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짝 옴츠라든 손을 내밀어 아빠의 워커를 받아들었다.
"아빠... 다녀오셨습니까...."
표정없는 얼굴의 아빠는 아무말이 없었다.
"식이야는 어데 갔는지 여지껏 안오네요..."
새엄마의 말에도 아빠는 아무런 감정을 내보이지 않았다.
다음날.. 학교엘 갔다. 반애들의 놀림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은 나를 무릎에 앉히우고 이런저런 얘기들을 하셨다.
학교를 마치고 집엘 가니 새엄마는 나가 놀으랜다. 골목으로 나가있자니 동네 친구들 무슨 구경거리라도 생긴냥 주위로 둘러서서 나를 보느라고 정신들이 없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니 나에게서 흥미를 잃은 아이들이 뿔뿔히 흩어지고 있었다.
"야야~ 자야~" 나를 부르는 듯한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오빠였다.
집뒤편에 있는 돼지우리였다.
"오빠야.. 니 어데갔다왔노..?"
"내 말이다.. 어제 엄마 혼자 갈줄 알고 역전에 갔었데이....."
"엄마 만났나..?"
"그래...."
"엄마... 머라카드노.... 우리 언제 델꼬 간다하든데?"
"자야.... 엄마 우리 델러 안올끼다... 엄마 새아저씨하고 사는데 우리가 있으면 싸운단다....어제 엄마보니까 그 말하면서.. 집에 가라하더라..."
멍하니 있었다. 나이 어린 오누이가 무슨말을 한들 그것이 서로에게 위로가 될까....
"자야.. 내 아무것도 못 먹었거든 ... 배고픈데 머 먹을것좀 없나...."
"쪼께만 있어바래이...."
배가 고프다는 오빠를 혼자 두고 밖으로 나온 나는 암담했다. 집이라고 들어가봐야 나 먹을 것도 못 찾아먹는 곳이고....
다행인지 우리 바로 옆집에서 포장마차를 한다. 술을 파는 것이 아니고 빵과 오뎅, 핫도그등 분식거리를 판다. 저녁장사를 위해 지금은 시장엘 갔을 시간이다.
포장마차를 살펴보니 아무것도 없다. 그집 부엌문이 열려있었다. 어슬렁 거리며 살펴보니 핫도그 만들다 남은 자투리 빵 몇개가 눈이 보인다. 얼른 집어 치마속에다 감추었다.
"오빠야 자~"
치마속에서 꺼내든 자투리빵 몇 조각을 오빠는 허겁지겁 먹는다.
"자야.. 내 목도 마른데...."
오빠는 몇날 며칠을 돼지우리에서 살았다.
일요일되었다. 일요일은 우리가 정말 싫어하는날....
새엄마의 친정이 가까운 핑계로 일요일만되면 새외가에 가야하는데... 가기가 싫다. 배고플 오빠생각에 양치컵에 가득 물을 담아 돼지우리로 향했다.
그곳엘 가니 웬걸....동네 친구들 다 모여있었다...
"오빠야 자~"
오빠에게 양치컵에 든 물을 내미니 오빠는 부끄러움에 콧방귀를 뀌고 만다..
한참의 시간이 지났다. 집에 가려고 뒤꼍으로 나오니 입이 빠른 옆집 아줌마가 빨래를 하고 있어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그 아줌마가 나를 보면 오빠의 거취가 들통날 것만 같았다.
다시 돼지우리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일이 몇번 반복되었다.
'날 찾다가 없으면 새엄마 혼자서 새외가에 가겠지... 그럼 난 얼른 나가서 오빠 밥 좀 줘야겠다'
이런 생각들을 하며 동네 친구들과 놀구 있으니 갑자기 친구 하나가 깜짝 놀란다.
뒤를 돌아보니 새엄마다.... 이리저리 찾으로 다니다 이곳까지 왔나부다...
"자야... 식이... 나와..."
오빠와 난 새외가로 끌리다시피해서 갔다.
할아버지란 사람한데 맞어서 오빠는 쌍코피를 흘린다. 가슴이 찡하다.
한번의 가출이 있었건만 새엄마는 달라진게 없다.
언제나 처럼 밥은 구경도 못하고 학교엘 갔다. 일교시를 채 마치기도 전에 메스꺼움을 느낀 나는 헛구역질을 하고 있었다.
"반장... 미자... 양호실 델꼬 가라.."
반장의 손에 이끌려 양호실을 가던 중 .. 어지럼증을 느낀 나는 그자리에 주저 앉아 속을 다 비워내고 있었다. 음식을 언제 먹었는지 기억이 없을 정도로.. 내 속은 퍼런 신물만 쏟아 내고 있었다.
11시도 안된 시간에 조퇴를 하고 집으로 가니 마침 외출 차비를 하던 새엄마는
"니 벌써 집에 와 왔노?"
나는 죽을 죄를 지은양 고개가 푹 수그러들었다.
"아프다고 선생님이 집에 가래...."
"야 이년아.. 내가 니 만할땐 삼일을 밥을 안묵고도 버텼다.. 이년아.. 몇끼 밥 안쳐묵었다고 그모양이가..니는...."
밥먹으라는 말도 없이 외출하는 새엄마의 뒷모습을 보며 아무런 하릴없이 마루에 덩그러니 앉아만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