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그녀의 남편은 그저녁에 그의 또다른 아내에게로 돌아가 버렸다.
그녀는 아직 방에서 나오지 않고 있었다. 가버린 남편이 차라리 그립기까지 했다.
지금 그녀의 심정은 누구라도 붙들고 한없이 울고 싶었다.
그녀는 소리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이내 아이들이 방문을 열고 들어 오고 있었다.
" 엄마! 엄마! 왜 울어? 엄마 아빠 어디 가셨어? 아빠가 때렸어?"
애들은 덩달아 울고 난리 였다.
셋은 정말 꼬옥 껴안고 한없이 울었다. 세상에 셋이만 고립 되었다는 처절함을
그녀는 눈물로 대신 하고 있었다.
이제 내일 이면 동네 방네가 다 알게 될것 이라는 자명한 사실을 그녀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아이들에게 조용히 타이르기 시작 했다.
"왜 사람에게 뒤에 눈이 없는줄 아니?"
아이들은 대답했다. "뒤에 눈이 있으면 머리에 가려 지니까!"
참 아이 다운 대답 이었다. 그녀는 이내 웃음을 지어 보이며 얘기 했다.
"뒤에 눈이 있으면 뒤를 돌아다 볼 필요가 없잖아.그럼 얼마나 편하겠니?
그것 처럼 느네들은 뒤에서 아줌마들이 뭐라구 해도 절대 뒤를 돌아 보지 말아라"
그녀는 우선 동네의 소문 들에서 애들을 지켜야 자유로울수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그럼 엄마! 아줌마 들이 불러도 대답하지마?"
" 응 대답 하지마, 돌아다 볼래면 힘들잖아"
그녀는 당연 하다는듯 답변을 했다.
이제부터 그녀는 철저히 아이들과 홀로서기에 돌입 해야함을 너무나 잘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밤을 그렇게 지새우고 있었다.
아이들을 등교 시킨뒤 그녀도 한복집을 향해 집을 나섰다.
저만치 앞에서 어머니가 보따리를 들고 오시고 있었다.
그녀는 마주치기 싫었지만 그노인네가 무슨 죄가 있겠는가? 그런 생각을 하니
그녀는 보따리를 들고 다녀야 하는 어머니에게 오히려 연민을 느끼고 있었다.
"어머니 왜 오시는거예요? 뭐 안좋은 일있으셨어요?"
"그 재리 같은년이 산바라지 끝났는데 왜 안가냐고 아범 한테 뭐라구 허더라.
그래서 내가 그냥 말두 안하고 오는 길이다."
어머니는 적잖이 속이 상하셨는지 투덜대며 말씀 하셨다.
그녀는 어머니의 보따리를 받아 들고 앞장서서 오던길을 되돌아 집으로 향해 갔다.
머릿속에서는 매미가 우는듯 굉음이 온통 머릿속을 어지럽히고 있었다.
"그래도 얘기는 하고 오시지 그러셨어요!"
그녀는 마음에도 없는 선한 모습으로 지껄여 댔다.
"그것들 아침까지 떠들더라, 어제 느이집 왔다가 늦게 왔다며 뭐했냐고 달달 볶더라"
"나는 한숨도 못잤단다. 그런 우라질년"
몇마디의 말씀속에서 남편도 잘못 산 인생의 댓가를 달게 받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그녀는 마음이 착잡해졌다.
어머니는 필요 이상의 쓸데 없는 소리를 하셨다.
"그것들 오래 못갈것 같더라. 에펜네가 어떻게 감때가 사나운지 그걸 기집이라구
어유 그눔이 환장을 했지..........."
어머니는 아들에 대해 가슴이 많이 아프셨는지 눈물까지 이렁거리셨다.
"어머니 그런 말씀 하시지 마세요. 헤어지면 남의 집 딸 또 망쳐 놓는거 잖아요."
그녀는 어머니에게 더이상 연관 짓지 마시라고 잘라 말했다.
못내 어머니는 아쉬운 눈치 셨지만 그녀는 애써 외면을 하고 한복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동안 홍역을 치루듯 복잡한 가운데 그녀는 열심히 배운 보람으로 이제는 조금씩 돈을 벌게 되었다. 조금 느리지만 곱게 바느질을 하면서 선생님께 칭찬도 듣게 되었다.
