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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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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사건


BY 아가둘 2003-07-23

 주현이와 짝꿍이 된것이 마냥 신기하고 행복하기만 하다.

어떻게 이런 행운이 내게 온 건지 누구에게든지 감사하고 싶은 심정으로 몇 달을 살았다. 주현이의 일상적인 말, 행동 하나 하나가 수야에게는 설레임으로 다가온다.

[낼은 우리 학교 소풍가는 날인거 모두 알지?]

[네~]

[과자나 음료수 너무 마니 싸오지 말고 늦지 않게 학교에 오는거다.

 반장 인사.]

[차롓,경례]

-어쩜 저렇게 멋질까?

수야의 눈길은 주현에게서 떠나질 않는다.

그런 자신의 마음을 들키지 않으으려고 무진 애를 쓰는 수야였다.

  다음날, 학교에 등교한 수야는 잔뜩 기가 죽어있다. 

모두들 시끌벅적하고 벌써부터 가방에서 과자를 꺼내 먹고 야단들이지만, 수야의 가방 속엔 과자 한개와 음료수 한개뿐이다. 도시락은 계란으로 밥을 말아서 대강 김밥 흉내를 냈지만 이미 다 풀려서 밥따로 계란 따로가 됬을 것이다. 행여 누가 볼새라 가방을 꼭 끌어 안고 앉아있다.

[너 맛있는거 많이 싸왔냐?]

주현이 수야의 가방에 관심을 보인다.

[아니 별로]

[좀 보자 맛있는거 있으면 나좀 먹게]

-이런 초라한 보습 보이고 싶지 않아.

[없어]

[에이~ 한번만 보자~]

[없다니까~]

[얼마나 맛있는게 있길래 그렇게 가방을 끌어 안고 있냐?

 한번만 먹어보자]

속도 모르는 주현이 자꾸만 수야를 힘들게 한다.

[없다는데 왜이래?]

[그러지 말고 한번만 보자니까]

주현이 수야의 가방을 억지로 뺏어가려하자 수야는 필사적이된다.

[놔. 없다니까 정말 왜이러는거야? 만지지 말란 말이야.]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반 애들의 시선이 모두 두사람에게 쏠린다.

주현도 민망했던지 가방을 놓으며 한마디한다.

[쳇, 아무것도 아닌거 같고 디게 그러네. 더러워서 안만진다.]

-더럽다고? 내...가 더럽다고?

수야의 볼이 따뜻하다. 눈물이였다.

좋아하는 사람에게서 들은 말이여서 였을까?

수야의 가슴을 커다란 망치가 때리는것 같다. 살갗이 벗겨진 살을 소금으로 문지르는것 같다. 주현의 말이 메아리가 되어 머릿속을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