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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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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게임


BY 신세라 2003-09-26

  당구장-------------------

 

당구장이지만 내부가 쾌적했다.

곳곳마다 작은 액자와 꽃들이 앙증맞게 조화되어 있었다.

 

"여기 어때?"

 

그 년은 약간 당황해 했다.

난 그 년을 보고 회심의 미소를 띄었다.

 

"나하고 당구를 치자는 거야?"

"왜 자신없어? 종목을 바꿀까? 바로 룸으로 가는 건 어떨까?"

"너 뭘 믿고 까부니?"

 

그 년은 가소롭다는 듯이 나를 노려보더니 갑자기 화가 나는지 확 뒤돌아서 나가려 했다.

난 그 년의 팔을 나꿔챘다.

 

"왜 이 바닥에서 다 그렇고그런 것 아냐? 왜 고상하게 굴려고 지랄이야?"

 

나도 화가 났다.

이미 볼장보자고 나온 년이 당구장까지 데려온 나를 무시하는 듯한 태도가.

사실 당구장에 데려온 것은 ..... 글쎄 그냥 데려오고 싶었다. 그리고 이 년이 처음이다.

철용이와 가끔 다녔지만 여자를 데려오기는 처음이다..

 

어쨌든 큐에 부딪혀 날아가는 수구는 나의 의지에 매달려 다른 공을 향하여 경쾌하게 부딪혀 준다.

그 짜릿한 맛은 침실에서 벌어지는 것과는 또다른 판타지다.

 

그 년 또한 단단히 화가 났다.

나의 다리를 발로 찼다.

 

"아아!!!!!!!!!!!!"

 

하지만 난 그 년의 팔을 더욱 세게 비틀어 쥐었다.

 

그 년 또한 비명을 질렀다.

다른 사람들이 재미있다는 듯이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자 게임할  거야, 나갈까?"

 

그 년 또한 약간은 누그러졌다.

지까짓 게 화내봤자 이로울 것이 없다는 걸 깨달은 모양이었다.

 

"내가 이기면 어쩔 건데......"

 

그 년은 나를 노려보며 얘기했다.

 

"말했잖아, 서로 소원대로 하자고."

"좋아, 후회하지는 말라구!  그리고 5선승제로 끝내자."

 

우린 포켓게임을 하기로 했다.

그 년이 선택했다.

뱅킹도 필요없을 것 같아 먼저 선공을 하라고 했다.

생각보다 큐를 만지는 솜씨가 노련해 보였다.

그 년의 짧은 스커트 아래로 펼쳐진 매끈한 다리를 놓치지 않았다.

곧 펼쳐질 그 년의 거친 숨소리를 생각하니 현기증이 잠시 들었다.

 

난 잠깐 또 다른 현기증을 느꼈다.

그 년은 나의 상상을 초월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년은 현란하리만큼 멋진 솜씨로 샷을 하고 있었다.

 

'오 마이 갓!!!'

 

스트록을 한 이후로 좀처럼 나에겐 차례가 돌아오지 않았다.

그 년은 다양한 브리지를 통해 공들을 요리해 나갔다.

손가락뿐만 아니라 손목에 가까운 손바닥의 일부도 크로스에 밀착시켜 안정감 있게 샸을 했다.

난 두 번의 기회가 있었는데 이상하게 계속 미스 샷이 나왔다.

지지 않으려고 디펜스를 시도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녀는 더욱 보란 듯이 공을 포켓인 시켰다.

난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게임은 쉽게 끝났다.

그 년은 큐를 조심스럽게 당구대에 놓았다.

그리고 다가왔다.

사람들은 그 년의 화려한 게임 운영에 박수를 보냈다.

 

"소원 들어 준댔지?"

 

난 턱 밑에 와 있는 그 년의 입술에 그만 눈을 감아 버렸다.

난 깜짝 놀라 눈을 떴다.

그녀는 이미 뒷모습을 보이며 나가고 있었다.

볼이 얼럴 했다.

 

그 년의 소원은 내 뺨을 때리는 것이었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