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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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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


BY 허공 2003-09-02

베란다넘어 보이는 아파트입구에 낯익은 차가 들어서고 있었다

경숙의 차였다 오늘 오후에 시내에  볼일이 있다고 아침부터

전화로 나에게 같이 가자고 성화를 부렸다.

"딩동 딩동"

"문 열렸어! 그냥 들어오면되지 왠 초인종"

"그냥 심심해서 준비는 다 되었지?

"응 그런데 시내간다면서 넌 꼭 누굴 만나러 가는 사람같다...옷차림이"

"니가 보기에는 어때  이쁘냐?

"이나이에 선을 보러 가는것은 아닐테고,정말 어디가는데?

"준비다했으면 빨리가자 ,늦겠다"

"응"하는 짧은 대꾸를하고 방으로 와 핸드백을 들고 나오면서도 궁금증은 사라지지를 않았다

경숙이는 엘리베이트가 늦게 내려온다고 혼자서 궁시렁거리면서 연신 이뿌냐고 묻는다

난 다시 한번 경숙을 쳐다보니 오늘은 참 세련되게 입고 있었다

경숙은 여전히 궁시렁거리면서 차를 몰고 아파트를 빠져나와 시내와 무관한 외곽지의 도로로 접어들고 있었다

"야 지금 어디가? "

"가만히 있어봐 ,좋은데 가니까"

평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의 경숙이를 보는 느낌이 들었다

한참을 달리더니 "어 저쪽이네"

하는 소리와 동시에 쳐다보니  산속에 있는 찻집이였다

"산속에 왠 찻집이야 "

"가을향기가 듬뿍들어 있는 차가 아주 많테 "

"나한테 차한잔 마시자고 온 것은 아닐테고 이쯤에서 이실직고해라

이번에는 뭐냐니까?

"그냥 가을이니까 차한잔 마시자고 분위기 있는데서"

"이유가 그것뿐이지"

"응 '

난 차에서 내리면서 나의 볼을 스치고 지나가는 가을바람에 좀전의 가슴답답함이 사라지고 있었다

"들어가자"라는 경숙의 말과 동시에

귀에 익은 남자의 목소리도 들렸다

"어서 오세요"라고

고개를 돌리는 순간 난 온 몸이 굳어져가는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