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편 이어집니다.
민준 일행의 눈빛들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 송형사는 슬그머니 그자리를 움직여
한쪽 구석에서 몸을 웅크린채 덜덜 떨고 있는 여소희의 손목을 잡았다
그리고 여소희의 귀에 다 대고 소곤거렸다
“ 살고 싶으면 튀어.. “
송형사는 이를 악물고는 냅다 뛰기 시작했다.
바로 그 순간, 휙-! 고개를 돌리고 노려보는 민준 일행!
민준이 씨익 웃었다.
제28부. 카르마의 써클이 깨어지다 (4)
한편, 닥터 한의 시신을 화장하고 지친 몸으로 성은의 병실을 찾은 석훈.
석훈의 마음은 불타오르는 복수심으로 지쳐 있었다.
반드시, 예지를 죽인 범인을 잡고야 말겠다.
그 놈도 산채로 심장을 파내서 예지의 고통과 닥터 한의 고통을 맛보게 해주리라…
“ 성은씨……닥터 한….기억나요?. 성은씨 전생 치료를 해주시던..분…”
“…………….”
“ 그 분,,오늘…돌아가셨어요..”
“ ………….”
아무런 대답도 없는 성은을 앞에두고
석훈은 자신의 나약한 치부를 드러내보이며 울먹이고 있었다
“그리고 예지….동생처럼 아껴주던 아이였는데…. 마음이…너무 쓰라려서…언제…
어떻게 죽을지도 모르고 한치 앞도 볼수 없는 사람의 인생이라는 거…
너무..허무하군요…이렇게 살다 죽는게 인생인데….지금 여기서 뭘 하는 건지 ...
아까운 인생의 시간들을 범인을 쫒고 총을 들고, ,,,그런것 말고,,, 해야할 다른 일이 있을 것 같아요. 지금이라도 당장 죽게 된다면 그때가서 후회하지 않을수 있는 일 말입니다….
마음이 편한 일….그 어느 누구의 눈에도 눈물 나게 하지 않을수 있는 일……”
성주는 석훈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었다.
석훈의 눈에서 눈물이 또르륵 떨어져 내리자.
성주의 영은 마음이 아파 더 참을 수 없다는 듯. 스르르 석훈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챠르르~
언젠가 들었던 신비한 소리가 나고 어디선가 매화꽂 향기가 났다
최면에 걸린듯, 주문에 걸린듯, 석훈의 검은 동공이 벌어지고 있었다.
성주의 영은 마치 춤을 추듯 빙그르르 돌며 나타났다.
석훈은 최면속에서 빛에 감싸인 성주를 보았다. 아..아...고고한 아름다움.
석훈의 얼굴에 미소가 감돌기 시작했다.
[ 의원님… 너무 슬퍼 하지 말아요…그분들을 만나 보시겠어요?, 모두 행복하답니다. ]
성주의 목소리가 마치 동굴속으로 떨어져 내리는 물방울이 만드는 소리 처럼 병실안으로
울려퍼졌다
성주가 넓은 저고리 소매를 탁! 펼치자, 10년은 젊어 보이는 듯한 닥터한이 웃고 있었고 그의 곁으로 보이는 예지는 핏자국 하나 없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행복해 하고 있었다.
석훈이 마음의 위로를 받고 있는 바로 그 순간. 병실로 스르르 백소성이 나타났다.
백소성은 갑자기 화가 난 목소리로 성주를 불렀다
[ 성주님! !! ]
[ 뭐냐!! ]
[ 성주님. 그것은 …거짓을 말하는 흑마술! 어떻게 성주님께서 흑마술을 !!!! ?]
성주가 백소성을 돌아보며 차갑게 미소지었다. 차가운 성주의 미소에서 뭔가를 읽는 백소성
[ 성주님. 주술록을 보셨군요! ]
그때였다.
띠리리~ 울리는 석훈의 핸드폰. 그것은 다급함을 알리는 송형사가 보낸 문자 메시지 였다.
성주가 손가락 하나를 들어 허공을 때리자. 띠리리 음악소리를 내던 핸드폰이 딱 끊겼다
[ 성주님! 흑마술을 통하신겁니까?! ]
백소성이 뒷걸음질을 치며 외쳤다
성주의 기세에 백소성의 빛이 점점 사그라들고 있었다.
백소성을 보는 차가운 성주의 눈빛!
< 성주의 영의 모습입니다>
______________
헉헉헉….땀에 뒤범벅이 된 송형사는 어딘지도 모를 가리봉동 거리를
미친듯이 도망치고 있었다.
여소희는 끌리듯 송형사를 따라오다가 이내 축 늘어지고 말았다
“ 더..더 ..이상 못..가요..”
“잡히면 죽어! 그 새키들 인간이 아니야! 그 눈빛 봤지?! “
“ 죽는거 겁안난지 오래야..”
“ 일어나. 얼릉”
숨을 죽이며 있던 여소희는 갑자기 고개를 쳐들며 다짜고짜로 송형사에게 달려들어 주먹으로 송형사의 가슴을 내려치기 시작했다
“ 왜 살려줬어?! 왜?! 누가 살려달랬어?! 그냥 죽게 놔두지!! 왜!?, 흐흐흐흑…억억억…”
“ 차라리 죽는게 먹고 사는 것 보다 쉬워. 차라리 죽으면 살아서 중국으로 돌아가지 않아도 되지!!…나 보고 어떡하라구?! 어떡하라구 살렸어?!!이렇게 밖에 살수 없는데..! 어..허허 흐흐흐흑….”
