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모든것을 체념 한듯 아픈 기억들을 한 조각 한조각 뜯어 내기 시작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아직 포기 하지 못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곰곰히 따져 보며 어금니가
시리다고 느끼고 있었다.
아직 닥치지는 않았지만 머지 않은 미래에 닥쳐올 위기에 대해서도 꿋꿋히 맞서려는
마음을 다짐하고 스스로에게 아주 강한 텔레파시로 희망의 끈을 붙들라고 꾸짖고
있었다. 그녀에겐 이제 아주 연약한 새순 두줄기 만이 유일한 팀이라는것을 확인
시켜주는 기회가 되었을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무것도 아니었다.
참담한 마음은 어디 에도 표현 할수 없었고 누구에게 어떤 위로를 받는다고 해도
그것은 한순간의 사탕발림 으로 밖에 들리지 않을 형벌과도 같은 고통 이었다.
그녀는 늘 이런 순간에 더욱 태연 해지며 가을 논밭에 서있는허수아비처럼 머리속을
툴툴 털어낼수 있는 훈련이 잘 되어있다고 스스로 생각 하고 있는그런 여자였다.
"오! 하나님" 그녀는 짧은 외마디로 그녀의 심경을 모두 표현 하고 있었다.
그녀는 입은 채로 병원을 나와 버렸다. 더이상 그녀는 그들과 한지붕아래 있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수가 없었다.
그리고는 무작정 집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을때 였다.
그녀의 옆에 승용차 한대가 미끄러지듯이 다가 왔다.
그녀는 차에 빨려들어 갈듯이 아주 가깝게 스치며 계속 걸었다.
병원으로 향하던 남편의 차였다. 그녀의 남편은 백군이 되어 걷고 있는 그녀를
알아 본것 이었다.
그녀를 부르는 소리가 매우 놀란듯 했다.
"우영아? 우영이 맞지?"
그녀는 잠깐 멈추는듯 하다가 계속 걸어 가버렸다.
"우영아? 우영아? 거기 서봐!"
남편은 차를 세우고 뛰어 오는듯 했다.
이내 그녀는 붙들리고 돌려 세워졌다.
"왜 이렇게 되었어?" "어디서 그런거야?" "응? 말을 해봐"
갑자기 남편은 다정한사이인듯 가증스런 질문을 하며 그녀를 끌어 안고 있었다.
그녀는 그런 남편을 거부하지 않았다.
지금의 어설픈 이 포옹이 그녀에겐 마지막 이별의 포옹 이라고 생각 하고 있었다.
그녀 는 어느새 여자로 돌아가 있는지 울고 있었다.
남편의 어깨에 기대서 울고 있었다.
그리고는 다독거리는 남편의 손길에서 끓어 오르는 분노와 배신감으로 주체할수
없는 감정을 삭이고 있었다.
"미안 하다, 지영아! " '정말 미안하다."
그녀는 마지막 마음을 정리 하는 포옹을 한채 자기 이름을 찾아가고 있었다.
분명 그녀의 남편은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미안해 하고 있었고 그런 그를 그녀는
비웃고 있었다. 아니 미안 하다고 하는 남편의 위선을 애써 외면 하고 있었다.
오로지 지금 그녀의 머리속에는 집에 돌아와서 울고 있을 두 아이의 슬픈 눈망울
만 가슴을 때리고 있었고 귓가에는 우는 소리만 맴돌고 있었다.
"빨리 가봐야 되요" "애들이 울고 있을꺼예요"
그녀는 기대었던 그 어깨를 살며시 떠밀고 있었다.
"응 그래, 차에 타 데려다 줄께."
그러나 그녀는 괜찮다며 어서 들어가 보라고 오히려 배려 하고 있었다.
그녀는 남편과 이미 엇갈린 운명 이란걸 부인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녀는 그 운명에 아직은 순종 할수도 없는 수렁에 빠진듯한 위기감을
안고 살아가야만 하는 마음이 아주 가난한 여인네가 되어 있었다.
병원 침상에서 라도 구하려던 남편의 동정심을 지금 의 일어선 백군모습으로는
구하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들킨것에 대해 속으로는 무척 짜증이 나고 있었다.
"빨리 가보래두요. 누군가 병원에서 기다릴꺼 아니예요?"
그녀는 이제 소리 까지 지르고 있었다.
남편은 무척 놀란듯 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는 돌아서서 뛰기 시작 하였다. 정말로 달리는 백군의 모습 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느낌으로 달리고 눈물로 달리고 지난날을 후회하며 달리고 있었다.
결코 이건 내것이 아니길 바라면서 무작정 집을향해 달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