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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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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지 않은 손님


BY 엄지공주 2003-08-03

 진경과 주인여자는 <금은실> 가게 앞을 무심코 지나가고 있었다.


-어 엄마 저 옷 이쁘다. 나 저거 사주라


진경은 쇼윈도에 진열해 놓은 노란 원피스를 가르키며 주인여자를 붙잡아 세웠다.

 

-그래, 한번 들어가 보자꾸나.


재봉틀에서 옷을 박음질 하고 있던 영은은 문여는 소리에 급히 '어서오세요.' 라고 인사를 하며 나갔다.


그녀 앞에 서 있는 주인여자와 진경의 얼굴을 보던 영은은 놀라 멈췻했다.


-아니 넌.........


영은은 보다 놀란건 주인여자였다.


-.......안녕하셨어요. 아주머니


-너가 어떻게 여기 있니?  세상 참 넓고도 좁구나.


-네. 여기 취직했어요


-취직......여길.......그리고 보니, 얼굴 좋아 보이네.


영은의 위아래를 훑어 보는 주인여자, 그리고 옆에 있던 진경도 영은을 빤히 바라보았다.

 

-어머, 너 그때 우리집 식모살던 영은이 맞니? 어쩌면 이렇게 많이 변했니? 어머머........진짜 몰라 보게 많이 변했다.


영은의 변화된 모습을 인정하기 힘든 진경이었다.


-진경이 넌 그대로구나.

 

-그대로는......키도 크고 휠씬 날씬해 졌는데. .......그리고 보니 넌 키는 그대로구나.


-근데 여긴 어떻게.......

 

-옷가게에 옷 사러 왔지. 우리가 너 보러 왔겠냐. 밖에 걸린 저옷 보고 들어온건데......너 때문에 너무 놀라서 잊어 버릴뻔했네.

 

-저옷, 잠깐만

 

진경은 옷을 입고 거울에 자신을 한번 비춰 보고는 옷을 다시 벗고 있었다. 

 

-별루다. 저 마네킹은 이쁜데, 내가 입어니까 영 아니네

 

-음, 그래 그냥 보는 거랑 옷 입어보는거 하고는 틀려.

봤을때 그저 그런것도 입어보면 잘 어울리고 이쁜경우가 더 많거든.

 

-그래도 옷가게 있다고 아는 척 하긴.......

 

진경은 삐죽 거리며 매장을 둘러 보고 있었다.


-진경이가 대학교 입학식때, 입을려는데 그럼 너가 한번 권해 보겠니?

 

주인여자는 안으로 깊숙이 들어와 깊이 있는 눈으로 여기저기 살피며 물었다


-네,

 

영은은 두리번 거리다가, 한쪽에 걸어둔 하늘빛의 원피스를 건네주었다.

 

-이거 어떠세요.

 

진경이 급히 그옷을 뺏어 들었다.

 

-넌 여전하군. 너무 단순하잖아.

 

그렇게 말하며, 옷을 성의 없게 던지듯 놓는 바람에 옷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럼 특별히 찾는거라도 있니?

 

영은은 옷을 주어 들어 손을 탁탁 털었다.


-음, 그러니까 좀 화려하면서도 위품이 느껴지는 여대생처럼 깜직하고 얌전해 보이는........

 

진경의 복잡한 설명을 들은 영은은 웃음이 나오는걸 겨우 참았다.


-그럼 이원피스는 어때?

 

영은은 좀더 밝은 색깔의 분홍색의 투피스를 보였다. 


-어 괜찮겠구나. 입어보거라.

 

주인여자 아주머니는 만족스런 듯 했다.


-와 이쁘다

 

그옷으로 갈아 입은 진경을 본 영은이 먼저 말했다.

 

-진짜 이쁘네

 

거울앞의 진경도 마음에 드는지 한바퀴 돌고 여기저기 거울속의 자신을 보며 흡족해 하고 있었다.

 

-이걸루 하자. 얼마냐?

 

주인여자는 지갑을 꺼내며 물었다.


-저 뭐라도 마시고 가실래요?

 

-아니 됐다. 진경이 대학교 입학 때문에 바쁘거든. 수고하거라.

 

-네. 안녕히 가세요.


영은은 그들 모녀의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면서  지난날의 자신을 떠올리고 있었다.

 

이층양옥집에서 식모살이 하던 자신과 함께 생활한  저들을...........

그때는 그렇게 힘겹게만 느껴지던 사람들

 

오랜 세월이 힘이었을까?

 

반가운 얼굴도, 힘든 얼굴도 아닌 그저 낯설지 않은 손님으로 느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