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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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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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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호두방망이 2003-09-04

구미에 도착한 우리는 일단은 헤어지기로 했다.

이틀이나 무단 결근을 하게 된 나는 회사로 가지 못하고 나이트 경리를 보는 동네 친구 희경이에게 로 갔다...

희경이에게 있었던 일을 얘길 하니 미친년이라며 코웃음을 친다...

"미친년.... 회사나 잘 다니지 머한다고 그 지랄을 떨어샀노.... 나는 더 자야 되니까... 너도 일단 좀 자든지 해라."

어릴적부터 같은 동네에 살았던지라 내 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던 희경이였다.

오후에 잠에서 깬 희경이와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세우고 있었다...

"야 ..니 회사 다시 드가네나.."

"가기 싫다... 김계장새끼 얼마나 무서운데... 또 때릴끼다..."

"야이 미친년아.. 그러길래 일이나 잘 하지 머한다고 거는 갔더노.."

".........."

"일단은 며칠 있으면서 생각해보자... 그라고 니.. 너그 회사 계장이 니 찾으로 오면 어짤래..?"

"모르겠다.. 그 계장새끼 정말 싫다..."

구미 공장단지내에는 직원이 20에서 30면 정도 되는 소규모 공장이 많이 있다....

그러다 보니 서로간에 직원을 보충하려고 심심찮게 트러블도 많이 생긴다...

먼저 있던 공장에서 김계장이 우리를 부추켜 데모?를 일으키고 요구조건이 안 맞는다며 우리 직원들을 몽땅 데리고 다른 회사로 옮긴것이었다..  그래서 간섭과 폭력이 더욱 심해진 면도 있었다..

더군다나 나는 나이도 어리고(당시에는 십대 초반도 수두룩했다)하니 우리에 대한 간섭과 폭력이 난무했다...

"미자야... 니 우선은 제과점에서 일해볼래?"

"응? 어든 제과점인데?"

"역 앞에 있는 00 제과점인데..월급은 얼마 안 되도 우선 있는 거니까... 함 해볼래?"

"그라지 머..."

역앞에 위치한 빵집이라 그런지..손님들이 제법 들랄거렸다.. 덕분에 주인과 둘만 있던 어색한 시간도 지루하지 않게 빨리 지나갔다..

빵집엘 나간지 이틀째 되던날...점심때가 다 되었을 무렵..

"어서오세요.."

숙였던 고개를 드니 김계장이 빤히 쳐다보고 손가락을 까딱 거리고 있는 것이었다..

찍 소리도 못하고 끌려 나갈 판에 주인 아줌마가 하는 말이 귓전을 때린다..

"이래서 꽁순이는 쓰는게 아인데..."

공장 뒷마당으로 끌려갔다...

뒤지지 않을 만큼 맞았다...

도저히 이대로는 못견딜것 같았다... 내가 지 종도 아니고 툭 하면 불려 나가 맞고 트집 잡히고 내가 무슨 봉인지...

  인물이 안 받쳐주고 무엇보다 중요한 앞니가 없었으니 난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회사 사택에서 미래의 동반자와 살림까지 하는 사람이 아주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쓴다..

내 친구들... 어린 동생들...물론 회사 친구고 회사 동생들이다...

그네들은 인물이 좀 반반하다는 이유로 자주 계장에게 불려가 성을 상납하고 온다...

사표를 낸다는 것도 용납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며칠을 고심하다 탈출을 시도했다...

담을 넘어 밤길을 달렸다.. 한시간 반이나 달렸을까.... 뒤를 돌아보니 꽤 멀어져 있었다...

희경이에게로 갔다...

"야 니 괘안나... 안 맞았나?"

"시팔 내가 다시는 그 새끼 꼬라지 안 보고 살끼다... 개새끼.."

한참을 희경이에게서 뒹굴거렸다..

그러다 남자친구를 알게 되었다... 나보다 두살 많은 남자... 순진한 남자...

말 그대로 우린 친구로 지내고 있었다....

"미자야.... 누나가 부산에서 장사 할려고 하는데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단다.... 니 여기서 놀지만 말고 우리 누나좀 도와 줘라..."

"무신 장사 하는데..."

"응 부산에서 맥주집 할라 하는데 도와 줄 사람이 없단다.."

"니 친누나가?"

"그래... 내 하나밖에 없는 누난데 니가 좀 도와줘라..."

"지금은 **에서 그냥 일하고 있는데.... 좀 있으면 부산 갈끼다.."

집도 없고.... 쉴 곳도 없는 내가 더 이상 놀수만은 없었다... 가기로 결정했다...

**에 도착해 친구의 누나와 만났다...

친구의 누나는 다방에서 커피를 나르는 여종업원이었다...

딱히 잘 곳도 없고 해서 여관에서 하루를 보내고 친구는 구미로 돌아가버렸다..

