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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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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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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명그리고 슬픔


BY 엄지공주 2003-07-29

 

 

안방으로 들어온 진경은 화장대앞의 서랍을 살며시 열었다.

그안에 얼마전에 새로 선물 받았다는 진주 반지가  반짝거리고 있었다.


-와 이쁘다

 

그것을  새끼손가락에 껴보았다.

-커네.


-아주머니 이제 오세요. 그래, 이불 빨래는 다 해 놓았지

-네.

-진경은 어디 갔냐. 안 보이네


진경은 밖에서 들려오는 그 소리에 얼른 반지를 빼서 주머니에 넣고 마루로 나왔다.


-엄마 오셨어요.

-그래,.........영은아! 저녁 차리거라.


엄마의 그말을 뒤로 한 진경은 얼른 밖으로 나갔다.


뒤뜰을 두리번 거리며, 영은의 방문을 열었다.

그리곤 그 반지를 꺼내어 두리번 거리다가 앉은 뱅이 책상 서랍에 넣고 얼른 나왔다.


저녁을 먹고 얼마 안 되어서였다.


-대체 누구야. 그 반지가 얼마짜리인데......

소리 지르며, 서랍을 뒤지던 주인 여자는 아이들을 불렀다.


-네 부르셨어요.

안방 마주편에 앉은 진경과 진우


-너희들 혹시 여기 안방 서랍에 있던 진주 반지 못 봤니?

순간 진경의 얼굴이 확 달아 올랐지만 애써 태연한척 했다.


-아...아니 못 봤어. 난 안방에 들어오지도 않았는데........아까 영은이가 여기 청소하던데.....


-진우 넌......

-저도 못 봤는데요.


-밖에 영은이 좀 들어 오라고 해라.


영은은 무슨일인가 싶어 설거지 하던 것을 두고 안방으로 갔다.


-너 오늘 안방 청소 했니?

-네.

 

-그럼, 혹시 화장대도 치웠겠구나

-네.

 

-그럼 서랍안을 열었니?

-아니요. 서랍은 사모님이 건드리지 말라고 하셔서 그냥 위에만 닦았어요.

 

-정말이냐. 네. 근데 무슨일로.......

-반지가 없어졌어. 그것도 얼마전에 산 비싼 진주반지가 .......

 

주인 아주머니는 잠시 생각에 잠기었다가 다시 말을 꺼내었다.


-그래. 그럼 할수 없구나. 너 방뒤져도 괜찮겠지

-꼭 그러셔야 해요.


영은은 자신을 믿지 못하는 아주머니의 말에 기분이 좀 상했다.


-왜 기분 나쁘냐. 그럴 필요 없다. 니방에 없다면 이집 온 구석을 다 뒤질테니까........

-그렇게 하시는게 편하시다면 그렇게 하세요.


뒤뜰 작은방 입구에 영은은 서 있고, 주인여자는 눈에 먼저 들어온 안전뱅이 책상의 서랍을 열어 보고 있었다.


두 번째 서랍을 열던 그의 눈이 멈칫했다.

그 서랍안에 그렇게 찾던 진주 반지가 들어 있었다.


-너, 아주 몹쓸애구나. 그렇게 까지 안 봤는데.......여기 이건 뭐냐.


주인여자는 진주반지를 들어 영은에게 보였다.


-그게....어떻게 거기에.......아주머니 전 정말 모르는 일에요.


-너 지금 오리발 내미는 거냐. 이렇게 물증이 있는데도...... 니가 그런게 아니면 이 반지가 발이 있어서 안방에서 여기까지 걸어 왔단 말이냐.


-그건 저도 모르는 일이에요.  전 절대 훔치지 않았어요.


-잘못했다, 용서해달라는 말은 거녕 , 거짓말에 발뼘을 해. 나도 더 이상 참을수 없다. 당장 안방으로 와.


영은은  안방으로 들어와서 앉으려 했다.


-앉을 필요 없다. 종아리 걷어라. 내가 오늘 니 버릇을 단단히 고쳐주마.

주인여자의 싸늘한 말투.


옆에는 나무로 된 굵은 매가 하나 놓여 있었다.


영은은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정말 내가 그런게 아니라고. 당신한테 종아리를 맞아야 될 이유가 없다고.

뛰쳐 나가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자신에게 처한 모든 상황이 꼼짝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래, 왜 훔쳤냐. 더 이상 여기서 식모살이 하는게 억울하더냐. 그래서 반지 팔고 도망 이라도 가려고 했더냐.


-전 아니에요.

-넌 잘못을 반성할줄도 모르는거냐. 참으려해도 더 이상은 안 되겠다.

 

그렇게 말하던 주인여자는 매를 잡고 영은의 종아리를 향해 세게 내리치고 있었다.


-앗.

다리위로 따가운 매질이 여러번 가해졌지만 영은은 처음 소리를 내었을 뿐 그다지 큰 소리를 내지 않았다.


다리의 상처보다 마음에 상처가 더욱 깊이 밀려 오고 있었기에


영은의 하얀 종아리는 조금씩 피색의 멍으로 그어지고 있었다


눈에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대문앞에는 진경이 앉아 있었다.


마음의 가책이 있었을까?

생각했던 것 보다 일이 크게 벌어졌다는 것을.


-너 이집 딸 맞지

상구댁이 지나가다가 그 앞에 섰다.


-네 그런데, 누구세요.

-나 너희 먼 친척 되는 사람인데, 어머니 집에 계시냐.


-그렇긴 한데 엄마, 지금 아주머니 못 만나 실꺼에요.

-그게 무슨 말이냐. 왜


-사실 영은인가 하는 걔가 엄마한테 큰 잘못을 해서 매를 맞고 있거든요

-매라니?....... 영은이가 대체 무얼 크게 잘못 했길래


-엄마, 반지를.....훔쳤어요. 그러니까 오늘은 안 들어 가시는게 좋으실꺼에요.

-아니 뭐야. 영은이가..........그런애가 아닌데.........


놀란 상구댁은 의아해 하며 망설이다가 되돌아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