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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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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빛 원피스


BY 엄지공주 2003-11-18

영은은 진경이 돌아간후, 옷장 깊숙이 숨겨놓은 원피스를 꺼내었다.

 

-이걸 내가 아직 간직하고 있다니.........

 

언젠가는 한번쯤은 만날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후 영은의 마음에  동요가 일어나면서 갑자가 눈물이 났다.

자신의 지나온 사랑이 그 분홍빛 원피스에 고희 들어 있는듯..........

 

 

-새댁 뭐해

 

영은은 잠시 원피스를  접어두고, 방문을 열었다.

 

-시아버지가 또  길거리에 자고 있던데, 바깥양반 어디 갔어. 데리고 와야지

 

영은은 순간 현실에서 벗어 나고 싶었다

 

내가 뭘 잘못했는데.......이러고 살아야 해.

세상에 자신만이 희생당하는느낌.......... 어긋난 사랑도,  넉넉하지 못한 결혼도.......

 

 매일 술을  마시면서 자신을 괴롭히던 시아버지와 가난........힘든 농사일

 

그러면서 몇번이고 도망갈 결심을 하면서 흔들렸지만, 부모님 때문에 그러지 못했다.

그 흔들림이 첫사랑의 소식을 듣는 순간, 분홍빛 원피스를 다시 보는 순간,

문득 그가 있는 곳으로 당장 떠나고 싶어 졌다.

 

아직도 첫사랑이 남아 있는건지 아니면 너무 억울하게 이별한것이 안타까워인지.......

갑자기 과거속의 진우가 눈물나게 보고 싶었다. 당장이라도 그가 누워 있다는 병실을 향해 뛰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물, 물 좀갖고와

 

시아버지였다.  영은은 부엌에서 넋나간 표정으로 물을 챙기다가 자신도 모르게 물그릇을 내던져 버렸다.  더이상 이런 현실에 맞추며 살고 싶지 않은 충동의 간절함.

 

-떠날테야. 내일 당장 떠날테야

 

다음날,  새벽 잠 한숨  자지 못한채 영은은 옷가지를 챙겨 넣고 살며시 대문을 열었다.

 

마을 입구 다리쯤 왔을까?

불현듯 언젠가 남편의 지나간 말이 떠올랐다.

 

'아마 내가 일곱살때 였을꺼야. 그날, 누나가 몰래 큰 가방을 들고 새벽에 나가더라구. 나는 잠든척 했지만, 사실 깨어 나 있었지.  난 누나를 몰래 따라 갔었어. 어린 나였지만, 아버지와 사는 것보다 누나를 따라가고 싶었으니까......

그렇게 마을을 거의 빠져 나왔을때, 난 넘어 졌고 누나는 그런 나를 보았어

누나는 따라오지 말라며 더 빨리 도망갔지만 난 계속 따라가자, 돌멩이를 집어 던지며 돌아가라고 그러더라구.  난 돌멩이를 던지는 누나가 너무 겁이 나서, 더이상 따라가지 않았어

아직도 울면서 돌멩이를 던지던 그 누나의 얼굴을 잊을 수가 없어.

아무리 날 힘들게 해도 내 아버지니까........부모님이니까....... 후회 하지 않아.'

 

영은은 자신도 모르게 다리 한가운데에 멈추어 섰다

 

어느새 그녀의 눈에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 흐르는 눈물 사이로 투명하게 딸 은지의 웃는 모습이 발걸음을 느리게 하더니 어느덧 다리 한가운데 털썩 주저 앉게 만들었다.

 

-엄마 어디가, 가지마, 가지마..........

 

자꾸만 등뒤로 우는듯한 딸의 목소리가 환청으로 들려오고

 

-내가 지금 무슨짓을 하고 있는 거야

 

'지켜야 한 비록 힘들지만.......지금의 내가족을.......

 

영은은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다시 돌아오는 길,

다리 아래로 흐르는 물을 보자,  자신의 영혼을 씻고 싶었다

 

방안에 돌아왔을때 어린딸과 남편은 고이 잠들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