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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구속


BY 과일나라 2003-07-24

화창한 월요일 아침이다.

선아는 새로 취직한 법무사 사무실 일도 제법 익숙해져 가고 있었다.

주로 외근 업무를 맡은 선아는 사무실 안에 박혀 일하는것보다  훨씬 더 편하고 좋앗다.

오늘도 몇군데 구청과 법원을 들러야 할지 모른다....일찍 서둘러야 했다.

늙은 법무사 소장은 아침부터 작은 손거울을 세워두고 코털 뽑기에 여념이 없었다.

'저 늙은이 드러운건 알아줘야되......'

 

-저,,,,소장님 구청에 좀 다녀오겠습니다.

-어, 그래... 미스김 갖다 와. 참 올때 행운 부동산에 가서 등기부 좀 받아다줘,,,,가보면 알꺼야.

-네...알겠습니다.  다녀올께요.....

 

이제는 히터를 틀지 않으면 차안에서도 추위를 느낄만큼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선아는 추위를 느끼면서 히터를 틀었다. 차안에 온기가 금방 가득해졌다.

법무사에 취직하면서 작은 경차를 하나 받았다. 물론 개인차가 아닌만큼 차를 탈때마다 조심스런 마음은 항상 똑같았다.

 

-젠장, 빨리 내차를 하나 뽑아야 되는데...어느 세월에.....

 

라디오를 틀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어요,,,,이 사람과 영원히 함께 하고 싶어요.....양산에 사시는 김유경 님께서 사연과 함께 노래를 신청 하셨네요,,,,,'디제이의 맨트와 함께

 김종서의 "아름다운 구속"이란 노래가 흘러 나왔다.

선아는 노래를 따라 부르다가,,,,크큭~ 헛웃음을 웃었다.

 

-너두 사랑이란걸 해봐라,,,그게 아름다운 구속인지.....

 

어느새 구청앞에 도착한 선아는 차를 주차 시키자 마자, 서류 가방을 들고 구청 앞으로 뛰어 들어 갔다.

 

-언니 내가 부탁한 토지대장 다 떼놧어?

-당근이지.... 선아야,,,,커피 한잔 살꺼지? 어제 이거 한시간이나 했어,,,

-오케이....고마워 언니.....숙희 언니, 언니도 커피 드실래요?

 

선아는 건축물대장을 발급하는 숙희언니에게도 커피를 권했다.

 

-선아야 커피는 둘째구,,,너 그거 생각해봣어?

-뭐?

-저게....너 내가 소개팅 시켜준다구 그랬잖아....

 

숙희 언니는 선아 성격이 서글서글하니 좋다고 선아를 꽤나 마음에 두고 있었다.

 

-언니...나 소개팅 싫어, 안할래,,,,

 

선아는 며칠전 숙희 언니가 한 말이 생각났지만,,,한번도 깊이 생각한 적도 없고 지금은 다른 만남을 가진다는게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너 굴러들어온 복을 차는거야, 잔소리 하지 말고 한번 만나봐, 만나서 손해볼건 없잖아.

-그래 선아야,,,너두 나이가 잇는데...그냥 편하게 한번 만나보지 그래.

 

토지대장 발급을 해주는 현주 언니도 숙희언니의 말을 거들고 나섰다.

 

-저기,,,언니 그럼 다음주 쯤에 약속 잡아 줘요. 근데....나 그냥 진짜 아무 생각없이 나갈꺼야. 나중에 잘 안되도 언니 나보구 머라구 하면 안돼. 알았지?

-알았어.....일단 만나보기나 해,,,나중에 술이 석잔이 될지, 뺨 석대가 될지 어찌 아냐,,,호호호호

 

숙희언니와 현주 언니는 벌써 결혼 약속이라도 받아둔것 처럼 서로 쳐다보고 웃었다.

선아는 벌써 몇달동안 친하게 지냈던 언니들이 부탁하는거라 거절하지도 못하고 그냥 편하게 한번 만나보고 말지 하는 생각을 했다.

 

-여보세요?

-선아니?

-니가 왠일이야?

 

선아는 휴게실에서 언니들과 커피를 마시다가 건우의 전화를 받았다.

 

-선아야 요즘 어떻게 지내...

-그냥 지내지 머,,너는?

 

솔직히 생각 같아서는 건우가 어떻게 지내는지도 알고 싶지 않았다. 몇달동안 그래도 한번쯤 하고 기다렸던 건우의 전화는 오지도 않았고 차츰 건우란 존재에 섭섭함과 원망이 채워지고 잇었다. 하지만 습관적으로 건우의 안부를 물어버린 선아는 자기 자신에게 화가 났다.

 

-선아야,,,너 내일 저녁에 시간잇어?

-왜?

-내일 우리 만나자,,,너한테 할 이야기가 있어.

-.........

-내일 우리 자주 만나던 공원 벤치에서 7시에 보자.

-나 너 별루 만나고 싶지 않아....

-선아야, 꼭 할말이 잇어...꼭 나와 알았지? 그럼 내일 보자....

 

선아는 가슴이 쿵쾅거렸다.....'할 이야기가 뭐지?' 갑자기 머리속이 어지러워지는것 같았다.

모든게 정리가 됬다고 스스로 인정했던 부분이 한번에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선아는 마음 어디선가 '흰원피스랑 건우가 헤어졌데' 라고 말하는거 같았다.

'설마,,,,,,,'

 

-선아야 무슨 일 있니?

 

숙희언니가 선아의 얼굴을 보고 걱정스럽게 물었다.

 

-아뇨,,,언니...별일 아니에요,,,

 

선아는 숙희와 현주에게 눈웃음을 보이고 아무렇지도 않다는듯....어깨를 약간 들썩였다.

 

-그럼 선아야 내가 내일 약속장소랑 시간 정해서 전화 줄께.

-네, 언니

 

선아는 제마음 어느것 하나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함을 후회 하면서도, 될데로 되겠지 하는 생각에 자신의 무력함을 느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