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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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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앓이8


BY 허공 2003-09-23

 

그 남자를 보내고 돌아온 그날부터 그여자는 앓기 시작했다

 

가을비를 너무 심하게 맞은 탓도 있지만  첫사랑을 멀리 보내고

 

혼자 남음에 쓸쓸함도 같이 찾아 온 것이다.

 

"몸도 약하면서 비는 왜 맞고 다녀"

 

엄마의 안타까운 잔소리에도 아량곳하지 않고 난 더욱 심하게

 

며칠을 앓았다.

 

가을이 끝나갈 무렵이 되어도 대전에 간 남자는 한통의 전화도

 

없었다.......그러든 어느날

 

우체부가 아가씨가 기다리던 편지가 온 것 같다며 쑥 내밀면서

 

"대전이네요"........라고

 

너무 반가운 마음에 주소는 확인도 하지않고 봉투를 뜯어니

 

         사랑하는 나의 미영씨에게

 

대전에 와서 난 지금 회사업무 익히느라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어...나의 소식을 많이 기다리고 있다는것 알면서도

 

나의 개인 사정으로 늦어졌어....미안해.......

 

라고 연신 적혀있는 편지 어딘가가 이상한 나는 주소를 보기

 

위해 봉투를 봤을때

 

그곳에는 "대전에서 김도훈 "이라는 이름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난 그남자의 친한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물어보고 싶었다.

 

"여보세요...안녕하세요..저 미영인데요

 

도훈씨한테 연락이 되나요.....편지가 왔는데 주소도 전화번호도

 

아무것도 없어요"

 

"네.....나도 아는게 없는데...그놈 송별식날이 마지막이였데"

 

참으로 할 말이 없었다.

 

의문은 계속 되었다.....왜 주소를 적지 못했을까?

 

기다리면 소식이 올 거야....라는 생각에 난 일상으로 돌아가서

 

그남자가 없는 하루는 참으로 심심했다.

 

퇴근해도 차 마실 사람도 드라이브를 가자는 사람도 없는 따분한

 

나날을 보낸지 6개월 어느날...

 

점심을 먹고 막 식당에서 돌아오는데 복도 끝까지 들릴만큼

 

전화벨이 요란스럽게 울리고 있었다.

 

"참 끈질기네....안받으면 끊지"  ....라고 중얼거리면서

 

난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태화건설입니다"

 

"여보세요......여보세요......

 

"미영아"........

 

"도훈씨....어디야......집에 온거야...."

 

"아니야....잘 지내고 있는거지..."

 

"응 ..어딘데...내가  갈께?"

 

"대전이야....너가 너무 보고 싶어...그리고 미안해..."

 

"왜 자꾸 미안하다고 해...난 괜찮다니까!"

 

"이제 되었어...너 목소리 들었으니까...또 전화 할께"

 

"도훈씨...."

 

전화는 끊어졌다......그리고 기다림은 시작 되었다.

 

아무일도 할 수가 없었다.....온통 그남자의 생각뿐

 

사방으로 수소문해봐도 그남자의 소식을 알 길이 없었다.

 

그렇게 일년의 세월을 보낸 어느 여름날........

 

"미영씨 맞죠?"

 

"네....안녕하세요.....상민씨는 여길 어떻게...."

 

"네...전 이역에서 근무합니다"

 

"네"

 

"미영씨는 어떻게 여길.....?"

 

"네....우리초등학교로 발령 났어요....그래서..."

 

"와...잘되었네요....그렇게 기다리더니.....축하합니다"

 

"네....고마워요..."

 

"그런데 도훈이는 연락 오나요?"

 

"아니요....무슨일이 있나봐요...아니면 바쁘던지......"

 

"네"

 

그런데 그친구의 마지막 대답이 너무 이상했다 .

 

"혹시 연락이 되나요?"

 

"저번에 한번...."

 

"언제요"

 

"그런데 미영씨 정말 모르나요?"

 

"뭘요?"

 

"도훈이가 결혼을 했다던데....."

