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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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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하는 작별 인사


BY 엄지공주 2003-07-30

 

이미 밤이 깊어 있었다. 영은은 방안에 누워 있었다.


진우는 연못가에 앉아  물을 흐느적 거리면서 영은의 방을 쳐다보며 그 손놀림을  반복하고 있었다. 일종의 자신만의 신호였다.

 

‘자고 있지 않으면 얼굴을 보내줘’.


또르르......또르르......

흘러 내렸다가 다시 흘러 내리는 물소리는 어둠속을 지나 영은의 방문을 뚫고 들려오고 있었다.


영은은 방문을 열어 보았다.

 

맞은편, 연못가에 진우가 기다렸다는 듯 일어서서 그곳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영은은 문을 연채 몸은 그대로 안에 있었고, 얼굴만 내밀었다.

 

진우가 마루에 걸터 앉았다.


-안 잤네. 아파서 잤는줄 알았는데......

 

-안 잤어요. 물소리로 나 부른거 아닌가요.


-어.........들켰네.


잠시 둘다 아무말이 없었다.


-난 알아. 너가 안 그랬다는거........

 

진우가 조용히 말했다.


-고마워요. 절 믿어주어서......

더이상 영은은 가슴속의 말을 잇지 못했다.

 

'내가 먼저 아니라고.......반지를 훔친건 내가 절대 아니라고.........

 다른 사람은 몰라도 오빠한테는 그렇게 말하고 싶었는데, 날 믿어준다니 더이상 할말이 없네요.'

 

-이거 받아.


하얀 연고를 건네는 진우


-자기전에 바르고 자면 한결 나을꺼야. 아프진 않니?
_..........


‘많이 아파요. 다리의 상처가 아니라, 마음이 너무도 아파요.’


-고마워요.

 

그렇게 말하면서 영은은 힘겹게 웃어 주었다.


‘그래요. 어쩌면 이게 마지막 일지 모르겠네요.

혼자서 하는 인사지만...........’


영은은 진우가 돌아간후, 연못가 돌에 앉아 물고기들을 한참 바라보았다.


-그래, 니들도 잘 있어. 그동안 니들 고마웠어. 나의 친구가 되어 주었잖니?

오래오래 살고.......안녕! 물고기들아!


다시 방으로 들어온 영은

 

진우가 건네준 연고를  종아리에 바르기 시작했다.

 

연고를 묻힌 손가락이 피가된 멍 자국을 건드릴때 마다 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어느새 영은의 눈앞이 이슬 방울로 흐릿해 지고,  다리위로 눈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영은은 그리고 나서 큰 가방에 옷을 담기 시작했다.

 

방안에 걸린 빨래줄의 옷가지들을 하나씩 걷어내는데, 빨래줄의 흔들림에 손수건 한장이 방바닥으로 떨어졌다.


언젠가 진우가 건네준 그 손수건이었다. 

 

영은은 그것을 집어 들어 접으면서 손수건에게 말하고 있었다.

 

‘ 결국 진우 오빠의 말이 맞았네요. 얼마 버티지도 못하고, 이렇게 가게 되네요.내가 지금껏 견딜수 있었던 건 오빠 때문이었어요.

그 따뜻한 마음...... 잊지 못할꺼에요. 소중하게 간직할께요. 잘 지내세요.


서랍속의 조약돌과, 편지지를 가방에 넣었다.

 

가족사진을 들어 가방에 넣으려다 말고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다.

 

-미안해요. 아버지, 어머니, 영칠,영수야!

................

 

집으로 가진 않을 꺼에요. 하지만 여기선  떠날꺼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