친구의 누나가 일하는 다방에서 멍하니 있었다...

그날 저녁이었다...

"미자야... 내가 아직 사정이 안 되서 그러는데 니 여그 일 좀 해 볼래..?"

"예?"

"여어 일.... 별로 안 어렵다... 그냥 커피만 갖다 주면 되거든... 같이 있을 꺼니깐 머...

내가 도와 줄께... 내 사정 될 때까지만 좀 봐도..."

'그래 어차피 갈 곳도 없는데 머....까짓 해 보지머..'

"예..."

그렇게 나의 화류계생활의 막이 오르고 있었다...

한달쯤 지났을까... 제법 친해진 남자친구의 누나 ..정아 언니가 자주 나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한다...

월급 타서 십만원... 가불해서 십오만원....

이런식으로 나에게서 빌려간 돈이 꽤 되었다...

다른 곳으로 일자리를 옮겼다...

그래도 매번 월급날만 되면 정아 언니에게서의 호출이다...

"미자야... 돈 좀 빌리도... 얼마 안 있으면 월급 타니까 그때 갚아줄께.."

말이야 청산유수지... 이제껏 빌린돈도 갚지 않은 주제에 말하나는 잘한다...

쉽사리 남의 부탁으르 거절하지 못하는 나의 우유부단함과 남에게 싫은 소리 못하는... 아니 해야 될 말도 하지 못하는 내 성격으로 또 정아언니에게 내 지갑은 열리고 말았다...

그래도 내가 정아언니에게 고마운 점이 한가지 있다.. 사람의 오복중에 한가지가 이빨이라며 야매지만 내 이빨을 만들라며 돈을 주는 것이었다... 그 점은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

다방생활이 힘이 들었다... 정아 언니는 나에게 작은 술집을 소개했다...

잘 먹지도 못하는 술을 먹어가며 내 딴에는 열심히 일했다...

다방생활을 할 때는 꿈도 못 꾸던 것이 밤일을 하면서부터 나에게도 남자가 꼬이기 시작했다..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아  우린 동거에 들어갔다...

나보다 한살 많은 그 아이.... 욱이... 날 많이 이뻐해주었고.... 나의 모든걸 사랑해 주었던 남자... 오직 그 아이 만이었을 것이다...

욱이와 동거를 하면서도 나는 밤일을 계속해야만 했다....

백수인 욱이와 살림을 하면서 나 혼자 벌어 둘이 먹고 살려니 턱없이 부족했다...

바로 옆방에 사는 언니가 다방 생활을 하는데... 오늘 일 끈었다며 목돈을 흔드는 걸 보며 참 부럽게 느껴졌다...

"욱아... 우리 당분간 쫌 떨어져 있을래?"

"와?"

"밤일을 하니 돈도 안 모이고.... 다방이나 한 두달 정도 갔다오까 싶다..."

한참을 생각하던 욱이 순순히 그러자고 한다...

"자야... 미안테이...내가 좀 벌어야 되는데.. 맨날 놀기만 해서... 딱 두달만 일하고 올꺼제..."

"그래.. 딱 두달만 일하고 올끼다..."

그리하여...

**역전다방으로 일을 가게 되었다...

그곳은 역전다방이면서도 뜨내기보다는 단골들이 많았다...

그 곳의 단골 손님들은 방위병들이 대부분이었다...

 

다방에서 일할때 간혹 욱이가 찾아 왔지만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했는가....

보고싶다며 찾아온 욱이를 매몰차게 때론 달래서 돌려보내고 나는 또 다른 양다리를 걸치고 있었다...

석재와 성우.... 둘다 방위병출신이다... 석재는 성우를 모르지만 성우는 석재를 알고 있다...

언니집에서 석재와 밤을 보낸 것도 양다리를 걸치는 것도 성우는 알고 있었다...

성우를 더 좋아하면서도 석재랑도 끊임없이 만남을 가졌다....

"미자야.... 우리 멀리 도망가서 살래..."

"나는 니 하고 멀리 아무도 모르는 데로 가서 살고 싶다...."

"니랑 살려면 돈이 있어야 되는데 돈도 없고.....죽고 싶다....."

성우의 푸념에 귀가 얇은 나는 어떻게든 성우와 같이 살고 싶어졌다....

우선은 돈이 필요했다... 모아논 돈도 없이 돈을 원하기만 했다....

"성우야.. 니.. 정말 내랑 살고 싶나? 내만 바라보며 살수 있나..."

"그래 이 바보야.... 나는 앞으로도 니만 바라보고 살낀데... 니도 나만 바라보고 살게 만들고 싶은데...."

미련하게도 성우의 그 푸념을 믿었다...

어디서 돈 나올 구멍은 없는지라.. 이제껏 여기저기 일하던 곳을 돌아다니며 다시 일하기로 하고 선금을 받았다.... 거의 백만원이 되는 돈이었다....

