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도환의 거처. 지하실
퍽! 퍽! 퍽!
몽둥이질 소리가 지하실로부터 새어 나오고 있었다.
헉,,! 허억!
도환이 몽둥이를 내려칠때마다 민준 의 상체가 심하게 휘어졌다.
노인인 도환의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건지..
몽둥이는 매섭게 민준 의 등을 갈려댔다
그러나. 단 한마디의 비명소리도 새어 나오지 않앗다
몽둥이를 휘두르는 도환에게서도
몽둥이에 맞아 온몸이 휘어지는 민준에게서도
소리는 이미 각자의 분노속에 삼켜지고 없었다
도환은 분노로 일그러진 얼굴로 몽둥이를 내팽겨치더니 이윽고 지하벽에 걸려있는
채찍을 손에 쥐었다
쉬익 쵁! 쉬익 쵁! 채찍이 허공을 가르기 시작했다
민준 은 이를 악문채 도환의 매질을 견디고 있었다.
철퍽! 철퍽!
채찍이 민준 의 벗은 몸위로 날아들어 시뻘건 핏 자국줄을 남겨가는 동안
민준 의 머리 속에는 오직, 언제가 될지 모를 그날.
와줄지 알수도 없는 그 날
그날을 성은과 함께 보낼 생각으로만 가득차 있었다.
단 하루가 되더라도, 그 기억을 가질수만 있다면 세상이 끝이난다 해도 자신은 살아갈수
있을것만 같았다
성은에 대한 생각은 민준에게 채찍질의 아픔을 잊게 해주었다.
이를 악다문 민준 의 얼굴위로 피가 흐르고 있었지만 그의 눈동자는 언제가 될지 모를
그날에대한 기대감으로 생생하게 살아나고 있었다
억! ….민준 은 또 다시 고통의 소리를 삼켰다.
이건 순간일 뿐이야…..순간일 뿐이라구…..
그녀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지못햇다면 어쩌면 민준 은 이 순간을 견디지 못했을지도 몰랐다
*
< 개인 병원 >
서울 근교에 위치한 자그마한 개인 병원.
하얀 건물의 외벽 위로 휘감겨져 오른 잎이 모두 떨어져 나간 밤색 덩굴 줄기.
석 훈의 차가 와서 멈추고
흰장미를 한 아름 안은 석 훈이 서둘러 차에서 내렸다
“ 성은씨! “
그녀의 이름을 외치며 병실 문을 박차고 들어서는 석 훈.
깨끗하게 정리된 침대 위에 누워있는 성은이 눈을 뜨고 병실 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성은은 석 훈을 바라 보고 있었다
성은의 두 눈이 깜빡이고 속눈썹이 움직인다는 그것만으로도 석 훈은 감동하며
환희 웃고 서 있었다
“………………..?”
그러나 , 성은의 눈동자는 이렇게 묻고 있었다
당신은 누구세요?….
당신은….누구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