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767

잃어버린 아들의 여자


BY 푸르미 2003-09-10

"민형씨세요?"

 

누구지? 왜 아무 대답이 없지?

윤경이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어머, 안녕하세요. 들어오세요"

 

50대 초반의 여자였다.

나이에 비해 주름살이 더 많아서 그럴까.

인자해 보이는 인상이었다.

 

"해인이 좀"

"들어가보세요."

 

50대 여자의 목소리에 방안에서의 해인은 온 몸이 굳어있었다.

 

"들어가도 되겠니?"

"들어오세요"

 

한복을 단아하게 차려 입은 모습이었다.

 

"오랜만이구나"

"네 건강하시죠?"

"얘기 들었다."

"..."

"그 녀석 아직 어려 철이 없다. 건 너도 알꺼야"

"..."

"진형이 보내고 많이 생각했었다.

니 죄가 아니라는 것도 말이야."

"...죄송합니다."

"근데 나도 자식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사람인가보더라.

너를 원망하게 되고. 너를 미워하게 되고. 그렇게 하루하루 보냈다. 그 사고로 너도 이렇게 되었는데 말이야.

아마도 널 평생 잊지 못할꺼라 생각했다. 다시 만나고 싶지도 않았고 널 보면 진형이가 떠오르니깐"

"..."

"너 또한 그렇겠지만"

"...알겠습니다. 어머님 말씀 이해합니다.

이해하고 말구요. 제가 욕심이 컸어요. 용서하세요"

"가보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방을 나갔다.

그모습을 누워서 그 모습을 모두 지켜보았다.

두시간 후면 그 사람이 올것이고... 불보듯 뻔한 상황.

 

"얘기 좀 하고 싶어요"

"..."

 

윤경이 급하게 나가려는 진형의 엄마를 불러세웠다.

그리고 거실의 쇼파에 둘은 나란히 앉았다.

 

"그 사고로 피해를 입은 사람은 진형씨 뿐만 아니라는 거 아실꺼예요"

"..."

"어쩜 우리 아가씨가 더... 심하다는 것두요"

"..."

"이러지 마세요. 부탁합니다.

저희 욕심일 수도 있지만 사람 맘이 그런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말없이 진형의 엄마가 나갔다.

 

그리고 50여평의 집은 고요해졌다.

울음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2시간이 흐른 후 민형이 아주 밝은 모습으로 집에 들어섰다.

깔끔한 니트티에 청바지 차림이었다.

 

"죄송합니다. 고속버스 표가 없어서"

"들어가보세요. 아가씨 기다리고 있어요"

"네"

 

분위기가 우울했지만 민형은 뒤로 삼키고 보고 싶던 여자의 방문을 열었다.

 

"왔니?"

"좋아보이네요"

"그래 보이니?"

"솔직히 농담했구요. 무슨일 있었어요? 얼굴이 좀 않좋네"

"... 샤워해서 그런가?"

"나온다고 준비한거예요? 우와 멋지다. 이뻐요. 내가 보는 눈은 있어"

"그래? 앉어. 시험은 잘쳤니?"

 

경대 의자를 당겨 침대 옆에 앉았다.

 

"만족은 아니지만 후회는 없어요"

"... 다행이다"

"교수님은 아직 퇴근 전인가봐요"

"오빤 좀 늦을꺼야"

"오늘 자고 가야 겠다. 시험도 끝났는데... 해인씨 옆자리 비워 줄 수 있죠?"

"... 장난 말고. 오늘 가야지. 부모님 기다리실텐데"

"뭐 어때요? 어차피 내 여자 될텐데"

"..."

"안그래요? 교수님이 좀 날뛰시긴 하겠다."

"저기 민형아... ..."

 

해인의 말이 늘어지고 있었다.

늘어지는 말 속에 담긴 숨은 뜻... 민형의 표정이 굳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