지 않은 채 승희는 가만히 보나를 지켜보았다. 버스 의자에 앉아 가방에서 굵직한 책 한권을 꺼내어 책을 펴서는 읽고 앉아있었다. 바깥쪽으로 자연스럽게 뻗은 뒷머리와 화장 끼 없는 얼굴에 편하게 입은 면 티에 청바지. 왠지 보나의 그런 모습을 보니 승희는 울적한 기분이 들었다. 하나도 변한 것 같지 않은 청순한 듯 수수한 모습에 승희는 자시의 모습을 다시 한번 훑어 봤다. 작은 키를 감추기 위한 키 높이 운동화에 아무거나 입고 나온 듯한 청바지에 검은 색 머리끈으로 질끈 묵고 나온 머리. 그리고 아무런 하는 일도 없이 지내는 시간들. 뭔가 열심히 하는 듯 사는 보나와 자신의 모습은 왠지 판이하게 달라보였다. 승희는 집에 와서도 쉽게 그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내리는 비를 보면서 차도 위를 여전히 바쁘게 달리는 차들을 보면서 승희는 무릎을 가슴으로 가까이 끌어안고 무릎 위에 얼굴을 덴 체 가만히 생각에 잠겨있었다. 이 나이가 먹도록 무엇을 했는지 하는 생각들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감에 승희는 눈물이 흘렀다. 서러웠다. 그 순간 너무나. 석준에게서 오지도 않는 전화기를 바라보면서 이럴 때 그 사람이 옆에 있다면 그래도 좀 나을 텐데 하는 생각에......

-뭐해?
-응 그냥 누워 있어
-그래? 밥은?
-아직 안 먹었어. 오빠는?
-나 먹었지. 나 오늘 무슨 일 있었는 줄 아냐?
-무슨 일?
-부여 소장이 또 난리다. 대리점 포기한다고
-그래? 왜?
-매일 하는 얘기 똑같지. 회사에서 지원 안 해준다고 다른 회사를 비교하면서
-그래.
-너 왜 그러냐?
-내가 뭐?
-왜 그렇게 말 하는 게 성의 없이 얘기해.
-좀 기분이 안 좋아서
-아무리 기분이 안 좋아도 그렇지 그렇게 얘기 하냐? 재수 없게?
-재수 없게? 지금 뭐라고 했어?
-재수없게 라고 했다.
-오빠! 나 아무리 오빠한테 농담으로 재수 없다고 얘기해도 오빠 기분 봐가면서 얘기했어.
나 기분 안 좋다는 거 알면서 어떻게 그런 얘길 할 수 있냐?
-누가 그렇게 성의 없게 전화를 받으래? 그러니까 재수 없다고 하지 하루 종일 부여
소장한테 시달려서 그렇지 않아도 힘들어 죽겠는데 너 같으면 이런 전화 받으면 기분 좋아?
-아무리 그래도 난 오빠한테 재수 없다는 얘기 함부로 안 해.
-그래 너야 항상 네 멋 대로니까 그렇지. 그래 잘났다.
-오빠! 지금 무슨 얘기하는 거야? 아휴. 알았어. 전화 끊어
-그래 끊어

화가 나서 전화를 먼저 끊은 석준이었다.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었다. 지금껏 매번 전화를 하면서 한번도 석준이 먼저 전화를 끊어본 적이 없었다. 석준은 승희의 그런 심드렁한 태도가 몹시도 불만이었다. 힘들어서 전화를 했건만 승희는 건성으로 대답을 했고 승희 역시 괜한 울적한 기분을 석준이 그런 식으로 얘기하는 바람에 둘 사이가 괜히 틀어졌다. 승희가 잠들 시간 쯤이 되었나보다 자정이 조금 넘은 시간에 음악선물이 도착했다는 메시지였다. 석준이었다.
「승희야! 미안해. 정말 잘못했어. 사랑해」
「승희야! 영원히 사랑해!」
2건의 문자 메세지와 유리상자의 ‘사랑해도 될까요’라는 음악이 보내져 왔다.
그걸 본 순간 승희는 석준에게 바로 전화를 했다.

-오빠! 문자 받았어요. 아직 안 잤어여?
-어. 아직... 너 잘 줄 알았는데 아직 안 잤네
-아니 기분 좀 그래서. 그리고 아깐 나도 잘못했어요.
-아냐. 됐어. 내가 말 잘못해서 그런 건데 왜
-아냐. 내가 전화 건성으로 받고 한 것도 잘못이지. 미안해요. 그냥 아까 오후에 기분이 좀 안
좋았거든. 그래서 그랬어요. 내일 출근하려면 빨리 주무세요.
-그래 알았어. 너도 빨리 자. 내일 전화 할께.

