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장 갑자기 왠 프로포즈?
어느덧 아침 저녁으로 부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민수는 한가로움을 마음껏 만끽했다.
일요일 아침 모처럼 일찍 일어난 민수는 단지 뒤의 인왕산 약수터 까지 갔다 오는 길이였다
내일부터 시작될 수업 때문에 내심 가슴도 부풀었다.
지난 금요일 다행히 아직 공항을 빠져 나가지 못한 전산실 오실장을 경찰이 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총무부 이사 역시 이 일에 깊숙이 관여되어 있음을 확인 했다.
증권 투자로 돈을 날린 오실장이 시스템에 침투해 정보를 빼내는 행동 대원이었다면 실질적으로 회사의 가장 기밀 사항을 알려주고 또한 계획을 이끌어 온건 다름 아닌 총무 이사라고 했다.
그 둘이 어떻게 관계를 맺게 되었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우연히 오실장이 총무 이사의 불륜 현장을 목격하면서 이 일에 같이 끌어 들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후자에 속하는 총무 이사가 오히려 더욱 적극적으로 상대 기업과의 교섭에 나섰다는 것이다.
용수의 말을 빌리자면 고로 남자가 두 집 살림을 하려면 돈이 더 많이 든다나 뭐라나….
아무튼 한성 자동차는 피해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최대한 조용히 이 사건을 마무리 짖고자 하는 의사를 검찰에 밝혔다.
물론 회사 내부의 그것도 중요 임직원이 관련 됐다는 사실 때문에 크게 밝히고 싶어도 어쩔 수 없었으리라 생각이 들지만 말이다.
현준은 그 날 자신의 사무실에서 나간 뒤론 소식을 알 수가 없었다.
물론 무지 바쁘고 정신 없다는 것은 이해 하지만 그래도 모를 허전함이 민수의 마음 속으로 파고 들어왔다.
“ 누나….”
민수가 고개를 돌리자 정우 녀석이 이미 민수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반갑게 어린 친구를 끌어안고 부산스러운 아침 인사를 하고 있자니 정우의 아빠 인듯한 남자가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 안녕아세요… 하하…. 그렇지 않아도 정우 녀석이 하도 누나 자랑을 해서 무척이나 궁금했었습니다.”
바로 이 아가씨구만.....
우리 아들이 결혼하고 싶어하고 여우 같은 마누라는 자신의 동서로 삼으려고 하는 대상이 말이다.
그런데 생각 보다 너무 어려 보이고 솔찍히 뭐 특별한 곳을 잘 모르겠다고 현우는 내심 생각하고 있는 중이다.
민수 역시 정우의 아빠는 처음 대면 이었다.
편안하고 서글서글한 이미지의 임에 분명한데........
그런데 어디서 많이 본듯한 인상이란 말이야...….
도대체 생각이 날 듯 날 듯 하면서 떠오르지 않자 고개를 갸우뚱 거리는 민수를 뒤로 하고 정우와 정우 아빠는 그들의 집으로 갔다.
딩동, 딩동…
아침부터 누군가 싶어서 현관을 열어 보니 성진이 제 집에 들어오듯 거리낌 없이 들어왔다.
민수가 놀란 눈으로 쳐다보자 언제 일어났지 모르게 이미 아침 준비를 하고 있던 양여사가 반갑게 성진을 맞아 들였다.
“ 아침 아직 안먹었지?”
“ 네….. 배고파요..”
“ 그래,, 조금만 기다려라 . 다 됐다.”
너무 당연하게 요구하느 성진과 역시나 자식인 민수와 다를 바 없이 대하는 양여사를 보면서 민수는 기가 찼다.
“ 으씨….. 일요일 아침부터 누가 무식하게 벨을 누르는 거야?”
이제 막 잠에서 일어난 민호가 머리를 극적이며 거실로 나오더니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 야…. 너 집 잘못 찾아온거 아니야? 너희 집으로 빨리 가거라…응?”
“ 전 그래도 형이 좋아요….헤헤..”
“ 저녀석 변태야, 변태”
그렇지 않아도 헝크러진 머리칼을 마구 뒤 섞던 민호가 짜증 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그사이 성진이는 거실에 자리 잡고 앉아서 TV를 켰다.
