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184

귀향[8.26 새벽 수정본]


BY B&H1973 2003-08-25

가랑 비가 내리는 바다 위를 얼마나 흘러들었을까.

배 는 마치 깊은 안개 숲의 한 가운데로   들어선것같다.

사방을 둘러싼 안개 때문일까.

꿈 인지, 생시 인지  나는 까무륵 잠이들 듯하다.

망 망 대 해 에 홀로 서 있는듯한 외로움.

가득 찬 안개 저 너머  누군가가  서 있는 듯한데, 나는 그에게 다가갈수가 없다.

나 를 잡고 있는 무언가에 붙들려 , 나는 꼼짝 할수없어  서글프다.

이 빗 속에  내 모든  슬픔이 씻길수있다면......

이 바다 에  내 모든 아픔이 버려질수 있다면........

이 안개 속에  내 모든 고통이  잠기울수만 있다면..........

 

갑자기 엔진이 멈추며,순간 모든 사물이 정지한다.

누근가  조용히 후..우.. 숨을 내 뿜는듯, 조용하면서도 서서히  물러서는 안개.

검은 바다 위에 유일 하게 생동 하는 뱃 전의 하얀 깃발.

세찬 바람 속에서 그것은 , 표호하는 한 마리 짐승이다.

빗 물이 고인 배 안에 넓다란 상이 놓여진다.

정성 들여 놓는 손들에 의해   밥과 술, 포, 과일 등이 차려지고,

한 켠에는  파닥 거리는 산 닭도  놓여진다.

이곳 진도 씻김 굿의 하나인 넋 건지기 굿은 지역 마다 명칭을 달리한다.

지방에 따라 용 굿, 넋 굿, 수망 굿, 혼 건지기 굿..등으로 불리지만,

물 에 빠져 죽은 망자를 위로 하고,좋은 곳으로 천도 하려는 목적은

이곳 진도나, 경기,강원,충청 이   모두 한 뜻 이리라.

망자가 결혼을 못한 미혼 일경우, 넋 건지기 굿과  망자 혼사굿이

병행 되는것도  타 지방과 일맥상통 하는 점 이다. 

이곳에서  단골네는 넋 을 건져내고,다시 마을로 돌아가 

다른 망자 처녀와 혼사굿을 치를 예정 이었다.

더구나 시신 조차 못찿은     서른 일곱의  총각 망자 였으니,

마을 사람들의 슬픔은  피 를 나눈 혈육과    결코 틀리지 않을 정도로 깊었다.

며칠전부터  마을이 부산스러웠던 것도  마을 사람 모두 나서

굿에 필요한   잡다한 재물을 준비하기 위함이었다.

농사와 어업으로 한참 바쁜  때였지만,

지금쯤 마을은 망자 [저승]혼사 굿 준비로 바쁠것이었다.

깊은 울림의 징과   단아한 북이  허공에 울려퍼지고,

왕관 인양  흰 고깔을 쓴 단골네는 서글프게   무가를  부르기 시작한다.

 

"산천 경계  좋아지니,

 인간 세상 좋것만은

 죽은 이 서러워라

 

이승 에서 못한 것

저승 에서 다 하거라."

 

 

구슬픈 진양조 가락에 망자의 넋이 스며 드는 듯하다.

남,녀를 가리지 않고, 좌중은 눈물을 훔쳐내고,

늙은 어미는  옷 젖는 것도 아랑곳 않고,  아예 바닥에 주저앉아 대성통곡을 한다.

 

 

아이고...  사람들아!

 

이 내 말좀 들어보소.

 

박복한  늙은 망구

 

살아서 뭤헌다요.

 

 

 

 

열 여섯 스무 닷새

 

쪽 올리고    시집와서 

 

잘난 서방  잡아먹고,

 

젋은 자슥  또 잡었소.

 

 

여자가  잘못 들믄

 

집 안이 망헌다드만,

 

나 죽어 저승가면

 

조상님네 어찌  보까.

 

 

생피 같은 자슥 목숨

 

나 대신  데꼬가제.

 

하늘님  무심허요.

 

용왕님   무심허요.

 

 

 

 

얼릉 얼릉 장개들여  

 

이뿐색시 못 앵겨준

 

이 년이 죽일 년이제.

 

이 년을 죽여주소.

 

 

 

 

나는 나는 못 살겄소.

 

서러워서 못 살겄소.

 

원통하고, 절통해서,

 

나는  나는 못 살겄소.

 

목이 터져라, 땅이 꺼져라..그녀의 통한은 깊기만 하다.

