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경아 우리두 낚시하자]
어느새 바지로 갈아 입은 미경이의 소리에 나의 시선은 제자리를 찾았고
[그래 낚시라면 내가 빠질 수 없지 ]
익히 어부인 아버지를 따라 갈치낚시, 꽁치낚시, 선상낚시를 통한 돔이나 볼락의 입질 손맛을 익히 아는터라
미란이와 연화는 음악을 듣던지 책을 볼 것이 분명하고....
둘은 갯바위로 걸음을 옮겼다
[혜경아! 그 사람 참 괜찮더라 그냥 매력적으로 보이는 뭐 그런거 안있나 ~ 둘이 결혼도 할꺼가?]
[야는 무슨소리하네 그냥 직장동료지! 그냥 좋은 사람이라서 너는 그 멀대 어떻게 생각해?]
[머~ 보니 돈도 많은것 같고 참 카페한다 카더라 내가 점 찍었다 잘 되모 한턱 낸다 ]
그래 니 소질이 어디 가겠니?
[너희차에 같이 타고 온 사람 그 안경쓴 사람은 ?]
[공부한다하던데 칫 꼴에 고시한단다 공무원 시험이나 치지 그쟈~ ]
[머리 좋겠지 뭐]
[혜경이 너거 차에 그 남자는?]
[응~ 건축설계사무소 다닌데]
남자들은 몇보씩 떨어져 서있는 사람도 앉아 있는 사람도 있었다.
저만치 낚싯대를 받쳐든 그가 보였다.
[야~진자 크다 ]
미경이의 함성 멀대가 첫손맛을 본 모양이다.
생각보다 제법 큰 볼락이 파닥거리는게 보였다.
텐트친 곳과는 다르게 여기에는 몰도 많이 피어 있어 바다색이 갈색이었다.
수심도 제법 깊어 보였다.
[승호씨 낚싯대 여유분 있어?]
[너 낚시할 줄 알어?]
그는 자기 낚싯대를 내게 들라하고 낚싯대 채비를 해 준다.
지렁이까지 끼워서
[친구들 눈치채는거 아냐?]
[괜찮아 한번보고 그만인데 뭐 이렇게 또 만날 일 없구 신경쓰이나 보네 ? 편하게 놀아요
오랜 친구들이라 서로 흉보는 일은 없어 알아도 괜찮구]
그새 몇번의 작은 입질이 느껴지나 했더니 지렁이가 사라졌다
나는 익숙한 솜씨로 지렁이를 끼우고 바늘끝을 잡은채 낚싯줄을 팽팽히 당겨 튕겨 날렸다.
[으이~ 고순데~!]
[좀 있어봐 잡는걸 봐야지]
낚시 얘기외엔 다른 애기는 하지 않았다.
첫 입질이 왔다 무거운 듯 하면서도 힘은 없다.
그가 다가오려고 하는데
나는 거뜬히 챔질해 쭈욱 들어 올렸다.
망상어다 낚싯꾼들은 얘를 싫어하더만 이것 두 구워 먹으면 맛있던데
척척 바늘빼고 다시 지렁이 끼워 날렸다.
그의 시선을 느끼며
미경이는 이쪽저쪽 낚을때마다 쫒아다니며 호들갑이구 갯바위에 떨어진 고기도 못잡는다며
기겁을 한다.
4시간 정도 잠깐의 낚시질에 큰 고기는 없었어두 제법 열댓마리 낚았다.
나두 세마리 보태었으니 밥값은 한 셈이다.
잠깐의 들물때에 재미는 본 셈이다.
물이 더 들기전에 우린 짐을 꾸려 차를 주차해 둔 어장막으로 나왔다.
회도 만들고 매운탕도 끓이고 밥도 하고.....
수도와 화장실이 있으니 진짜 불편한 게 없었다.
텐트도 두개를 쳤다.
돌아가는 술잔에 기분들도 풀리고 분이기는 그야말로 최고조였다.
[미경씨 진짜 내 이상형입니다. 우리 곡 사귑시다 자~! 약속]
멀대는 새끼손가락 걸며 약속까지 했고
미경이는 여전히 억지춘향마냥 빼면서두 할 건 다하고
설계 사무소 다니는 태경씨는 나의 바램과 맞지 않게 미란이에게 쏠려 버렸고
그 고시생이랑 연화만 조용했다.
우린 목이 터져라 밤이 늦도록 노래를 불렀다.
하나 둘 없어지더니 우리만 남았다.
어쩌면 끝까지 앉아 버틴것인줄도 모른다.
모닥불도 다 타버리고 불씨만 남았는데.....
그는 자연스레 내 옆으로 자리를 옮겼고 어깨를 감싸는듯 하더니 나의 얼굴을 자기얼굴쪽으로 돌렸다.
점점 숨은 가빠지고 그의 손길이 몇번인가 망설이듯 하더니 끝내 브래지어 속을 더듬었고
아~! 난 머리가 아팠다.
그 의 숨결이 목에 느껴지는 순간 난 그를 밀쳤다.
내마음을 알 수가 없었다.
얼마나 기다린 순간인데 ..... 그래도 이성은 [안된다]고 부르짖고
그는 나의 팔목을 으스러지게 잡았다. 아프다고 해도 더 꽉 죄었다.
그리고 그의 차안으로 나를 밀어 넣었다.
의자를 앞으로 당기더니 뒤로 눕혔다.
난 진짜 저항할 어떤 시간도 공간도 주어지지 않았다.
어찌 된 일일까?
난 그의 등을 감싸 안고 있었다.
그를 내몸을 스치는 바람으로 느끼며 난 그에게 모든 걸 맡겨 버렸다.
그는 달랐다.
내가 알았던 "남자" 라는 것은 모두 빙산의 일각이었고
내가 여태 남자로 안 남자는 남자가 아니라 소년들에 불과한 것이었다.
그는 강하였고
짧은 아픔 뒤의 그 전율은
나를 다시는 벗어나지 못할 아득한 추락의 늪으로 이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