-오빠! 어디야?
-영업소 에휴.
-왜 또? 무슨 일 있어요?
-나 회사 그만 둬야 하나보다
-왜요. 무슨 일인데
-아까 노 부장이 나한테 뭐라는 줄 아냐? 지금 서천 대리점 폐쇄하고 후보자 찾고 대리점이
좀 안정적으로 돌아갈 때까지 나보고 서천만 전담하래. 부여대리점은 자기 들이
봐주겠다고 그러면서 서류정리라던가 그런 건 나보고 하고 양돈은 노부장이 맡고 낙농은
백과장이 맡아서 해주겠데.
-뭐? 그래서 오빠 뭐라고 했어?
-뭐라긴 뭐라고 해. 생각해보겠다고 했지.
-오빠가 알아서 잘 결정하겠지만 노 부장 그런 얘길 쉽게 하냐? 그리고 부여 대리점 그렇게
내 준다고 하면 막말로 오빤 뒷치닥거리 하란 얘기밖에 더 돼?
-어제 백 과장하고 술 마실 때 나보고 오라고 했는데 내가 안 나갔거든 그때 자기들 끼리 다
얘기하고선 나한테 한번 떠보는 것 같아. 아휴. 그만 두던지 해야지 원.
-그만 두면 어떻게 할려고. 노 부장 생각할 수록 웃기네? 아랫사람이 힘들어 하는 것 뻔히
알면서 내놓는 다는게 겨우 그거야? 오빠도 그렇게 한다고 하지마. 솔직히 그게 뭐냐?
그런 식으로 해서 대리점 하나 뺏길 수도 있는 거고. 오빠가 관리하는 곳을 왜 자기들이
그렇게 하겠다고 하는지 정말 이해 안 간다.
-아휴. 나도 몰라. 지들이 알아서 하겠지.
-그게 무슨 말이야 오빠! 그렇게 생각하지 마요. 그리고 절대 그렇게 한다고 하지마 내가
봤을 땐 좀 그렇다 차라리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보는 게 낫지. 그게 뭐야.
-몰라. 이따가 내가 전화 할께.

그게 끝이었다. 석준은 점점 회사에서도 승희에게서도 멀어져만 가고 있었다. 회사 내에서의 자신의 위치가 점점 흔들리자 승희에 대한 확신감마져 사라지는 듯이 느껴졌다. 그리고 일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자신의 자신 없는 모습에 승희의 존재가 왠지 부담스러웠다. 석준으로부터 연락이 오지 않았다. 승희는 전화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안 그래도 신경이 예민한 상태의 석준에게 혹여나 일에 지장을 주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에 전화하기가 조금은 망설여졌기 때문이다. 토요일이다. 평소 같으면 승희가 홍성으로 간다던지 석준이 천안으로 오겠다고 서로 전화 통화를 했을 때인데도 아직 석준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았다. 답답한 건 승희였다. 시내로 나가 머리를 자르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석준에게 전화를 했다. 2번을 전화한 끝에 연결이 되었다.

-여보세요? 오빠?
-어
-왜 전화 안 받았어요?
-어 바빠서. 내가 이따가 전화 할께

괜실히 뾰로퉁해진 승희는 석준의 전화를 기다렸다. 주말이 다 갔다. 일요일이 지나 월요일 아침이 되었어도 석준에게선 아무런 연락이 오질 않았다. 정말 화가 나고 답답해진 승희였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석준에게 전화를 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는 석준이었다. 너무도 화가 난 승희는 석준에게 서로 연락하지 말자는 음성 메시지를 남긴 뒤 핸드폰 대리점으로 향했다. 대리점으로 가서 핸드폰 번호를 당장 바꿔 버렸다. 마치 그 순간은 석준과의 인연을 이것으로 쉽게 끝낼 수도 자신의 감정을 쉽게 정리할 수도 있으리라고 생각했기에...