세월의 자국이 그녀의 얼굴 여기 저기  훈장 마냥 깊숙이 자리한게 보인다.

젋어서 지아비 잃고,듬직한 아들만 믿고 살아온  그녀의  한 과 절망은

구겨진 치마폭과  손수건에 모조리 쏟아부어도 모자랄듯하다.

서른 일곱 총각에게 장난 삼아  농만 걸고, 돈 없다, 땅 없다,매몰차게 떠나버린

육지 손님의   머리채인냥,  그녀는   손톱에 피가 맻치게  바닥을  할켜댄다.

생명의 모태요,일터 였던 바다는   이젠 아들의 무덤이 되버렸다.

하늘이 원망스럽고, 못난 아들이 원망스러운 그녀의  설움을

바다는 그저 온 몸으로 울며 받아만 주고있다.

단골네 는 잿물과 맑은 물을 번갈아 들고 ,손에 든 신 칼에 찍듯이 묻쳐,

배 안 여기 저기에  뿌려대며 부산을 떤다.

부정을 씻어 내는 듯한데 ,꼼꼼 하면서도, 절도 있는 동작이 눈에 띈다. 

단골네에 의해   밥이 담긴 주발과 생 닭이 바다에 던져진다.

바다에  던져서 푸드덕거리며 헤엄을 치는 닭에 망자의 넋이 실린냥,

단골네는  조심스럽게 주발과 함께 닭을  끌어올린다.

닭은 망자의 넋을  끌어올리는 매개체이며,

밥주발은  구천을 떠도는 망자를 대접하기 위함이다.

단골네는   덩실 덩실 춤을 추며 ,상에 놓인 음식들을 바다에 뿌린다.

망자의 넋을  이끌어주신  용와님께 드리는 제물이다.

넋을 건져내는 의식으로 이제 굿을 치르는 배안은 잔치 분위기다.

마을로 되돌아 가는 배안 여기 저기 걸죽한 술판이 벌어진다.

누군가 선창하는  진도 아리랑 곡조에선  이들의  흥과 애환이 묻어나는듯하다.

 

***[작가 백 귀임 입니다.반갑읍니다.^^*

밀양 아리랑과, 진도 아리랑의  후렴반복은 비슷해 보이지만,

타 지방과 달리 진도 아리랑의 특색은  전라도 특유의 풍자와, 회한에 있답니다.

조금 이나마 아시는 분을 위해  부르기 좋게 ,글에 운[-]을 집어넣어봅니다.

잦은 중모리 나, 빠른 자진모리 장단이고, 세마치 장단으로 표현하기도합니다.

쑥스러움을 버리고, 한번 구성 지게 불러보세요.

진도 아리랑만의 진한 감흥과 멋스러움이 있답니다.]***

 

 

아리 아-리-랑    서리 서-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 응-응--

아라리가-   났네-

[각 절당 후렴구]

 

문경  세-제- 는  왠  고--갠-가-

굽-이야 , 굽이,굽이가  눈--물-이  난다-

 

[후렴]

 

 

청-천 하-늘-엔  , 잔- 별--도 많-고-

우리-네   가-슴엔   수-심도 많다

 

[후렴]

 

 

 

만경-  창파에  두둥실--   뜬-배-

어기여-차, 어야 디어라   노-를  저-어라-

 

[후렴]

 

 

 

서-산에  지는 해는  지고 싶어서--   지느-냐-

날 버리고  가시-는 님은   가고 싶어서 가느냐아-

 

[후렴]

 

 

 

가-지-마-오 ,  가-지--를  마-오-

저- 달이 떴다 지거든- , 그-때-사-  가오.

 

[후렴]

 

왜 왔-던고  .  왜 왔--던고-

울고나-  갈-것을  왜  왔--던고-

 

[후렴]

 

 

높은- 봉, 상산-봉     외-로-선 --  나-무-

외롭다 허--여도, 나보다는 났네-

 

[후렴]

 

 

님-은 죽-어서 , 극락 세계-로   가-고-

나는-야  따라-가-며   나무 아미-  타-불-

 

아리 아-리-랑    서-리 서-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넋이 위로받음인가.

용왕님이  흐뭇해 하심인가.

비는 어느새 멈추고,파도는 잔잔하다.

언제 그랬냐는듯. 하늘과 바다는 한몸으로 푸르다.

구성진  아리랑 가락은 흥을 더해 섬지기 들의 어깨춤으로 이어진다.

조금씩  마을이  가까워지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