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발목에 걸어준 이.. 방울…. 울리는…. 소리가….. 바람결에…. 흩날리면…..
어디서건 당신이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겠지요 ….그것이 꿈속이든… 후생이든
4. 나를 기억하세요?
성은은 쇼크 상태로 빠져 들고 있었다
“ 성은씨..현실로 돌아옵니다. 자..하나..둘….셋 ! 눈을 뜨십시오”
“ 허흡! “
숨을 들이키며 눈을 번쩍 뜨는 성은.
헉…헉…헉….거칠게 가뿐 숨을 몰아쉬는 성은.
가슴이 쓰린지 성은은 자신의 가슴을 쓸어 올렸다.
성은은 한동안, 눈을 감은 채 앉아 있었다.
이윽고, 성은은 천천히 손을 들어 수화를 시작햇다.
[ 당신의 발목에 걸어준 이.. 방울…. 울리는…. 소리가….. 바람결에…. 흩날리면…..
어디서건 당신이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겠지요 ….
그것이 꿈속이든… 후생이든……..]
그렇게 말한 성은은 잠시 수화를 멈추었다가 다시 이렇게 덧붙혓다.
[ 그것이 내가 들은 그분의 마지막 말 이였답니다 ]
성은은 자신의 발목에 걸려있는 은방울 발찌로 시선을 떨구었다.
성은의 시선을 따라 발찌를 보는 닥터 한.
혼란스럽다.
과연, 이 환자의 전생에 대한 기억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것일까?.
전생에 의원이 걸어준 발찌를 현생의 자신이 하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믿어라는 말인가?.
성은의 몸은 지금 여기 현실에 있는데… 2000년전의 발찌는 어디서 나왓다는 말인가?.
닥터한은 성은의 전생을 듣는 동안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끊임없는 의문에
고개를 저었다.
어쩌면…그녀는 잘못된 기억 (false statement …)을 가지고 있는 지도 모른다..
잘못된 기억. 인격장애. 포비아..
닥터 한은 깊숙히 숨을 들여 마시고는 천천히 내뱉으며 성은에게 물었다.
“ 성은씨는…. 도대체 …어떤 사람이죠? “
어느새 밤이 되어버린 거리위로 비가 내리고 있다
소리없이 내리는 비에 거리는 온통 젖어 있고,
비속에 아스라한 빛을 발하는 거리의 네온사인들의 풍경은 잔잔한 애수마저 느끼게
했다. .
여긴 어딜까?.
나는 누구일까?.
그는 어디에 있을까?.
그를 만날 수 있다면 나는 그를 알아볼까?.
그는….나를…..알아볼까?….
성은은 나서려다 말고, 힘없이 병원 입구에 기대어 섰다
그때였다.
소리없이 성은의 앞으로 내밀어지는 파란 비닐 우산.
[ ………….? ! ]
이윽고 성은의 앞으로 스르르 모습을 드러내는 남자.
' 절 기억하세요 ? '
말없이 웃고선 남자는 속으로 그렇게 묻고 있는 듯 했다.
그는 성은이 고서점에서 만난 민준 이였다
“ 제가 머무는 호텔이 바로 이 병원 근첩니다 “
민준은 , 성은이 분명 물었을 질문에 대한 답을 명쾌하게 해주고 있었다
“ 언제까지 그렇게 서 있을거죠?. “
그러고보니. 성은은 당황스러움에 한참을 서 있었던 것 같았다.
“ 가죠.”
우산을 펼쳐든 민준은 성은을 바라보며 얼른 들어오라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엿다.
망설이던 성은은, 마지못한 듯 민준의 우산 속으로 들어섰다
말없이 빗속을 걸어가는 두사람.
두 사람 사이로 파고 드는 비소리.
당신 이름을 알고 있어요.
하지만, 당신이 먼저 말 해 줄때까지 당신 이름을 부르지 않을겁니다.
당신이 내 이름을 묻는 그날. 내 이름도 당신에게 의미가 있겟지요.
그래서 내 이름도 당신이 먼저 묻기전에는 말하지 않을겁니다.
과묵한 민준은 가슴 밖으로 터져 나갈듯한 말들을 애써 삼키며
그녀의 보폭에 맞추어 걸었다.
오른발 .왼발. 오른발 왼발.
오른발 왼발 . 오른발 .왼발.
그녀의 작은 보폭에 민준의 큼직한 보폭이 잘 맞추지 못해 틀린 행진이 되어 버리면
재빨리 오른발 왼발로 바꾸어 걷는 민준.
민준의 시선은 줄곧 성은의 보폭에 가 있었다.
앞만 보며 걷던 성은이 그런 민준을 눈치채기라도 한 듯 잠시 발걸음을 멈추었다.
“………….? “
한발 먼저 나가버린 민준, 뒤뚱거리며 성은을 돌아보는데…
민준과 눈이 마주치는 성은. 키득 키득 소리 없는 웃음을 웃어댄다.
‘ 이야아!!! 웃는다 . 웃어! “
성은의 그런 웃음을 보는 민준. 가슴속으로 환희가 일었다
이런 자신의 반응에, 민준 스스로도 의아 했지만, 걷잡을수 없이 솟구치는 감정을
스스로에게 숨길수는 없었다.
민준의 가슴이 떨렸다.
바로 그때, 성은을 바라보며 환희 웃는 민준의 시선안으로 급하게 달려드는 승용차.
승용차는 도로에 고인 빗물을 반으로 가르며 성은의 뒤를 맹렬히 지나치고 있었다.
퍼퍼퍽--!!!
성은을 향해 튕겨오르는 물살!
민준은 자신도 모르게 성은을 안아 빙그르 돌려세우며 자신의 등으로 튕겨오르는
물살을 막아서는데….
힘없이 민준의 품안으로 떨어지는 성은의 머리 속으로 번쩍 스치는 전생의 편린.
“ 저 놈 때문에 성주님께서 검을 버리 시다니요! 더 더욱이 저 놈은 고구려 인이 아닙니까?!!
차라리 저 놈을 제가 죽여 버리겟습니다 ! “
불같이 소리치며 검을 뽑는 천문.
“천무운!!!! “
대노하며 불호령을 치는 성주.
성주의 불호령에도 불구하고 공중으로 솟구친 천문의 검은 비호처럼 의원을 향해
달려드는데. 급박한 순간.
의원을 안은 채 빙그르 돌아 자신의 몸으로 의원을 보호하는 성주.
천문. 멈칫하다가 이내 걷잡을수 없는 질투에 휩싸이며 다시 검을 내려친다
성주를 안은 의원, 사력을 다해 빙그르 몸을 돌려 성주를 감싸 안는다…
퍽!
이윽고 검에 깊숙히 꽂히는 의원의 등줄! 솟구치는 핏줄기…!
휙휙 꽂힌 상태에서 재빨리 검을 십자로 돌려버리는 냉혹한 천문.
한치의 동정심도 없이 분노만 남은 천문의 검에서 검붉은 피가 뚝. 뚝 …떨어져 내린다.
[ 아악! ]
주) false statement
잘못된 기억 ( false statement . )
현실의 자신에 대한 부정이 심해질 때 특정한 기억을 스스로 만들어 내어 자연스럽게
창조되어지는 잘못된 기억으로 사랑하는 누군가가 죽었다거나….사랑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했을 때 일어나는 일종의 자기 보호 기능.
***** 증상 : 식은땀. 심장발작. 호흡 곤란증세 . 혐오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