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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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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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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항상 그대를...7


BY 김 삿갓 2003-09-29

과장님 안녕히 주무세요.
-승희 씨도요.
-여보세요? 과장님?
-네! 어제 우리 했던 얘기 생각해 봤는데요.
-어제요? 네 그런데요?
-우리 계속 연락하면서 가깝게 지내죠.
-지금도 그러잖아요. 밤마다 과장님 전화하시고 그러잖아요.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요.
-그럼 그 이상?
-네
-모르겠네요... 빨리 가세요.
-대답 안해줘요?
-몰라요. 내일 말씀 드릴께요. 주무세요. 저 피곤해요.
-그래요. 그럼 낼 꼭 얘기해줘요. 잘자요
-과장님도 안녕히 주무세요.

승희는 갈등을 했다. 석준에 대한 호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섣부른 판단으로 혹여나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지금껏 짝사랑만 해오던 승희는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 다소 많은 생각을 했으리... 승희는 밤잠까지 설쳐가면서 생각을 했다. 23년 동안 제대로 된 연예는 물론 못해본 것은 물론이거니와 지금껏 쏠로의 신분으로 살았다. 그 동안 물론 외롭다고 느낀 적도 많았었지만 다 한 순간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정말로 자신에게 찾아온 사랑이라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내 자신의 성격을 잘 알기에 많은 고민을 한다. 쉽게 사람에게 질리는 면도 있고 사람에게 쉽게 정을 주는 승희에게 지금 이 상황은 그런 정으로 인해 끌리는 것은 아닌지 하고 생각을 한다.

-경선... 자?
-아니. 지금 오락하고 있지.
-야! 어떻게 하냐? 이과장님이 사귀자고 했어.
-그래? 뭐라고 했냐?
-내일 대답해 준다고 했지.
-그건 잘 한 것 같다. 여자가 약간은 튕기는 맛이 있어야 하거든. 그런데...
-잘 모르겠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무슨 얘기야. 이과장님 괜찮게 생각했었잖아. 그러면 사귀는 거지.
-그런데. 혹시 사귀다가 헤어지면 어떻게 하냐?
-사귀다가 헤어질 수도 있는거고 아직 사귀지도 않았는데 그런 걱정은 왜 하니? 너 별 걱정
을 다 한다. 내가 보기엔 괜찮은데 왜. 너도 마음이 있었던 거고 마침 이과장님이 먼저 손을
내민 건데
-그렇긴 한데. 괜히 그런 걱정이 되서. 헤어질까봐. 그리고 내가 좀 사람한테 쉽게 질리잖아.
-그것도 어떤 사람 만나느냐에 따라 다르지. 그냥 오케이라고 대답해도 될 것 같아. 이게
아주 배부른 소리하네. 나야 잘은 모르겠지만 몇 달간 너 이과장님 쭉 지켜봤을꺼 아냐.
그러면 대충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구나 하는 거 알테고. 그때 봤을 때 절대 너한테
상처주거나 할 사람 같지 않더라. 네가 이과장님 상처 줄 것 같은데?!
-무슨...나도 괜찮다고 생각은 하는데 괜히 고민이 되서...어떻게 해야 하나 해가지고
-네가 알아서 결정하겠지만 한번 사귀는 것도 괜찮을 듯 싶어. 이런저런 사람 자꾸 만나봐야
하잖아. 그러다가 잘 되면 바로 결혼으로 골인하는 거고.
-결혼은 무슨.
-이를테면 그렇다는 거지.
-그래?! 그럼 난 좀더 고민 좀 해야겠다.
-야. 이상한 쓸데없는 상상하지 말고 푹 자. 싱숭생숭하겠다. 하여간 축하한다.

날이 밝아서 회사에 출근을 한 승희는 괜히 석준의 얼굴을 피했다. 마음은 있어도 아직 표현하지 않아서 그런지 괜히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승희씨. 잘 잤어요?)
(네. 과장님도요)
(저야 잘 잤죠. 생각해 봤어요?)
(어휴...그게요.)
(네)
(okay)
(??)
(okay 라구요)

더 이상 석준에게서 오는 문자는 없었다. 다만 안쪽 사무실에서 큰 소리로 웃는 석준의 목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승희도 나오는 웃음 참으려 입술을 깨문다.
회사에서 둘 사이의 교제는 비밀이었다. 물론 두 사람 말고 아는 사람이 없으니 괜찮지만 혹여 라도 알게 되면 아직 필드에 내려온 지 얼마 안 되는 이과장에게 괜한 불통이 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승희역시 행동이나 말을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

(나 홍성 다 왔어요. 집으로 갈께요.)
(저녁은 드셨어요? 안 드셨으면 저희 집에서 같이 드실래요?)
(그러죠. 그럼 먹을 것 뭐 사갈까요?)
(아니에요. 그냥 오시면 되요.)

