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장-------------------
당구장이지만 내부가 쾌적했다.
곳곳마다 작은 액자와 꽃들이 앙증맞게 조화되어 있었다.
"여기 어때?"
그 년은 약간 당황해 했다.
난 그 년을 보고 회심의 미소를 띄었다.
"나하고 당구를 치자는 거야?"
"왜 자신없어? 종목을 바꿀까? 바로 룸으로 가는 건 어떨까?"
"너 뭘 믿고 까부니?"
그 년은 가소롭다는 듯이 나를 노려보더니 갑자기 화가 나는지 확 뒤돌아서 나가려 했다.
난 그 년의 팔을 나꿔챘다.
"왜 이 바닥에서 다 그렇고그런 것 아냐? 왜 고상하게 굴려고 지랄이야?"
나도 화가 났다.
이미 볼장보자고 나온 년이 당구장까지 데려온 나를 무시하는 듯한 태도가.
사실 당구장에 데려온 것은 ..... 글쎄 그냥 데려오고 싶었다. 그리고 이 년이 처음이다.
철용이와 가끔 다녔지만 여자를 데려오기는 처음이다..
어쨌든 큐에 부딪혀 날아가는 수구는 나의 의지에 매달려 다른 공을 향하여 경쾌하게 부딪혀 준다.
그 짜릿한 맛은 침실에서 벌어지는 것과는 또다른 판타지다.
그 년 또한 단단히 화가 났다.
나의 다리를 발로 찼다.
"아아!!!!!!!!!!!!"
하지만 난 그 년의 팔을 더욱 세게 비틀어 쥐었다.
그 년 또한 비명을 질렀다.
다른 사람들이 재미있다는 듯이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자 게임할 거야, 나갈까?"
그 년 또한 약간은 누그러졌다.
지까짓 게 화내봤자 이로울 것이 없다는 걸 깨달은 모양이었다.
"내가 이기면 어쩔 건데......"
그 년은 나를 노려보며 얘기했다.
"말했잖아, 서로 소원대로 하자고."
"좋아, 후회하지는 말라구! 그리고 5선승제로 끝내자."
우린 포켓게임을 하기로 했다.
그 년이 선택했다.
뱅킹도 필요없을 것 같아 먼저 선공을 하라고 했다.
생각보다 큐를 만지는 솜씨가 노련해 보였다.
그 년의 짧은 스커트 아래로 펼쳐진 매끈한 다리를 놓치지 않았다.
곧 펼쳐질 그 년의 거친 숨소리를 생각하니 현기증이 잠시 들었다.
난 잠깐 또 다른 현기증을 느꼈다.
그 년은 나의 상상을 초월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년은 현란하리만큼 멋진 솜씨로 샷을 하고 있었다.
'오 마이 갓!!!'
스트록을 한 이후로 좀처럼 나에겐 차례가 돌아오지 않았다.
그 년은 다양한 브리지를 통해 공들을 요리해 나갔다.
손가락뿐만 아니라 손목에 가까운 손바닥의 일부도 크로스에 밀착시켜 안정감 있게 샸을 했다.
난 두 번의 기회가 있었는데 이상하게 계속 미스 샷이 나왔다.
지지 않으려고 디펜스를 시도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녀는 더욱 보란 듯이 공을 포켓인 시켰다.
난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게임은 쉽게 끝났다.
그 년은 큐를 조심스럽게 당구대에 놓았다.
그리고 다가왔다.
사람들은 그 년의 화려한 게임 운영에 박수를 보냈다.
"소원 들어 준댔지?"
난 턱 밑에 와 있는 그 년의 입술에 그만 눈을 감아 버렸다.
난 깜짝 놀라 눈을 떴다.
그녀는 이미 뒷모습을 보이며 나가고 있었다.
볼이 얼럴 했다.
그 년의 소원은 내 뺨을 때리는 것이었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