"어쩜 요렇게 야무지게 잘할까! 아주 잘 했어"
선생님은 그녀에게 바느질 잘하는것도 말끝마다 팔자라고 하셨다
그녀는 그때마다 그렇게 라도 홀로서기가 될수 있다면 고마운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제는 미싱 한대 사도록해, 그래야 일을 본격적으로 하지."
그녀는 선생님의 그 한마디에 날아갈듯 기뻤다. 참으로 오랜만에 기쁘다고 느꼈다.
그녀는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때 꽈리 수경이 엄마를 만나게 되었다.
"어디갔다 오는거야?"
수경 엄마는 물어왔고 그녀는 대답 했다.
"응 신신 캬바레에서 춤추고 오는거야, 그거 재미 있더라. 다음에는 우리 같이들 가자."
그녀는 순간적으로 거짓말을 좔좔 틀어놓은 수도 꼭지 처럼 토하고 있었다.
"아니 자기가 캬바레를 다 갔었다구? 그거 정말이야?"
꽈리 수경이 엄마는 믿기지 않는다는듯 매우 놀라고 있었다.
"왜 나는 거기 가면 붙들어 간다구 나라법이라두 생긴거야? 가면 어때!"
그녀는 타락한 여자 처럼 아무말이나 마구 지껄여 댔다.
그러면서 속으로 울고 있었다.
" 수경엄마 나 부탁 이 있어,"
그녀는 나즈막히 입을 열었다.
"무슨 부탁?"
" 응 혹시 우리 애들 마주치더라도 아빠 집에 들어오느냐? 그런것 묻지말아줘,부탁해"
수경엄마는 짐짓 많이 놀라고 있었다.
"정말 이구나? 그 개같은 놈 하구 이혼 해 버려! 뭐하러 그러구 있는거야?"
정말로 수경엄마는 자기 일 처럼 아주 많이 흥분을 하고 거침없이 욕을 해 댔다.
그러나 그녀는 아직 숙제 가 남아 있다는 얘기를 했다.
남편과 헤어질때 그녀는 두가지의 소득은 가지고 가야 할것이 있다고 했다.
그중 하나는 기술을 배웠으니 미싱을 마련해야 하고 다른 하나는 운전 면허를
취득 하려고 마음속으로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수경엄마와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 오는데 수경엄마가 다시 말했다.
"그럼 결국은 헤어질 각오를 단단히 하구 있는거네."
그녀는 그렇다고 했다.
"용기를 내, 나는 워낙 농담을 좋아하구 참견 하는게 재미있어서 그랬는데 자기 얘기
듣고 보니까 너무 가슴이 아프다. 그래두 밥 잘 챙겨 먹어 굶지 말구 "
수경엄마는 그 꽈리의 얼굴을 벗어 버리고 진심으로 그녀를 위로 하고 있었다.
그녀는 차라리 이렇게 털어놓고 얘기 할수있었던것이 다행스럽게 느껴 졌다.
"자기 힘내 알았지? 이따가 자기 집에 갈께!"
"그래 고마워 "
정말로 뒤에는 눈이 없었다. 비로소 마주보고 진심을 얘기 하니까 통하는 것이었다.
집으로 돌아 왔다.
어머니는 곤히 주무시고 계셨다.
"많이 피곤 하셨었구나," 그녀는 문득 시아주버님의 장례때 자식을 가슴에 묻으시던 어머니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어머니?" "많이 피곤 하셨나봐요?" 그녀는 살짝 어머니를 불러 보았다.
그 소리에 눈을뜨신 어머니의 깊게 패인 주름 저 안으로 또 다시 눈물이 고이셨다.
"에그 불쌍한것" 어머니는 그녀의 손을 끌어다 볼에다 대시고 슬픈 마음 을
전하고 계셨다.
" 어머니 저요 이젠 돈도 벌수 있어요, 이제 저도 선생님이 일감 주신대요."
그녀는 그분위기를 깨려고 일부러 어린애 마냥 응석을 떨며 얘기 했다.
"응 그러냐? 아이구 어련 헐려구 .에미 니가 못허면 누가 허냐? 너니까 허지!"
어머니는 아낌없이 칭찬을 하시고 계셨다.
그렇게 또다시 시어머니와 그녀의 동거는 시작 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