-경선아. 나 핸드폰 번호 바꿨다.
-또? 이번엔 왜.
-오빠 때문에 화나서... 이젠 그 사람하고 끝인가 보다. 그럼 그렇지. 내가 누구랑 이렇게
오래 가나 했다.
-너 정말 독하다 어떻게 그렇다고 전화번호를 바꿀 생각을 하냐?
-화 나는 걸 어떻게 해. 자기도 나한테 연락하기 싫었으니까 전화도 안 받고 그랬겠지.
-그래서 어떻게 할려고 정말 끝낼려고?
-몰라. 연락 안 오면 마는 거지. 내 생각인데 아마도 너한테 분명 전화가 갈꺼야. 그럼 네가
전화번호를 알려주면 오빠가 나한테 전화 하겠지.
-너 그런 것도 생각했냐? 무섭다. 너
-각본은 짜 놨지. 그런데 각본 데로 갈는지 모르겠다. 하여간 너무해 그 사람. 전화 기다리는
거 뻔히 알면서 어떻게 그렇게 할 수가 있냐?

-승희야! 이 과장님 우리 대리점으로 전화했었다.
-뭐래? 전화 번호 물어봐?
-아니 그냥 괜히 다른 말만 하고 쭈뼛쭈뼛 거리는 것 같더라. 그래서 내가 시치미 떼고
물었지. 이 과장님 언제 아산 오시면 밥 좀 사달라고 그랬더니 이젠 그럴 수도 없을 것
같다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이 과장님 승희하고 또 싸웠냐고 그랬지. 그러니깐 너 연락
안 된다고 어떻게 해야 하냐고 그러더라 그래서 승희 전화 번호 바꾼 거 모르시냐고
물었지. 모른다고 하면서 너한테 전화를 했는데 없는 번호라고 떠서 나한테 한거라고
그래서 내가 전화번호 알려줬지 기다려봐. 전화 번호 알려줬으니 전화 하겠지.

승희는 기다렸다. 하루가 지났고 이틀이 지나 시간은 일주일이 지났다. 석준을 생각하지 않기 위해 승희는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며 무언가를 했다. 아르바이트도 하고 집안 청소도 매일매일 하고 했다. 하지만 그래도 지워지지 않는 건 석준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그런 그리움을 왜 그런식 으로 밖에 표현 못하는 승희인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였다. 또 다시 석준에게 음성으로 정말로 헤어지자며 음성을 남겼다. 아무런 응답이 없는 석준이었다. 열통 이상의 문자 메시지와 5통 이상의 음성을 남겼건 만 아무런 대답도 답장도 없는 석준의 태도에 승희는 더욱 안절 부절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석준의 태도에 눈물만 나왔다.

-경선아! 오빠 연락 안와. 답답해 죽겠다. 어떻게 하냐?
-아직도 안 왔어? 전화는 해 봤냐?
-응. 계속 했어. 전화도 하고 문자도 넣고 했는데 음성도 다 확인 하면서 전화 한 통 안한다.
-야. 울지마. 왜 그래.
-어쩜 사람이 그렇냐? 내가 기다리는 거 뻔히 알면서 그리고 사람을 무시하는 것도 아니면
이런 경우가 어딨어. 최소한 대답이라도 해야 하는거 아냐?
-너 왜 그래. 물론 이 과장님도 잘못 된거긴 하지만 그래도 네가 먼저 헤어지자고 했다면서
-그랬지. 그런데 그 사람 내 성격 뻔히 다 안다면서 내가 욱하는 성질에 그런 말 내 뱉은거
알면 어떻게 이렇게 할 수가 있냐고.
-그 욱하는 성질 좀 죽요. 나도 물론 정호랑 싸울 때 그런 것 있긴 하지만 너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서 어떻게 할려고?
-나도 몰라. 그 사람 자기가 아는 번호로 하면 다 안 받아 우리 엄마, 아빠, 동생, 집전화로
해도 안 받고, 아까 그 사람이 모르는 번호로 했다. 그런데 내 목소리 알고 나더니 그냥
끊더라? 그거 뭐냐?
내 전화 받기 싫다는 얘기 아냐?
-내가 한번 전화 해 볼까?
-그래 줄래? 그런데 전화해서 뭐라고 하지?
-어떻게 승희 지금 이 과장님 때문에 울고불고 난리 났다고 전화 좀 한번 해보시라고
-그래? 그렇게 해줄 수 있니? 그런데 설마 그 사람 우리 둘 문젠데 너 끼어들게 했다고
싫어하지 않을려나 모르겠다.
-어때. 방법이 없는 걸. 내가 이 과장님한테 전화 해보고 바로 너 한테 전화 줄께.
-어 그래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