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때와는 달리 나는 술을 많이 마셨다.
내가 이끌어야 할 시점에서 난 그 년에 의해서 호텔방에 들어갔고 그 다음엔 .....
그 다음엔 일을 치루었을 것이다.
사실 이렇게 허망하게 하룻밤을 치룬 건 처음이었다. 만나는 년들마다 느끼는 성감대와 해달라는 요구가 다 달랐지만 어제는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옵빠, 허리도 어지간하다. 힘은 내가 썼는데 말야...."
근데 어째서....
인어공주가 아닌 느낌은 왜인지 모르겠다.
하기사 철용이가 싸구려같다고 하더니 그 녀석이 나보다 보는 눈이 한 수 위였나보다.
생긴 건 그런 대로 봐 줄만 한데 태도가 영 내 과가 아니다.
어떻게 저 년을 떼어버릴지.....
'도체 내가 간밤에 뭐라 한 거야.....'
"옵빠, 장화가 뚫어져서 혼났다."
으악, 그건 무슨 소리인가, 이 명품 장화는 질기고도 튼튼한 도깨비 빤스같은 것인데 이건 무슨 헤궤한 억지란 말이니가?
난 순간 정신이 아찔했지만 냉정을 찾았다.
"얼마면 되니?"
"계속 사귀면 안되겠지잉?"
그 년의 행태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다. 절이 싫은 내가 뜬다.
지갑에서 잡히는 대로 빼서 그 년에게 팽개치듯 했다.
그리고 허겁지겁 방을 나왔다.
거리----------
내 나이 28살.
이런 생활 겨우 2년하고도 5개월째인데 이런 황당한 경우는 정말 처음이다.
내가 돈이나 있었기 망정이지 하마터면 인생 저런 년한테 발목 잡힐 뻔 했다고 생각하니 아찔했다.
이런 바닥 생활에 별꼴을 다 본다며 침을 뱉었다.
"어떤 짜식이야?"
육교를 건너기 위해
계단을 사용했던 나는 밖으로 침을 뱉었던 게 재수없는 년들한테 떨어진 모양이었다.
한 년이 뛰어 올라왔다.
"너, 뭔데 분비물 날리고 지랄이야?"
"........"
"......."
"썬글라스?"
"재수?"
난 먼지를 털어내듯 진저리를 치며 재빨리 달아나 버렸다.
정연 방---------------
갑자기 햇볕이 쏟아져 들어왔다.
'햇빛도 날 가만히 놔두지 않는군.'
이불을 뒤집어 쓰자 갑자기 이불이 확 재켜졌다.
이불을 꼭 쥐고 있었던 난 이불과 덩달아 날아갔다.
꼰대의 힘이 분명했다.
"오늘은 꼭 회사 나오너라."
벌떡 일어난 난 반사적으로 말했다
"겨우 낙제만 면하고 졸업한 내가 뭘 안다고 회사 경영 타령이야? 으이씨....."
"오이씨?"
아버지의 황당한 반문이었다.
'다른 건 다 다른데 귀 어두운 건 부전자전인가보네'
어제 난 애교덩어리였던 애숙이인 줄 알았는데 자기 이름 알아 주었다며 좋아하던 미숙이가
갑자기 생각났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이놈이 아니 아버지가 말하는 데 비웃어?"
"이놈 저놈 하지 마! 듣는 이놈 기분 나쁘잖아. 내가 새어머니보고 이년 저년 하면 좋겠어?"
"저저 말버릇하곤...."
이런 말다툼이 하루 이틀이 아니다보니 아버지도 금새 꼬리를 내리며 어르듯 나에게 말했다.
"어찌되었건 그래도 너희 어머니다.....영숙......"
꼰대는 새끼 손가락을 내밀었다. 가끔 난 꼰대의 유치한 이 약속, 손가락내밀기에 마음이 약해진다.
꼰대가 그래도 아들인 나에게 유일하게 애정을 표시한 순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도 또한 어렸을 때로 돌아간 것처럼 싫지만은 않았다.
"싸인은 왜 안 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