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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인]39. 1시간동안의 만남( 석훈과 성은 )


BY 영악한 뇬 2003-10-12

 

 

- 전편 연결.

 

 

                          제39부, 1시간 동안의 만남.( 석훈과 성은)

 

 

1시간이다. 1시간 동안, 성은씨를 일으키고 죽을 먹이고 운동을 시키고 음…담엔 뭘할까?.

그것이면 1시간이 후다닥 지나가버리겠지?.

병실 문을 여는 석 훈은 첫사랑에 빠진 소년 처럼 가슴이 두근 거리고 있었다

늘 그렇지만 하얀 병실의 문앞에 서면 불안하다.

혹시라도 병실안에 성은이 사라지고 없으면 어떻게 하나….그런 말도 되지 않는 상상이 들곤해서 였다.

 

“ 흠..흠.. “

헛기침을 한 뒤. 석 훈은 조용히 문을 열었다.

겨울의 햇살이 창안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는 가운데 성은이 누워있었다.

 

성은은, 조심스럽게 문이 열리고 발자국 소리 하나 없이 깔끔하게 들어서는 사람이 누구인지 보지 않아도 알수 있었다.

성은의 의식이 깨어난 뒤 자신을 처음 찾아온 사람.

그러나 자신의 기억속에는 없는 사람.

그런데도 문득 문득 이 남자의 미소에 가슴이 아픈 …..

 

“ 성은씨, 뭘 좀 먹어야죠. “

 

침대 아래로 쪼구리고 앉은 석 훈이 성은을 올려다보며 미소 지었다

 

 

 

 

 

“………….”

성은은 그런 그의 미소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 오늘따라 성은씨 너무 예쁘네요…간호사 아가씨가 세수도 시켜줬나보네…하하하”

 

갑자기 성은의 얼굴이 빨개진다.

정말…볼이라도 부벼주고 싶군…!

 

“ 봐요, 죽 사왔는데….맛잇겠죠?.”

성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 그럴줄 알았어요, 자 일어나서 …체하지 않게…”

 

석 훈은 조심스럽게 성은을 일으켜 앉힌 후, 쿠션을 등받이로 넣어주었다

아직 척추뼈와 근육의 상태가 불안전하기 때문에 몸을 움직여서는안된다는 것이 주치의의 당부였다.

 

“ 아.. 잠시만요 “

 

석 훈은 성은의 긴 머리를 보며 뭔가가 생각난듯 주머니에서 예쁜 고무줄을 꺼내보였다

 

“ 오는 길에 성은씨 머리카락 생각이 났었어요…태어나서 한번도 여자머리 묶어본적은 없지만 누나가 하는거 많이 봤거든요. 자…”

 

석 훈은 성은의 등뒤에서 성은의 머리를 묶어주었다.

잘되지 않는 듯 몇번을 다시 풀고 묶더니 이윽고 만족하는지

성은의 얼굴을 들여다 보며 씨익 웃는다.

 

“ 오늘 저,, 작전투입되요 ..좀 위험한거긴 하지만…살아와야 겠죠. 성은씨. 다시 보려면…”

 

어떠한 말이든 전혀 표현하지 않고 있는 성은.

석 훈은 그렇게 말하며 성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성은은 석 훈의 말을 들었는지 듣지 못한건지 표정의 변화없이 멍하니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석 훈은 성은의 입속으로 천천히 죽을 떠먹였다

식사가 끝나고 성은의 입술을 닦아주는 석 훈.

 

어느새 간호사가 약쟁반을 들고 들어와 서 있다

“ 어휴,,,김형사님. “

“ 어! . 언제 그기 서 있었어요?. 이런…”

“ 그런건 제가 해도 되는데..옆에서 보기에 질투가 나서 견딜수가 있나?. 꼭 와이프 아픈데 병간호하는 남편 같으시네….“

“ 하하하 그렇게 보입니까?…이거 참….”

소년 마냥 헤맑게 웃고 있는 석 훈

 

와이프와 남편…..

간호사의 그 말이 성은의 가슴속에 와 앉았다

민준씨……

민준씬 지금 어디에 있나요?.

혹시라도 제가 없는 고서점에서 절 기다리는 건 아닌가요?.

 

성은은 힘겹게 손을 들어 올렸다

간호원과 석 훈이 놀라 성은을 돌아보았다

[ 저를… 고서점…으로 …좀 …데려가 주세요…]

 

“ 성은씨?..”

성은이 깨어난 뒤로 자신의 의사 표현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였다

성은은 수화를 하며 애닯은 눈으로 석 훈과 간호사를 번갈아 보았다

 

그러나 석 훈도 간호사도 성은의 수화를 알지못한다.

 

[ 저를 , 고서점으로  좀…데려가 주세요…]

성은은 계속해서 자신의 말을 전하려 애쓰고 잇었다

 

석 훈으로서는 성은이 수화로 뭔가를 나타내는 것을 처음으로 보는 것이엿기에 그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까워 죽을 지경이엿다

 

“ 어디 아파요?. “

“…….”

“ 어디 가고 싶어요?. “

드디어 성은이 끄덕엿다

“ 어디요? 어디로 가고 싶은거예요?.”

[ 고서점…그가 …기다릴지도 몰라요…]

 

“ 휴,,,!! “

석 훈은 안타까워 몇번이고 한숨을 내쉬었다

“ 화장실?.”

“……..”

“바깥에?. “

“………….”

석 훈은 이미 불타 재가 되버려 흔적도 남지 않은 고서점을

말하는 것인지 결코 알수가 없었다.

 

성은은 속이 탔다..

성은은 자신의 고서점이 불에 탄 것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였다.

 

도환의 거처로 납치되어 간 뒤의 모든 의식은 성주의 것이였기에

성은이 기억하는 것은 비오는날 자신의 고서점으로 찾아든 민준과

계단에서 미끌어져 떨어지던 자신을 받아주엇던 민준과

비오는 날 우산을 들고 기다려주엇던 민준과

무뚝뚝한 표정으로 망치를 들고와 비에 새는 지붕에 못질을 하던 민준 의

거친 입맞춤.

그것이 전부였다.

 

사랑이란 바로 곁에 있으면 알지 못하는 것일까?.

성은은 석 훈의 사랑을 알지 못했다.

성은의 마음속에는 석훈이 들어설 자리가 없었다.

마치 굳게 닫힌 문 처럼. ..

아직은 석훈의 자리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