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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


BY 엄지공주 2003-11-07

'너한테 할 얘기가 있으니까, 좀 나올래'

 

전화선을 통해 들은 진경의 목소리를 다시 되뇌며<청림다방>문앞에 서 있는 영은

 

살며시 문을 열면, 한쪽 구석에 진경의 앉은 옆모습

 

-미안,내가 좀 늦었지. 손님이 좀 많아서..........

 

-너만 바쁘니? 나두 바쁜몸이야. 그것보다 너때문에 어제 우리집 난리가 났었어. 참 기가 막혀서......오빠가 너랑 결혼한대더라. 하고 많은 여자 중에 왜 하필 넌지

 

-.........결혼?

 

결혼이라는 낯선말에 놀라는 영은

 

-나도 사실 오고 싶지 않았지만, 엄마를 대신으로 온거야. 여기서 우리 오빠 만나는거 당장 그만둬

 

-진경아 나! 진우 오빠 정말 좋아해. 나포기 시키려고 온거라면 헛걸음 한거야. 포기 할수 없어

 

-뭐야.......안돼는거 알잖아

 

-왜 안된다는 거니?

 

-그걸 몰라서 묻니? 나 너하고 농담하러 온거 아냐. 아직도 그렇게 단순하니 서로 좋아하면 다 된다는 거니?

 

영은은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다. 서로 사랑이 있으면 되는 거 아니냐고

 

-니가 말하는 결혼.... 아직 생각하지 않았지만, 한다면 오빠랑 하고 싶어.

 

-내가 설령 널 받아들인다해도 우리 엄만 널 절대 받아주지 않을 꺼야 너도 알잖아

 

-그래도 난 포기할수 없어. 진경아!  니가 날 좀 도와줘. 않되겠니? 나 잘 할께 그리고 아주머니께서 허락하실때까지 기달리께

 

-너 정말..........너가 잘 한다고 될일이 아니야. 엄마가 결혼시키려는 여자가 있어. 곧 둘이 결혼시켜서 유학 보낸데. 너만 상처 받지 말고, 여기서 그만둬. 다 널 위해서야

 

-난 그럴수 없어

 

진경은 가방속에서 흰 봉투를 하나 꺼내었다.

 

-이거 엄마가 너 갖다 주래. 이거 먹고 떨어지란 얘기야 알았니? 우리 엄마 이런 사람이야 .

 

진경이 일어섰다

 

-그거 갖구가

 

-아 몰라, 난 엄마 심부름 한거니까, 니가 돌려줘

 

-갖구 가라구

 

영은은 뒤돌아서서 가려는 진경의 등을 향해 소리 쳤다. 그냥 가는 진경의 손에 봉투를 쥐어 주며 생각했다

 

'나 진우씨랑 헤어지지 않을 꺼야. 어떤일이 있어도..........'

 

 

며칠후, 딸랑 거리며 열리는 옷가에의 유리문

 

-어서오세요

 

여느때와 다름없이 밟은 미소로 인사하는 영은의 얼굴이 굳어지고 있었다.

 

다름아닌, 진우의 어머니였다.

 

-안녕하셨어요 그동안.........

 

-니 얼굴에는 내가 안녕한걸로 보이냐. 안녕이고 뭐고.........너 진우 아직도 만나고 있다는게 사실이냐?

 

-저 그게..........

 

말을 막으며, 영의 뺨을 세게 내리치는 그녀

 

-그때 진경이 편으로 얘기 했을 텐데........죽어도 포기 못한다고  했다며

너 정말  영악하구나. 그때 널 우리집에 식모살이로 데리고 오지 말았어야 했는데.......너하고 무슨 악연인지. 니가 뭔데 우리 아들 인생을 망치려는게야

 

-아주머니, 저 정말, 진우씨 진심으로 좋아해요. 허락해 주세요. 잘 할께요

 

-뭐 허락.........아직도 정신 못 차렸냐? 허락 못한다면 어쩔테냐?

 

-허락하실때까지 기다릴께요

 

-허락.......그럼 너 평생 기다릴래. 나 죽을때 까지 기다릴래.  내눈에 흙이들어 가기전 그런일 없을테니까, 난 죽을때까지 기다려

 

-아주머니........ 제발.......

 

영은은 차갑게 나서는 주인여자의 치마자락을 붙잡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내버려 둔채 바닥에 주저 않아 아무것도 할수 없었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며칠이 지난 일요일

공원 분수대 사이로 분홍빛 원피스를 입은 영은이 벤츠에 앉아 있었다

 

-꼭 줄게 있어 2에 만나자

 

전화기선을 통해 들려오던 진우의 목소리를 떠올리는 영은

 

하염없이 쏟아졌다 다시 부서져 내리는 분수대를 보며 시계를 보는영은

이미 2시가 넘어 가고 있었다

'왜 이렇게 안 오는 거지'

 

그시간, 진우는  세마리의 금붕어가  든 어항을 든채, 뛰고 있었다.

 

공원 분수대앞

 

현란하게 부서졌다 다시 올라오는 분수대 사이로 영은의 모습이 보일듯 말듯 그곳으로 다가서려는 진우

 

그러나, 그런 영은의 모습이 희미하게 보이면서 자신의 에너지가 조금씩 빠져 나가고 있을을 알지 못했다.

 

그러다 갑자기 눈앞이 흐릿해 지는가 싶더니 땅바닥에 자신도 모르게 쓰러지고 말았다

 

그바람에 진우가 들고 있는 어항이 깨어지면서 금붕어가 바닥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진우 앞으로 웅성거리며, 사람들이 몰려 들었다

 

어느덧 뉘엿뉘엿 지는해

세상에 조금씩 어둠이 스며 들고 있었다 하지만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진우를 기다리고 있는 영은

 

'무슨일이라도 생긴 걸까?'

 

얼마전 진우씨 어머니가 다녀간 일을 생각해 내며 내심 불안해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