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넘어 보이는 아파트입구에 낯익은 차가 들어서고 있었다
경숙의 차였다 오늘 오후에 시내에 볼일이 있다고 아침부터
전화로 나에게 같이 가자고 성화를 부렸다.
"딩동 딩동"
"문 열렸어! 그냥 들어오면되지 왠 초인종"
"그냥 심심해서 준비는 다 되었지?
"응 그런데 시내간다면서 넌 꼭 누굴 만나러 가는 사람같다...옷차림이"
"니가 보기에는 어때 이쁘냐?
"이나이에 선을 보러 가는것은 아닐테고,정말 어디가는데?
"준비다했으면 빨리가자 ,늦겠다"
"응"하는 짧은 대꾸를하고 방으로 와 핸드백을 들고 나오면서도 궁금증은 사라지지를 않았다
경숙이는 엘리베이트가 늦게 내려온다고 혼자서 궁시렁거리면서 연신 이뿌냐고 묻는다
난 다시 한번 경숙을 쳐다보니 오늘은 참 세련되게 입고 있었다
경숙은 여전히 궁시렁거리면서 차를 몰고 아파트를 빠져나와 시내와 무관한 외곽지의 도로로 접어들고 있었다
"야 지금 어디가? "
"가만히 있어봐 ,좋은데 가니까"
평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의 경숙이를 보는 느낌이 들었다
한참을 달리더니 "어 저쪽이네"
하는 소리와 동시에 쳐다보니 산속에 있는 찻집이였다
"산속에 왠 찻집이야 "
"가을향기가 듬뿍들어 있는 차가 아주 많테 "
"나한테 차한잔 마시자고 온 것은 아닐테고 이쯤에서 이실직고해라
이번에는 뭐냐니까?
"그냥 가을이니까 차한잔 마시자고 분위기 있는데서"
"이유가 그것뿐이지"
"응 '
난 차에서 내리면서 나의 볼을 스치고 지나가는 가을바람에 좀전의 가슴답답함이 사라지고 있었다
"들어가자"라는 경숙의 말과 동시에
귀에 익은 남자의 목소리도 들렸다
"어서 오세요"라고
고개를 돌리는 순간 난 온 몸이 굳어져가는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