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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우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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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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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년이다!!!!


BY 신세라 2003-09-23

회의실------------

 

"그럼 우리 영업 전반에 미칠 영향은 어느 정도 되는 거요?"

 

내가 들어서자 벌써 회의는 꽤 진행된 듯 싶었다.

사장이 나를 보고 약간 인상을 찌푸렸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이런 일이 한 두 번도 아니데 뭘 하는 심정이었다.

 

"그러니가 설라므네, 1.2분기에 조금 영업실적이 저조한 것은 우리와 경쟁관계에 있는 한라유통이 우리보다 훨씬 잘했기 때문에 설라므네....아, 그러니까....."

"아, 누가 잘했다는 것을 모른단 말이오?"

 

임원 중 하나가 답답하다는 듯이 소리쳤다.

 

그러니까 앞으로 전망은 어떻겠느냐는 말입니다?

 

부사장이 단호하게 얘기했다.

 

 "그 그 그러니까 아 앞으로  잘 해야........."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의 장실장은 앞에 놓인 물병을 엎질렀다.

서류가 젖었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한랑유통이 신축, 또는 개축을 한다, 겉으로 보기엔 커다란 악조건으로 보입니다만 오히려 전화위복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우린 그런 비용으로 차라리 독특한 아이디어를 내 우리만의 백화점을 만들어야 합니다.

요즈음은 인터넷 쇼핑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들을 매장 밖으로 불러내는 일이 중요합니다. 그럴려면 보여지는 것이 있어야 하겠죠.

기획팀에서 나름대로 방안을 세우고 있습니다.

한라유통이 저가로 밀고 나간다고 하여도 고급취향을 가진 소비자들이 쉽게 발길을 돌리진 않으리라고 봅니다."

 

임현선부장은 꼼꼼하게 조사해온 자료를 영상물을 통해 자세히 설명했다.

언제 보아도 믿음직스러운 부장님이었다.

다른 임원들도 그녀의 분석과 통찰력 있는 안목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사장인 아버지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나 또한 그렇다.

관심도 없지만 이런 회의는 지루해서 하품이 나왔다.

사실 아버지가 깨우는 바람에 잠을 제대로 못 잤던 것이다.

그래서 몸이 자꾸 저리는 듯 했다.

 

"오늘 미래 전자 여주 공장에 한 번 갔다오자."

 

아버지는 한마디 툭 던지고 나가버렸다.

 

 

사무실---------

 

노트북을 두드려 보았다.

눈에 들어오는 상품이 보였다.

 

"매장에 좀 나가봐야겠어요."

 

연주의 목소릴 듣는 둥 마는 둥 재빨리 나와 버렸다.

그녀는 분명 사장님과 나가야 되니 대기하고 있으라고 잔소리할 게 뻔 하니까

 

 

크리스틴 백화점 매장-------------

 

철용과 나는 매장을 둘러 보았다.

명품관이 쭉 늘어선 곳에선 항상 향기가 나는 듯 했다. 그것은 친어머니 냄새였다.

항상 구찌면 구찌, 프라다면 프라다, 페레가모면 페레가모

스테레오로 감싸고 다녔다.

어머니는 항상 명품을 선호했고 사람도 명품같은 사람들하고만 어울리는 것 같았다.

 

매장직원들은 벌써부터 나를 알아보고 깎듯하면서도 넘치지 않는 매너로  대했다.

내가 이 회사의 힘있는 오너라는 것은 모르지만 이 명품관에 일등고객이라는 것은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래서 날 최고의 예우로 대하는 것이다.

난 인터넷에서 보아둔 페가가모 선글라스를 구입했다.

 

매장은 항상 활기가 넘쳤다.

특히 지하의 시식코너는 더욱 그랬다.

 

"철용아, 여기서 칼국수나 먹자."

"넌 다른 건 다 명품명품하면서 입은 어째서 서민이냐?"

"그게 나의 매력 아니겠냐?"

 

그것은 이중적인,

나의 가정사화도 같은 궤를 하는 이중적 의미를 가졌다.

어머니 이민경과 아버지 한가진의 삶의 방식 차이.

그것은 명품과 싸구려 중간에 서 있는 나의 삶이 아닐까

 

"정연아, 저 아가씨 혹시..... 나이트......같은데.....".

"어디?"

"저기 튀김먹고 있는 자주색 스커트.....우리 회사 유니폼 같은데?"

 

잠시 생각을 했다.

난 머리를 흔들었다.

 

"그래.......노출증, 난 분명 노출증을 택했는데......호텔을 방문한 건 유난히!!!!"

 

난 그 년에게 성큼성큼 걸어갔다.

 

"나 기억하니? "

 

뜨악하게 날 쳐다보는 그녀의 눈은 잠깐 놀라는 듯 하더니

 

"잘 모르겠는데요."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녀는 먹던 튀김을 마져 먹으며 옆에 동료와 일어섰다.

 

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분명히 노출증인데......."

 

"어느 부서에 근무하는 누구인지 알아봐."

"왜? 우린 쿨하게잖아."

 

항상 깨끗하게 끝내자는 철용이의 일침이었다.

 

"알아봐, 재밌는 일이 있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