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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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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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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 한마리 다가오다


BY 영원 2003-10-01

 

그렇게 허무하고 억울하게 긴 두 달의 방학이 끝나고 2학기가 시작되었다. 난 괘씸한 마음에 ‘2학기 때부턴 그 누구와도 상종을 안 하리라’ 마음을 굳게 먹었다.

개강하고 첫 일주일은 그런대로 잘 지켜졌다.

그러나 그들도 작당을 했던가? 1학기 때와는 나를 대하는 태도가 달랐다. 뭔가 짜기라도 한 듯이 과잉친절로 다가와 친한 척 했다.

‘흥 그런다고 넘어갈 줄 알고? 어림없지. 두 달 동안 난 마음 정리 했다고...’

대답도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쌀쌀맞게 대했다. 그리고 공부에만 열중했다.

1학기 때 열심히 하여 1등으로 “A장학금”을 받았지만 1등의 자리 지키기란 더욱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몇 모범생들의 눈초리가 심상치 않았기에. 특히 다른 여학생들의 시기는 대단했다. 아예 ‘왕따’취급해 버렸다. 게다가 남학생들까지 나에게 관심을 보이니 더더욱 여학생들의 눈빛은 날카로웠다.


하루 수업이 끝나면 버스 기다리는 동안 강의실에서 복습을 했다. 항상 시간에 쫓기기에 나에겐 황금시간인 셈이다. 그 때마다 여전히 커피맨 박덕만씨는 음료수를 한 잔씩 날라다 주었다. 2학기가 되자 이젠 캔음료로 업(?)되었다.

또 김현민씨는 여전히 매일 뭐가 그리 바쁜지 제일 늦게 들어와 제일 빨리 나가서 제대로 대화할 시간 조차 없었다.

2학기가 되어 강의실에 처음 들어섰을 때 바뀐 거라곤 복학생이 대여섯 명 들어온 거 빼고는 달라진 게 없었다. 복학생들은 군대 갔다와서 정신을 차렸는지 공부하는 태도부터가 달랐다. 자리도 제일 앞자리로 포진하고 매일 수업외의 두꺼운 책들을 펼쳐놓고 뭔가 열심히 공부했다. 나도 덩달아 더 열심히 공부해야 될 것 같은 위압감이 느껴졌다.

그렇게 공부만 열심히 하기로 결심하고 실천한 1주일.

등교할 때마다 “오늘도 잘 하자. 꼭 지키자.”를 혼자 외치며 강의실에 들어서곤 한다. 오늘도 변함없이 외치며 들어서는데 바로 뒤따라 들어오는 남학생이 하나 있었다. 2학기가 되었건만 아직 이름은 모르고 얼굴만 그냥 우리 과라고 알고 있던 남학생이었다. 작은 눈으로 나를 힐끔 바라보고는 입꼬리에 뜻모를 미소만 지었다. 그러고는 바로 내 뒷자리에 앉았다.

‘무슨 속셈일까?’

호기심이 일었다. 1학기 때 대해보지 못 했던 사람이라 뭔가 새로운 듯한 신선함이 느껴졌음일까... 나의 시선이 자꾸만 그에게로 쏠렸다. 평소 같았으면 틈 날 때마다 김현민씨와 어떻게든 말 한 번 걸어보려고 애썼을 텐데 오늘은 왠지 나도 모르게 그를 힐끗거렸다.


그는 다른 친구들과 얘기할 때도 조용한 소리로 떠들었다. 나의 시선을 뗄 수 없는 것은 그의 얼굴이었다. 잘 생긴 얼굴은 아니지만 내가 좋아하는 형이었다. 작은 눈에 안경까지 썼지만 얼굴의 전체적인 조화가 잘 이뤄졌다고 생각했다.

‘우리 과에 저런 사람도 있었구나. 어려보이는데...그래도 나보다 어리진 않겠지만...’

갑자기 그에 대해 알고 싶어졌다. 한 번 궁금한 것이 생기면 알아내고야 마는 성질인 나는 곧 행동으로 옮겨야만 직성이 풀린다. 그런데 다행히도 그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저기 저랑 나이가 같지요?”

“네? 제가 어떻게 알아요.”

“저 스물인데 예진씨도 스물 아니예요?”

“아. 네. 그런데요?”

“우리 말 놓고 지내죠?”

“편하신 대로 하세요. 전 제가 편한대로 할 테니.”

“그럴까?.....요”

그는 나의 무안한 표정에 선뜻 말을 놓지 못 했다. 그리고는 그가 먼저 알아서 자기소개를 했다.

“내 이름은 김재현. 나이는 스물. 전자공고 전자과를 졸업했고 락음악에 관심이 많고 무척 좋아한다.”

나와 나이차이가 많지 않은 다른 남학생들처럼 그도 내 앞에선 최대한 사투리를 쓰지 않으려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김재현이라...’ 또래라는 말에 호감이 갔다. 더더욱 얼굴형도 그렇고.


통성명을 한 이후로 그에게 관심이 많이 쏠렸다. 그도 나에게 관심이 많은 듯 했다.

하지만 아지트의 규칙을 지키려 또 공부에만 열중하기로 자신과 약속한 나는 격렬한 갈등이 일었다. 그는 하루가 지날수록 자꾸만 나에게 접근해 왔다. 말 한디라도 더 붙이려 했고 실험조도 같이 하려고 억지부리는 모습도 보였다.


‘정말 나에 대한 관심이 진심일까?’

이런 감정에 익숙치 않은 나는 전에 학기초에 느끼던 설레는 마음과는 다른 두근거림이 느껴졌다. 또 김현민씨에 대한 느낌과도 확실히 달랐다.


‘나에게도 사랑이라는 감정이 느껴지는 걸까? 나에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