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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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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7


BY 허공 2003-09-22

 

아침부터 가을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그 남자는 대전으로 떠날 준비가 다 되었다.

친구들은 대전으로 떠나는 그 남자를 위하여 저녁에 송별식을 하기로 했다.

하루종일 내리는 비는 밤이 되어도 그치치지않고 우리들은 가을비속에 한 술집에서 송별식은 시작되었고...........

자정이 다 되어서 그 송별식은 끝나고 그 남자와나 둘만이 남게 되었다.

"도훈씨........"

그남자를 불러 놓고 뒷말을 이을수 없어 그냥 쳐다보는데...

"미영씨....전화자주해.....그리고 주일마다 만나자...."

"응 .....알았어....매주 올거지?"

"응...당연하지...두말하면 잔소리지"

"도훈씨가고나면 나 심심해서 어떻게해?"

"내가 매일 전화하고 보고 싶다고 말만하면 달려올께"

"정말이지....약속했다"

"응.....우리는 우리들만의 결혼식도 했잖아...그러니까 너는 나의

 

영원한 신부야.."

 

나는 그냥 그를 믿고 싶었다.

 

그러면서도 마음한구석에는 그가 가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지금 보내면 돌아오지 않을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우리집에서 나의 신랑감으로는 안된다는 엄마의 반대를 그남자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늘 만나면 난 그남자에게 미안했고....그남자 역시 때로는

 

갈등하는걸 느꼈다.

 

"미영아......날 기다려 줄거지?"

"응.....우리엄마 신경 쓰지마....내가 좋다고 우기면 져 줄거야

 

자식이기는 부모 없다고 하잖아!"

 

"그런것 때문이 아니고...너에게 미안해서 ....널 언제 데리고 갈지

 

또 고생 시킬까봐서......너 너무 착하고 순진해서 두고 갈려고하니

 

걱정되고......너도 나 따라 갈래?"

 

"지금당장"

 

"응"

 

"안되.....회사는 어쩌고...또 우리부모한테는 뭐라고 이야기해?"

 

"그렇구나.....참 슬픈 현실이다....내가 못난 탓이야...."

 

"오늘따라 어디론가 멀리 떠나서 안 올 사람처럼 그러네"

 

"꼭 성공해서 당당하게 널 데리러 올께...알았지?"

 

"응...이제 그런말 그만해"

 

그남자와 마지막으로 한잔을 하고 우리는 역 근처로 가서 자기로

 

했다......내일 기차시간 때문에

 

그남자를 앞세우고 들어온 여관은 어색했다.

 

성인이 되어서 그것도 남자와 단 둘이서 여관에 온 것은 처음이였

 

다......서로 바라보고 웃었다...그리고

 

"미영아 너 침대에서 자......난 바닥에서 잘께"

 

"응"

 

텔레비젼을 켜 놓고 난 침대에 눕고 그남자는 

 

"한숨자....내가 깨워 줄께?'

 

"꼭 깨워야 해...혼자 가면 안돼?"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고.......조금의 시간이 지나자

 

침대옆으로 슬그머니 다가왔다.

 

그리고 힘든 표정을 지어 보이면서...

 

"나 지금 많이 힘들어"

 

"뭐가"

 

"널 가지고 싶어"

 

"미쳤어 !  결혼할때까지 안한다고 했잖아?"

 

"그럼 그건 안할께....그대신 안고 자면 안될까?"

 

"진짜 안하는거다...약속해"

 

그러고 나서 여자는 그남자가 옆에 눕는것을 허락했다.

 

포근하게 안아주는 그남자의 뛰는 가슴을 애써 외면하고....

 

막 잠이 들려고 하는 순간

 

그남자의 손이 여자의 가슴으로 들어왔다

 

"가슴이 되게 작네"

 

하면서 무안했는지 여자에게 키스를 했다

 

그러면서 대뜸하는말....

 

"너 남자하고 누워 있는거 처음이지?"

 

"아니다.....우리 아빠옆에 많이 잤는걸"

 

 

그남자가 혼자서 웃기 시작했다.......한참동안

 

"바보야 ! 아빠말고"

 

"응.....도훈씨는....?

 

 

"서른나이에 나도 여자는 처음이야"

 

그러면서 뼈가 으스러질만큼 꼭 껴안았다.

 

그남자는 남자의 본능을 참느라 힘든 밤을 보내고

 

여자는 그런 남자를 바라 보느라 힘든 밤을 보내고

 

뜬 눈으로 보내고 아침을 맞아 창 밖을 바라보니 아직도 가을 비는

 

내리고 있었다.

 

"아직도 비가 오네"

 

"이비 끝나고나면 조금씩 추워질꺼야...감기 걸리지마..."

 

"별 걱정을 다 하네"

 

"빨리 가자 기차 시간  늦겠다"

 

우리는 역으로 향해 걸어가면서 왜 그렇게도 모든것이 아쉬운지

 

이 길이  짧게만 느껴졌다.

 

나의 두손을 꼬옥잡은 그남자는 몇번이나 기다려 달라는 신신당부

 

를 했고 ...여자는 기다리겠노라고....

 

손님을 태운 열차는 떠날 준비를 하고 나를 향해 바라보는 그남자

 

의 눈빛은 슬펐다.

 

떠나는 열차를 바라보면서 왠지 모를 불안함이 나를 엄습해 왔다

 

혼자 남은 난 가을비를 맞으면서 조금만 기다리면 될꺼야.......

 

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면서......그가 돌아 올 그날만을 위한 시간속

 

으로 들었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