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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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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


BY 호두방망이 2003-08-30

드디어 꿈에도 그리던 친엄마를 만날 수 있었다.

근 4년만에 보는 엄마의 등엔 포대기가 둘러져 있었다.

우릴 못 잊어 학교에도 몇 번인가 찾아왔던 엄마가.. 언제 시집을 가서...언제 애를 낳았단 말인가...

그래도 좋았다. 엄마를 만났다는 생각에 엄마의 등에 아기가 울어대도 좋았다.

그렇게 며칠 지나니 눈치가 이상하다...

"엄마... 오빠야 하고 나하고 하루에 밥 한번만 묵어도 된대이.... 아이다.. 엄마하고 같이 살면 우리는 이틀에 한번만 밥 묵을끼다.. 엄마 오빠야하고 내하고 약속 핸기다..."

묵묵히 연탄불을 갈던 엄마는 "그래....그래...."

하고 말끝을 흐린다. 

우리남매가 엄마를 만난지 14일쯤 지났을 것이다.

삶은 계란을 시커먼 봉지에 넣고 종이에 소금을 싸고 엄만 갓난쟁이를 들쳐 업는다.

"자야.. 식아....엄마랑 기차타러 갈래...........?"

나는  영문도 모른채 엄마와의 기차여행을 꿈꾸며 웃고 있었다.

기차에 올랐다. 계란을 까는 엄마의 손을 보며 난 행복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당시 오빠는 집으로 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구미역에서 내린 난 엄마를 빤히 쳐다보았다. 왜 우릴 데리고 구미에 왔지.....?

"자야....집에 가서 엄마하고 같이 산다하고 가야 안 되겠나...그래야 엄마 맘도 편치.."

엄마는 나의 눈치를 보며 그렇게 어르고 있었다.

어린 마음의 난 그말이 사실인양 좋아서 어쩔줄을 몰라하고 있었다.

우리의 엄마는 새엄마와의 한참의 대화끝에 다시 아기를 들쳐메고 있었다.

"내가 야들하고 인사쫌 하고요....계시이소..."

엄마를 따라 밖으로 쫄래쫄래 나갔다.

"엄마가 다 얘기했다..매칠 있다가 엄마가 너거 델러 올테니까 매칠만 있거라이...."

난 동네 애들의 눈치꺼리가 되어 엄마의 뒷모습만 바라보고 있었다.

"자야......자예이...."  새엄마다.

죽었구나 하는 생각이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식이는 어데갔노....?"   힘없이 고개를 저었다.

초여름의 해가 어찌그리 빨리도 지는지.... 어느덧 아빠가 퇴근하실 시간이 다가왔다.

여지껏 오빠는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부르릉.....부르르...ㅇ

아빠의 퇴근을 알리는 오토바이 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