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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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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앓이9


BY 허공 2003-09-25

그 남자의 이야기를 듣고 돌아 온 날 밤 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운명이 이렇게도 꼬일 수가............

 

조금만 더 기다릴걸....하는 후회와  불행한 모습으로 내 앞에

 

다가온 그 남자로 인하여 난 밤새 나도 모르게 갈등하고 있었다.

 

뿌연 아침이 밝았건만 난 어제 일이 꿈을 꾼것만 같았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남편은 어디가 아프냐고 묻는 말에

 

가을이라서 그런 것 같다고 ............

 

혼란스러운 마음을  애써 지울려고 집안을 구석구석 청소를

 

하고 있는데......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응 나야...너 어제 어디 갔었어....몇번을  해도 없던데"

 

" 응  볼일이 있어서......시댁에...."

 

"무슨일 있어?"

 

"아니 그냥"

 

나도 모르게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왜....아침부터...?"

 

"응 점심때......너하고 점심 먹을려고.."

 

"어디서..."

 

"그때 그집에서 먹자......사장얼굴도 볼겸....."

 

"다른데서 먹으면 안될까?"

 

"왜?...그집이 괜찮던데.......음식도 맛있어....그집에 가자"

 

할말이 없었다....경숙이는 전혀 모르는 일이기 때문에

 

내가 그  부케의 주인공인줄도 모르고  연신 가자고 졸랐다.

 

"알았어.....그런데 너에게 할 이야기가  있어"

 

"뭔데?"

 

"지금 올 수 있으면 우리집으로 와"

 

"응...알았어"...라고 하면서

 

난 시집와서 그래도 이웃으로 만나서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살아온 친구에게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이 상황을 이야기

 

하고 싶어졌다........

 

전화수화기를 놓자마자 달려 온 경숙이는

 

"무슨 일인데?"

 

"차한잔 줄까?"

 

"응.....녹차주라.....무슨 예기인데..."

 

성질급한 경숙이는 주방까지 따라와서 묻고

 

난 어제 나에게 일어났던 모든 이야기를 했다.

 

한참을 말없이  한숨만 쉬더니.....

 

"그래서 너는 어떡할건데?"

 

"어떡하긴...이대로 있어야지"

 

"널 위해 이도시까지 왔다면 이제 너를 만났는데

 

그사람이 가만히 있겠느냐고"

 

"나도 잘 모르겠어......잊어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아닌가봐....마음이 많이 아파...그사람 모습에"

 

"너는 너가 할수 있는것은 다 했잖아....망말로 어느여자가

 

칠팔년씩  기다리냐....결혼을 정식으로 한것도 아니고

 

몸을 섞은것도 아니고....."

 

그래도 조금만 더 기다릴것 그랬나봐"

 

"그런데 그억새부케는 왜 그남자가 가지고 있는거야?"

 

"그날  그사람 차에두고 내가 내렸는데..나에게 전해 줄려고

 

했는데  그때는 그사람도 잊어 버렸데...그런데 대전으로

 

떠나면서  꼭 돌아와서 나에게 다시 그부케로 정식 결혼

 

을 하기 위해서 자기 짐속에 넣어 갔대."

 

"그럼 중간에 여자하고 살면서도 안버렸다는 거잖아"

 

"응.....기다리고 있을 나에게 미안해서 처음에는 버릴수가

 

없었고...나중에는 나를 만나면 다시 주인에게 돌려주고 싶어서

 

간직했대."

 

"이제 어떡할래?"

 

나는 아무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나도 내 자신을 알수가

 

없기 때문에........

 

"그냥 잊어버려....넌 이미 결혼했고...아이도 있는데 "

 

"그런데 이상한건 아직도 내 마음속에 미움보다는  그리움이 더

 

많이 자릴잡고 있었나봐"

 

"당연하지...세월이 얼만데..."

 

"만나기 전에는 그사람을 많이 미웠했어...차라리 죽고 없기를

 

바란적도 있었어.......그런데 만나서 사연을 듣고 나니

 

얼마나 마음이 아픈지 ....내가 안아주고 싶었다니까"

 

"그렇다고 15년전으로 돌아갈수는 없잖아 "

 

"그렇지"

 

"앞으로가 문제네"

 

우리 둘은 한숨만이 해결인양  그대로 앉아 있었다

 

아무런 방법이 없기에............

 

한참만에 경숙이는 돌아가고 난  외출준비를 하였다.

 

그남자에게 전화를해서  어느 까페에서 만나자고.......

 

약속시간에 나타난 그사람은 얼굴이 많이 상해 있었다.

 

이 남자도   나처럼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구나...라고

 

우리는 차를 시켜 놓고 내가 먼저 말을 했다.

 

"이제는 결혼해야지요"

 

"나 같이 늙은 남자한테 누가 올려고 하겠어.." 라고 하면서

 

웃었다.

 

"그래도 남들처럼 한번 행복하게 살아봐야죠?"

 

"내 가슴에 있는 너는 어쩌고"

 

"난 이미 결혼했잖아요...그러니까 가슴에서 지워요......

 

미안해 하지도 말고....뒤돌아 보지도 말고

 

앞으로의 인생만 생각하면 좋겠는데"

 

"난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너만 생각 할거야

 

이렇게 살아 왔듯이 그렇게 살아 갈꺼야 

 

넌 그냥 행복하게 살아...가끔 한번씩 우리가게에

 

놀러만 오면 되는거야"

 

"바보처럼 왜 이렇게 살아요...좀 잘살지"

 

난 또 눈물이 났다.....

 

"왜 울어...난 괜찮은데.....그런데 너 많이 변했다

 

이쁜쪽으로....그런데 착한건 여전하구나

 

참 !학교는 왜 그만 두었어"

 

"그냥  어떻게 그런것 까지, 그런데 왜 내 앞에 안나타난거야

 

내 주변에 있으면서"

 

"너가 많이 변해서 몰라봤어...사실은"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로 저녁을 맞이했고 난 아이들의

 

저녁을 차려주고 밤에 그 찻집으로 친구와 가겠노라는

 

약속을하고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