쉰목소리로 온전신의 힘을 다 쥐어 짜내며 발악하는 소희
마치 소희의 마지막 발악처럼 들려왔다.
‘ 아 씨팔….살려주고 나니 보따리 내 놓으란다더니…나 원참…허!딱 그꼴이네..!! ‘
송형사는 차마 입밖으로 말을 내지 못한채 중얼 거렸다.
여소희는 쪼그리고 앉아 있는 송형사를 힘껏 밀쳤다.
바로 그 순간. 송형사는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섬득한 기분이 들었다
갑자기 딱 멈추는 차들의 소음소리!
사방이 마치 진공 상태가 된듯 기분 나쁜 정적이 흐르기 시작햇다
크크크크크…. 기괴한 웃음소리.
어둠 저쪽에서 번쩍하는 두 눈동자!
괴기스러운 빛을 내뿜고 있었다.
“헉…! “
송형사는 가슴속의 권총을 빼들었다.
“ 누..누구야! 나와! 나와서 한판 붙자! 씨팔! “
“ 권총이라…크크크크….”
어둠속에서 스르륵 모습을 드러내는 민준. 그의 눈이 번뜩 였다.
“ 무섭군…내 살을 뚫고 지나갈 총알이 들어 있쟎아?…오호…형사였군 그래….”
그렇게 말하는 민준은
송형사의 주위를 감싸고 서 있는 여러명의 원령들을 볼수 있었다
.
그들은 모두 죄수복을 입고 있었다.
송형사가 범인이라고 잡아들이고
검찰이 범인이 틀림 없다고 생각하고 감옥에 집어 넣은.
한마디로 법의 오류가 만든 억울한 원령들이였다.
그속의 모종의 음모는 권력과 돈에 의해 덮혀진 .....................
민준은 지금 그 억울한 원령들을 보고 있는 것이였다.
송형사는 민준이 자신이 아닌 자신의 주위를 보고 있는 것을 느끼며 섬뜩한 기분으로 사방을 살폈다.
그러나 .송형사의 눈에는 그들이 보일리가 없다…
원령들은 소름끼치는 모습으로 혀를 날름대거나 송형사를 노려보고 있었다.
“ 아,,,김형사 새끼는 뭐하는거야?!! “
정체모를 공포에 압도 당하는 송형사.
같은 시각 병원.
[ 성주님. 흑마술을 빌어 인간사를 관여하시면 성주님의 영은 초혼서에 떨어져
버릴것입니다! ]
[ 상관없다. 지금 의원이 나가면 반드시 죽는다. 그를 나가게 내버려 둘수 없다! ]
[ 그가 가지 않으면 또 다른 자가 죽습니다. ]
[ 내게 또 다른 자의 목숨은 필요없다! ]
[ 성주님. 흑마술을 거두십시오. 저자를 오랫동안 지켜 주고 싶으시면, 어서 흑마술을
거두십시오. 제가 저자와 함께 가겠습니다! ]
성주는 한동안 백소성을 노려보다가 이윽고 스르르 성은의 몸으로 되돌아 갔다
바로 그 순간. 띠리리~ 다시 울리는 핸드폰.
퍼뜩 정신을 차리는 석훈. 기묘한 기분으로 핸드폰을 드는데….
한편 민준 일당에게 쫒기는 송형사.
탕! 탕! 탕!
송형사는 공포심에 사로잡혀 조준이고 뭐고 할것없이 눈앞에 보이는 것들을 향해
무조건 총을 쏴댔다
총을 잡고 있는 송형사의 손과 다리가 달달 떨리고 있었고 당연히 총알은 핑핑 다른 곳으로 튕겨나가고 있었다
극심한 공포심이였다.
민준의 무리들은 단지 한껏 냉소를 흘리며 어둠속에 서 있을 뿐인데도
송형사의 공포심은 극에 달해 있었다.
민준이 그런 송형사를 보면서, 때가 되었다는 듯, 신호를 주자. 율이 칼을 들고 나섰다.
율이 든 칼에 시퍼런 귀기가 서렸다.
“ 크크크….산송장을 만들어 줄까?. “
율이 칼끝을 송형사의 심장이 있는 곳에 가져다댔다.
“ 흐..흐…흐….사,,,살려줘….”
송형사는 자신도 모르게 애원하고 있었다.
아무리 천하의 단순무식 , 송형사라 해도 이러한 기묘한 공포심에는 모든 인간과 마찬가지로 나약할 수밖에.
율이 칼을 번쩍 쳐들었다.
바로 그 순간 “ 꺄아악-~~~ !!! “ 바들 바들 떨며 비명을 내지르는 여소희.!
휙-! 노려보는 율. 율은 귀신들린 상태로 자신의 동생 여소희를 알아보지 못하고 있었다
그가 여소희를 향해 단숨에 칼을 날릴 듯 칼 자루를 바꾸어 잡았다.
주> 초혼서: 영계에 존재하는 원령들의 감옥. 원혼을 가두어 놓는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