그 돈을 들고선 성우와 나는 정처없이 떠났다.....

어린 나이에 백만원이라는 거금을 손에 쥔 우리는 여관생활을 하며 무작위로 돈을 쓰고 있었다...

하루라도 술을 안 먹은 날이 없었고... 가라오케라도 가면  팁까지 줘야 했고.,...

차비만도 만만치가 않았다....

얼마 가지 못해 돈이 다 떨어져 버렷다...

**로 돌아 왔다...

성우는 집으로 돌아가고 마땅히 갈 곳이 없는 나는 정아언니 일하는 곳으로 갔다...

"야 니 지금 머 하는 짓이고...  도대체 어디 갔다 왔노..??"

대책이 안 선다는 정아언니다... 하긴 내가 생각해도 대책이 없기는 마찬가진데...

내가 선금을 받은 곳에서 정아언니에게도 다녀갔었나보다...

한긴 한 두곳이 아니니...

정아 언니가 일하는 다방의 주인이 '야가 가가' 하는 눈치를 보이더니 바깥으로 사라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2명의 순경과 내가 선금을 받은 가게 주인이 들이 닥쳤다...

다방 주인이 전화를 한 것인가 보다...

난 곧 바로 **역파로 잡혀갔다...

"이년이 믿고 돈을 땡겨 줬더만 그걸 띠 쳐먹고 도망을 가 야...니 오늘 죽어 바라.."

악을 쓰며 덤비는 주인여잘 말리는데...내가 선금을 받은 여러 가게 주인들이 들이 닥친다..

"아기고 야야... 니 그래 안 봤는데 니 참 못 쓰겠데이..."

여기저기서 난리들이다...

"어이... 진술서 쓰게 여 와바라.."

얼굴을 가리고 울먹이며 순경앞에 마주 앉았다...

"이름?"

"흐흐흐흑"

"이름이 머고?.....가마 있어바라 니 혹시 여거 역전다방에 있던 아 아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울고만 있었다...

부끄러워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야가 야.... 니 그래 안 봤더만은 .. 참... 이름 대라..."

"흑흑... 제가 쓸께예 흑흑.."

내 손으로 진술서를 쓰고 있으려니 역파의 소장이 나를 부른다...

"야야.. 너거 아빠 직업이 머고....."

".....그냥 회사 다녀요.."

"그라믄 니 상 받은거 있나?"

"없어예.."

"자 보이소... 합의 안 할람니꺼... 이 어린거 경찰서로 넘길라합니꺼.."

"합의고 머고 다 필요 없다 돈만 두가... 니 돈 있나.?"

"바라 이거 쪼그만년이 넘의 돈 무서운 줄 모르고 이리저리 땡겨서 쓰고 돌아다니더만 .. 이런 년은 바로 경찰서로 확 넘겨야 한대이..."

처음 선금을 받은 곳의 주인은 펄쩍 뛰며 생난리다..

"저기요,,, 저 전화 한통만 할께예"

"어따 할껀데?"

"집에예"

"김순경 따라가바라"

파출소 밖의 공중전화로 나온 나는 성우집으로 전화를 했다...

"내다... 성우씨 내 지금 파출손데... 니 35만원만 갇고 온나..."

"엉?...무신 35만원을?"

"첨에 선금 받은 가게 주인 언니가 신고 했다... 그래서 내 지금 잡혀 왔다...성우씨 돈 좀 빌려도..."

휴.... 한숨을 쉬더니 그넘 이 하는 알이 가관이다...

"야 있잖아... 파출소에서는 절대 내 말하지 마래이.... 내말 했다가는 클난다... 지금 우리집도 사글세고 엄마도 식당다니는데... 내가 돈이 어딨겠노,......그래도 절대 내말 하면 안된데이.."

썩을 넘..... 내가 누구 땜에 이리 됐는데...

할수 없었다.... 새엄마의 동생.. 작은 이모집으로 전활 걸었다...

집나온지 몇년만이었다....

"여보세요.... xx이모... 미잔데요.... 지금 급해서 그러는데 35만원만 빌려 주세요..."

"머? 니 지금 어딘데?"

"**역판데요....35만원 없으면 내 경찰서로 넘어간데요... 제발 돈좀 빌려 주세요..."

"야야....우리가 아무리 장사를 해도 그렇지 지금 그만한 돈이 어딨겠노"

공중전화와 함께 난 울고 있었다...

"야 니 솔직히 말해 바라... 니 혼자 돈 안 썼제.... 니 남자친구 있제... 가 이름 대 바라... 누고..."

"없어요... 나 혼자 쓴거라요..."

말 할 수가 없었다....

따르르릉... 파출소안의 전화기가 춤을 춘다...

"여보세요,,,,,, 네... 네... 맞슴다.... 지금 잡혀와서 있는데여....이리저리 돈을 땡겨쓰갔고.... 그게 신고를 해서....예...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