“ 어머님 저 운동하고 왔거든요…. 밥 많이 주세요.”
민수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아무리 자신의 둘 도 없는 친구라 해도 정말 속을 알 수 없는 녀석이란 생각이 들었다.
“ 그래… 뭐 좋다 좋아… 내가 이번에 큰 도움 받았으니 말만 해라. 다 들어준다.”
“ 뭐든지 다?”
갑자기 반색을 하는 성진을 보면서 민수가 인상을 썼다.
“ 그렇다고 너무 비싼 것 바라면 안된다.”
짐짓 엄한 말투를 흉내내는 민수를 향해 성진이 갑자기 손을 잡아 끌었다.
“ 니 방으로 가서 이야기 하자”
다짜고짜 성진의 팔에 끌려 방으로 들어온 민수는 갑자기 심각하게 돌변하는 그의 얼굴을 확인 하고는 당황스럽기 까지 했다.
“ 뭔데….도대체 뭔데 그렇게 심각한 거야? 너무 구하기 힘든거야?”
잠시 시간을 끌던 성진이 민수를 침대에 앉히고 자신인 민수의 두 손을 잡은 체 무릎을 꿇고 앉는게 아닌가.
“ 야~~ 하성진… 너 왜이래?”
너무도 갑자기 어색해진 분위기에 민수가 당황해 했지만 성진은 민수를 잡은 두 손에 강한 힘을 주었다.
“ 민수야….. 나랑 결혼하자.”
“ 뭐?”
“ 김민수, 나 하성진과 결혼해줘….”
순간 너무도 놀란 민수의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커지더니 이내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 야…. 아침부터 왜 사람 한테 장난 치고 그래? 도대체 이번엔 뭐가 갖고 싶은 거냐고?”
성진은 바로 ‘너’ 라는 대답이 목 구멍 위 까지 넘어 왔다.
그러나 이내 머리를 흔들다.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다.
성진은 민수의 손을 놓으며 이번엔 농담조로 말을 덧붙였다.
“ 그러니까 갈 사람 없으면 나한테 오라 이거지. 내 세상에 좋은 일 하는 셈 치고 널 구제해 주마…..”
민수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성진의 어깨를 툭 쳤다.
“ 그래 말이라도 고맙다… 하지만 니 주위에 그 수많은 여동생들한테 죽고 싶지 않아서 난 포기 하련다. 그러니 걱정 말아라….”
민수가 엄마를 도와준다며 주방으로 나가자 그제서야 성진은 가뿐 숨을 몰아 쉬었다.
10년 아니 100년이 지나도 저 무심한 민수는 모를 것이다.
자신이 그 동안 민수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일부러 그 수 많은 여자 동생들을 만들어 왔다는 것을…
하지만 이젠 자신의 진심을 민수에게 보일 생각이다.
물론 오늘은 그냥 웃으며 지나갔지만 사실 성진은 진심으로 민수에게 청혼을 한 것이다.
사실 이제까지 성진이 자신의 마음을 숨겨온 것은 스스로 민수를 보호하고 지켜낼 힘이 생길 때 까지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젠 더 이상의 시간을 낭비 할 수 없다는 것은 지난 번 회사 로비에서 이현준 이란 사람을 만나면서 본능적으로 느끼게 되었다.
아침을 먹으면서 성진은 그를 전혀 남이라 생가지 않고 가족처럼 대해 주시는 민수의 부모님을 뵈면서 더욱 마음을 다잡았다.
“ 민수야……”
아침을 먹고 집으로 가겠다는 성진이 우겨서 배웅해 달라며 민수를 아파트 마당까지 끌고 내려왔다.
“ 왜????”
“ 나 항상 네 곁에 있는 거 알지?”
무슨 암호 같은 성진의 말에 민수가 의아해 하자 성진이 재빨리 민수의 볼에 뽀뽀를 했다.
“ 야…….. 너 무슨 짓이야?”
놀란 민수가 소리 쳤지만 이미 성진은 저 만치 뛰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 사랑해….. 알~~라~~ 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