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희빈이 물러갔다.
"휴우...."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어쩜 저런 독종이 다 있는지..
서릿발 같은 말 한마디에 중전마마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병풍뒤에서 조심스레 나와보니 중전마마는 애써 태연한 모습이였지만,
하얗게 질린 얼굴로 이마의 땀을 닦아내고 있었다.
"마마...저런 독종을 상대하시려니 얼마나 힘드세요.
에휴...정말..자기 앞날도 모르면서 저렇게 까불다니.."
"훗.....누구나 사람 앞날은 모르는것 아니겠느냐..
희빈의 저런 태도가 어디 하루이틀 일이더냐.."
"마마, 그래도 화나지 않으시옵니까..
화나면 화를 내시옵소서.."
"훗..글쎄다..."
장희빈이 사약을 받을거란걸 말하려다가 참았다.
글쎄..아직 그런말을 하기에는 이른감이 있는듯..
그대신 장희빈을 이길수 있도록 중전마마를 도울 생각이다.
"마마...걱정마세요..제가 마마를 도와드릴게요.
오늘부터라도 저 못된 장희빈을 이길수 있도록요.."
"후훗...정말 그런 방도가 있단 말이더냐.."
"그럼요...마마..조금 다가 앉겠습니다..음...
우선 주상전하의 마음을 사로잡을수 있는 것을
드릴께요.."
"뭐라....이게 무엇이더냐..."
내가 아끼고 아끼던 향이 좋은 향수 하나를 마마의 손에 건네드렸다.
"예나 지금이나 미인에게서는 좋은 향이 나기 마련이죠.
이거 한번 사용해 보세요..아마 주상전하도 좋아하실거에요..
앗..죄송하옵니다..소인..실수를 한것 같사옵니다.
하지만, 마마..경망스럽다고 생각지는 말아주세요."
"훗......니 마음씀이 고맙구나..
사실, 민망하다만은...그래, 내 너를 또 한번 믿으마."
중전마마앞에 향수와 빨간 립스틱도 내놓았다.
뽀샤샤 하게 보이는 트윈케잌도 드렸다.
"이게 다 얼굴에 쓰는거란 말인고.."
"네...마마..그러하옵니다..사용법은요..."
사용법을 소상히 알려드리니 벌써 오후가 되었다.
직접 화장도 시켜드리니 와....마마의 얼굴은 금새
뽀샤샤 하게 예뻐지셨다.
"마마..참으로 고우시옵니다.."
"훗..정말로 그러하더냐.."
"네, 김상궁에게 물어보시옵소서.."
마마의 부름을 받고 들어온 김상궁은 깜짝 놀라는 표정이다.
"마마....참으로..고우시옵니다..눈이 부시옵니다."
"연아, 니가 참으로 나를 많이 돕는구나..
내 너의 그 공덕은 잊지 않겠다."
"아니옵니다 마마..오늘..꼭 성공하시고..소식 주옵소서.."
"훗...알았구나..."
중궁전을 나오면서 한결 마음이 가벼웠다.
저렇듯 어린아이처럼 좋아하시다니..
그나저나, 내가 너무 경망스러웠던걸까?
아니야, 여자라면 자기 남자에게 사랑받고 싶은마음
당연한것을...
7년동안 속앓이 하셨으니, 이젠 뒤집을 차례지..
혼자서 룰루..랄라..처소로 돌아오는데, 갑자기 눈앞에 불호령이 떨어진다.
"게 섰거라....
이런 요망한 계집이 있나..
희빈마마를 보고도 그냥 지나가다니..."
'허걱걱..우째 이런일이..'혼자 신나서 가느라고...
인사를 못했던 것이다..
눈을 들어보니, 코앞엔 장희빈이 위세등등하게 서있었다.
"마마....죄송하옵니다..용서하시옵소서.."
"뭐라? 용서? 나쁜년..죽여달라도 시원찮은 마당에..
음..그러고보니..너는 요즘 중궁전을 밥먹듯이 드나들던 나인 아니더냐.."
허걱...어찌 알았지..?
"이년...매일 중전과 무슨 모의를 하였더냐..
나를 죽일 음모라도 꾸몄더냐..
당장 나를 따라오너라.."
헉...다리가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