 

"에이...아니예요....저 보고 기다려 달라고 심심당부했는데"

 

"헛소문인가?  아닌데....여자하고 시장보는걸 누가 봤다고

 

했는데...."  라고 말 끝을 얼부무렸다

 

집에 돌아 온 난 여름 방학이 시작되면 대전으로 그남자를

 

찾아가고 싶었다....내 눈으로 확인하기 위하여.....

 

아이들과 지내는 시간은 그남자를 조금은 머리속에서

 

지울 수 있었지만 혼자 남은 시간엔 몹시도 그리웠다.

 

난 방학이 시작되자 집에는 학교에 일이 있다는 핑계로 내려가지

 

않고 그남자를 만나기 위해 대전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언젠가 송별식에서 들었던 그 회사의 이름과 부서만을

 

기억하면서......

 

대전에 내리니까 참으로 망막했다.

 

난 택시를 타고 그회사 이름을 이야기하니까

 

그 운전기사는 잘 안다고 하면서 참으로 친절하게

 

그회사 입구에 내려 주었다.

 

경비실 직원이 어떻게 왔느냐고 물었다.

 

난 어느 부서의 그 남자를 찾는다고 이야기하니

 

전화로 물어보는것 같았다.........그러더니

 

"아가씨....그분은 두달전에 퇴사했다고 하네요..."

 

"퇴사요?.....왜요?..."

 

"이유는 잘 모르겠네요....라는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대답만

 

듣고 돌아 설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신나서 간 회사에.....꼭 승진해서 돌아오리라던 사람이

 

왜 ? 퇴사 했을까?

 

난 그자리에 몆발자욱도 못가서 쓰러졌고..........

 

눈을 떴을때는 이미 병원이였다.

 

의사는 심신을 안정해야 한다고  신신당부를 뒤로하고

 

난 언젠가 한번 가본 그남자친구의 원룸을 기억해냈다

 

...그래..그곳에가면 그사람소식을 알거야....라는

 

희망을 안고 난 원룸의 문을 두드렸다.

 

"누구세요"

 

"저 잠깐만요..."

 

친구는 문을 열더니 놀란 표정으로

 

"미영씨!!"  여긴 어떻게?"

 

난 그남자를 만나러 왔다가 못 만난 자초지종을 이야기했고

 

그 남자는 듣고만 있었다...

 

"영호씨도 소식을 모르나요?"

 

아무 말이 없었다.......한참후에

 

"그냥 잊어 버려요......대전온 첫날 보고 한번도 본적이 없는데

 

어디서 잘 먹고 잘 살고 있겠죠......나쁜자식......어휴..."

 

느낌이 이상했다....대전에서 과연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렇게도 모든 사람들이 모른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일까?라고

 

난 허탕치고 속상하는 마음을 애써 누르고 돌아 설 수 밖에

 

없었다....그러나 여름이 끝날갈 무렵

 

난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이유없이

 

그사람이 너무 보고 싶어 억새밭을 쏘 다니고

 

밤이면 높은 열에 시달리고  낮이면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으로 돌아가는 가을은 죽음과도 같았다.

 

기다리면 돌아오리라는 그남자와의 약속을 마음에 묻고

 

해 마다 가을이면 난 가을 앓이를 시작했다

 

집에서 결혼하라는 성화에 난 선본 남자와 결혼하겠다고

 

이야기를하고.......마지막으로 가을 억새밭에 찾아 갔다.

 

....도훈씨....어디 있는지 몰라도 나 미워 하지마

 

이제 기다림에 지쳐서 나 결혼해.....내가 가을이면

 

가을앓이하는것 다 도훈씨 때문이야.....이럴거면서

 

내게 왜 기다려 달라고 ..아니면 소식이나 주던지

 

이제 잊을거야......그래도 얼굴은 한번 보고 싶어...

 

난 그자리에서 꾸역꾸역 넘어 오는 울음을 삼키며

 

뒤돌아 섰고.....두달뒤에 선본 남자와 결혼을 했다.

 

그러나 결혼을 하여도 가슴밑바닥에선 언제나 그남자가

 

자기를 기다려 달라던 그말이 지워지지 않고 선명하게

 

살아서 해마다 돌아오는 가을날엔 가을앓이를 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