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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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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가는 배


BY B&H1973 2003-08-24

한두 방울씩 내리던 비가 조금 거세어졌다.

바람이 비를 품어  얼굴에 부딧쳐오기때문인가......

아낙들이   머릿수건을 풀어  자주 얼굴을 훔쳐대는게 보인다.

사내들마저   코를 팽팽풀며, 소매자락으로 얼굴을 문질러댄다.

빗물인지....눈물인지....나 역시 코끝이 시큰해져 그들을 외면한다.

비바람이  더욱 거세어졌다.

장고, 북,꽹가리 등을 지닌이들이 군데군데 보인다.

늙수그레한  여인네도 있고,30대 중반의 사내도 섞여있다.

 하이얀 삼베옷 상하에  머리엔 삼베두건, 발목을 질끈묶은 각반.

그네들의 옷차림은 마을 사람들과  확연히  구분된다.

그들을 따르다보니  어느덧 바닷가에 이르렀다.

서너사람이 탈맛한 고깃배위에 흣날리는 하얀깃발.

선두에 서서 이래저래 지위하는 이는 마을에서 본 당골네다.

왕관을 쓰듯 접어올린 수건사이로 히끗히끗 보이는 머리.

젊은이 못지않는  활기 , 걸걸한 목소리, 하이얀 소복아래   흰고무신이 바쁘다.

얼핏 나를 보는가싶더니, 자기에게 오라 는듯  끄덕끄덕 손짓을 한다.

왠지 그녀가 무섭지만,거부할수없는 무언가에  난 배에 오른다.

검은머리보다 흰 머리가 많음에도 그녀의 나이를 짐작할수가없다.

 

"일루 와서 여그 앉으소.  동안 별일없었능가?"

 

"예...잘 지내셨어요..? 전번엔  감사했읍니다. 밤중에 와주시구..."

 

"아 .따..감사는 무신 감사. 한동리서 살믄 다 같은 동기간인디...뭔 인사를 챙긴당가.

일가친척도 없담서...아프면 젤 서런법 인께  몸이나 잘 챙기소."

 

"예...그런데...비가 와서  굿 치르기 힘드시지  않을까...싶은데요?"

 

"어허이.. 나가  굿을 한두번 치렀겠능가?

굿판 한번 허면,  한 닷세 앓기도 허지만도,  70평생  요렇콤 살어서   괜찮당께.

이깟 비는   암것도 아니여!  맴 푹   놔부소."

 

 

"예....저..그럼  내려가볼께요.시작하셔야죠?"

 

 

" 여그와서 많이 적적했을텐디...목포 나갈래도 멀고, 여그 앉아서 구경이나 하소."

"아야.. 영득어메야 !  망자랑 색시 옷은 다 채비했다  하지야?

속 고쟁이 까정  새로 준비해야 헌다해라잉. 다 정성인께...알았지야?"

 

"야...말했써라. 근디..뭔 비님이  이렇게 오실까요  .안그요 잉?

배가 나가도 괜찮을랑가 몰겄네...늦었다고 망자가 심술부린갑소야."

 

"씨알띠없는 소리말고 , 거쎄지기전에 바다로 나가야제.

서울댁네는  거그 밧줄위에   편이 앉아서 가소. 한참 나가야 한께.

자아....인제 출발 허세나................"

 

 

바람은 아까보다 수그러든것 같은데, 비는 멈출줄 모르고 내린다.

망자의 혼을 건지러 가는 엄숙한  바다위....

조용하고도 서서히... 바다위를 미끄러지듯  흐르는 배의 서글픔.

문득 노래 하나가 떠올라  나는   더욱 서글퍼진다.

 

 

 

저기 떠나가는 배 .

거친 바다 외로이.

검은 비에 젖은 돛에 가득

 찬 바람을 안고서,

언제 다시 오마는

헛된 맹세도 없이

봄날 꿈같이 따사로은

저 평화의 땅을 찿아,

가는 배여.

가는 배여.

그 곳이 어디 메뇨?

강남 길로, 해남 길로

홀로 떠나가는 배.

바람속으로

파도속으로

저기 멀리 떠나가는 배.

 

 

나를 두고 간다는

헛된 다짐도 없이

남기고 가져갈것없는

저 무욕의 땅을 찿아

가는 배여 .

가는 배여.

언제 우리 다시 만날까.

꾸밈없이 꾸밈없이 

홀로  떠나가는 배.

바람소리 파도소리 

어둠에  묻혀서 밀려올뿐.

 

어둠에..묻혀서 밀려올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