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구구..팔, 다리 삭신이야...'
바뀐 환경에 적응하랴, 안하던 시중일 하랴,
너무도 피곤해서 코까지 곯면서 자고있던 오밤중에..
갑자기 날벼락이 떨어지고 말았으니..
벼락같은 부름에 깜짝놀라 눈을 떠보니,
중궁전 큰방 상궁이 아닌가..헉..
'또 무슨일일까..'
"이 요망한것...도대체 중전마마께 무슨일을 저지른것이더냐..?"
"네엣..?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니가 다녀간 이후로 줄곧 통증을 느끼고 계시질 않더냐..
이 요망한것...냉큼 일어나지 못할까.."
잠이 다 날아가버렸다.
'그럴리가..없는데..그거 좋은 연고인데..흐윽..'
나죽었소..하고 중궁전에 들어가보니 중전마마는 초췌한 얼굴이였고,
옆에 상궁들이 얼굴에 땀을 닦아드리고 있었다.
"중전마마..많이 아프시옵니까..?"
"조금전까지만 해도 몸시 쓰렸다만..지금은 조금 낫구나.."
"정말 죄송하옵니다..좋은 약은 분명 하온데..
마마, 송구하지만, 등을 볼수 있을까요?"
"이런...방자한것이..있나..감히..누구 안전이라고.."
"그만두게...김상궁...이 아이의 말이 일리가 있네,
한번 살펴보게.."
"네, 중전마마..........
헉..이럴수가..마마...많이 호전되셨사옵니다.
소인 믿을수가 없사옵니다.."
"뭐라...그, 그것이 사실이더냐..."
'휴우.......' 가슴을 쓸어내렸다.
언제인가 허벅지 뾰두락지에 발랐을때에 몹시도 따가웠단 기억이 스쳐갔다.
그게 다 나으려고 했던 과정이였을까..
중전마마는 상궁들을 모두 물리쳤다.
"..고맙구나... 내 통증을 느꼈다만, 몸이 가벼워지는것 같았다.
이렇듯 내 중병을 다스려 주었으니,내 약속대로
너를 미래에서 온 내 후손이라 믿으마.."
"넷...? 중전마마...성은이 망극 하옵니다..히힛.."
"내 너를 무엇이라 부르랴.."
"연이라고 하옵소서..제 이름 끝자 이옵니다."
"음..연이라.... 그래, 너는 어떻게 이곳으로 오게 된것이더냐.."
그날 밤, 밤새 중전마마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말 상상도 못했던 일들을 이렇게 겪게 되다니..
그 다음날부터 나는 중전마마를 더 가까이에서 모시게 되었다.
그야말로 승진한 셈이다.
그렇지만, 그대로 처음만났던 나인들과 같은 처소에서 지내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고새 정이 들어서리..
몇일후, 중전마마께 문안을 들고는 담소를 나누던중,
갑자기 장희빈이 들이닥쳤다.
"마마..저는 잠시 병풍뒤에 숨어있겠사옵니다."
"오냐.."
병풍뒤에서 장희빈의 말을 엿들으려고 숨었다.
"중전마마..오랫만에 뵙사옵니다."
"어서오세요..희빈..웬일로 내 처소를 다 들러주시고.."
"아프신곳이 다 나으셨나봅니다.흠..."
"그래요, 덕분에..."
"흠...마마는 참 대단도 하십니다.
그리 용케도 중전자리를 지키시니 말입니다.
소인을 밀어내고 그렇게 중전자리를 꿰차니
어디 속이 시원하십디까..?"
어찌나 말발이 서릿발 같은지, 카랑카랑한 그 목소리..
정말 꿈에 들릴까 무서웠다.
한마디 한마디가 비수되어 중전의 가슴을 찔러대는데,
가서 뺨이라도 후려치고 싶은 심정이였다.
'으이궁..나쁜 장희빈 같으니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