승희는 즐거운 마음으로 밥을 하고 냉장고에 있는 몇 가지 안 되는 반찬을 꺼냈다. 함께 할 사람이 생겼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내가 힘들고 그가 힘들 때 위로도 해주고 같이 웃어줄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가. 더욱이 승희는 홍성에서 홀로 지내는 생활에 많은 외로움을 타고 있었다. 그렇다고 신희와 그리 각별하게 지내는 사이도 아니었기에 승희의 생활반경은 항상 정해져-회사와 집-있었다. 승희는 서둘러 방청소를 마쳤다. 10평의 오피스텔엔 침대와 장롱, 옷걸이와 책꽂이 2개, 장식장, 자그마한 책상과, 평소 음악을 좋아해 자신의 보물1호로 여기는 cd와 tape 들이 즐비하다. 기분이 좋을 때나 나쁠 때 항상 음악을 들으며 산다. 집에 텔레비전은 없어도 카세트와 CD 플레이어는 있었다.

(도착했습니다. 문 열어 주세요.)

-금방 오셨네요. 왠 과자에요? 저 잘 안 먹어요. 그냥 오셔도 되는데
-오다가 들러서 사왔어요. 김치찌개에요?
-김치에 참지 넣고 끊여 봤어요. 처음 해보는 거라서 맛이 있으려나 모르겠네요.
-아니에요. 집에서 해주는 밥 먹어본지가 하도 오래 되서 감지덕지죠.
-맛있네요.
-다행이네요. 엄마한테 전화해서 물어보고 한거거든요. 그리도 간을 할 만 것도 없었거든요.
-어휴. 밥 먹으니깐 좀 낫네요.
-오늘도 바쁘셨나봐요.
-부여에 피그뱅크 있잖아요. 거기가 지금 압류가 들어갔거든요. 그런데 지금 부여 소장님이
피그뱅크 연대보증을 서 줘서 소장님하고도 꼬였거든요. 소장님은 회사에서 이렇게
나오면 어떻게 하냐고 대리점 죽일 작정이냐 하는데 제가 할 말이 있어야죠. 대리점 어려운
거 뻔히 알거든요. 그래서 노부장님한테 대리점 좀 도와줘야겠다고 지원 품의서를 썼는데
노부장님이 그걸 안 된다고 하셨거든요. 소장님한테 말했더니 화만 내시죠. 저도 뭐라
할 말도 없고...
-휴... 다 어렵네요. 물론 제가 잘은 모르지만요. 그때 사오신 술이 좀 남았는데 드실래요?
-그러죠. 밥도 먹었는데. 백과장님 오셨나 모르겠네. 잠시만요.
-예. 백과장님. 저 이석준 입니다. 집에 들어오셨어요?
(아니! 여기 지금 합덕이야. 소장님하고 술 먹고 있거든?)
-저도 아직 안 들어왔는데 혹시나 도착 하셨나 해서요.
(너도 이리 와라!)
-네! 저 지금 부여에요. 거기 못 가요.
(부여에서 여기로 바로 쏘면 되잖아. 나 술 마셔서 운전 못 해. 그러니깐 나 데리러 와)
-백과장님. 거기서 그냥 주무시고 오세요. 저 지금 아직 소장님하고 일도 다 안 끝났어요.
(야. 너 지금 누구랑 있어.)
-소장님하고 있다니까요. 과장님 소장님 오셨거든요. 전화 끊을께요.
-뭐라고 하시는데요?
-합덕인데 거기 소장님하고 술 드시고 계시다고 데리러 오라고요. 내가 자기 밥인가. 자기
기분 나쁘고 하면 나한테 욕하고 자기 기분 좋으면 참. 그래서 집 빨리 나가려고 하는
거거든요.
-백과장님 그렇게 보이지는 않던데요. 좀 과묵하시다는 느낌은 있었는데
-그래서 제가 동기한테 백 과장 얘기하면 다들 못 믿어요.
-그럼 빨리 방 알아보세요.
-그래야죠. 그런데 지금은 대리점하고 피그뱅크 때문에 바빠서 신경도 못 쓰고요. 승희 씨
미안한데 나 잠깐만 침대에 누워서 자도 되요? 이따가 깨워주실래요?
-네. 그러세요.

승희는 석준에서 자신의 침대를 양보했다. 피곤하다고 하는 사람에게 싫다고 할 수도 없고 집으로 가라고 하기엔 승희 역시 석준과 함께 있고 싶어서였다. 그리곤 승희는 설거지를 하고 다 마신 술병을 치우고 침대 옆에서 기대어 앉아 잠든 석준의 얼굴을 쳐다본다. 코까지 골며 자는 그의 모습에 웃음이 나오나 보다 엷은 미소가 얼굴에 그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