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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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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만나다


BY 엄지공주 2003-07-26

 

아침부터 까치가 유난히 울어 댔다.

 

-반가운 손님이 오는걸까?


영은은 그 까치를 보며, 고향의 어머니가 하시던 말에 자신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했다.


영은은 마당 수돗가에 앉아 빨래를 하고 있었다.

그때 주인 여자가 외출 준비를 하고, 그 앞으로 섰다.


-그 빨래 난중에 하고 시장갈거니까 일어서거라.

-네, 아주머니.


장터의 각양각색 상품과 노점

시끌벅적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모습들


영은은 눈에 들어오는 그 시선을 호기심 있게 바라보며 주인여자보다 몇발자국 뒤늦게 걸어 가고 있었다


잠시후 주인여자는 양장점으로 들어 갔다


-어서오세요. 사모님.

단골 손님이던 그녀에게 양장점 이씨는 깍듯이 인사하며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또 바뀌었네요.

 

뒤늦게 따라오던 영은의 모습을  본 이씨의 말이었다.


-그래, 저번에 와서 옷 맞춰 놓은거 있지. 다 됐어

-저 그게.........


-왜 아직 다 못했다는 거야

-대체 그 옷 맞춘지가 얼마나 되는데, 아직 안됐단 말이야. 내가 오늘까지 해 놓으라고 했지 않나...... 옷장사를 하겠다는거야 말겠다는거야.


-죄송해요. 사모님. 재봉틀이 고장나는 바람에.......

-금방 해 드릴께요. 조금만 기다려 주시겠어요.


-오늘 다른 볼일도 많은데...... 할수 없지.얼른 해 줘.


-쯧쯧, 저래서 무슨 장사를 하겠다고.......

그녀가 구석진 재봉틀로 하던 일감을 가지고, 다가서자 주인여자는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어휴, 더워!

곧 주인여자는 선풍기 앞에 바짝 붙어 앉으며 영은을 불렀다.


-시간도 없고 하니까, 영은이 너가 좀 사오거라. 여기 적힌 대로...... 하나도 빠뜨리지 말고.

 

그곳을 나온 영은은 돈을 주머니에 넣은후, 채소들이 즐비하게 있는 상점쪽으로 향했다.

영은은 채소가게 앞에 다닸을 때였다.

 

맞은 편의 오고가는 낯선 사람들속에서 낯익은 옆모습을 보았다.

그 옆모습은 자신의 아버지와 너무도 닮아 있었다.


설마.........

영은은 잠시 자신의 눈을 의심하다가, 급히 그 사람들 틈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버지!

영은은 소리내어 크게 불렀다.역시 아버지였다.


-아니 너가 어떻게 여길......

그제서야 영은부는 그곳을 빠져 나오고 있었다


-잠깐 심부름 왔어요.

-아버지는요

-장날이라 볼일도 있고 해서......


그때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수집이 영은의 눈에 들어왔다.

 

-저안으로 가세요. 제가 국수 사 드릴께요.

-너한테 무슨 돈이 있다고

-아니에요 저 돈 있어요


영은은 주머니속 주인여자가 준 돈을 떠올렸다.

아버지를 위해서 쓰는 것은 어쩌면 하느님도 용서해 줄꺼라고 생각을 했다.

 

아버지의 팔를 붙들고 국수집으로 들어갔다.


영은은 맛있게 국수 드시는 아버지를 한참 바라보았다. 그리곤 자신의 국수를 덜어 주며 말했다.


-전 방금 밥 먹고 왔어요. 엄마하고 동생들 잘 있죠.

-집 걱정은 하지 마라. 얘기 들었다. 식모살이라며........

 

-네. 죄송해요. 엄마가 아버지한테는 절대 얘기하지 말라고 해서

 

-잘 해 주시냐. 일은 힘들지 않구

-네. 제 걱정은 안 하셔도 돼요.

 

-언제든 힘들면 얘기하거라.

-네. 그럴께요

 

-잠깐 심부름 왔다며.......이제 그만 일어 서자.

남의집 일하면서 이렇게 시간낭비하면 안되는 거여


영은은 아쉬움이 너무 컸지만, 그말에 힘없이 일어섰다.


아버지가 돌아서서 가고 있었다.

농사일로 힘겨워 보이는 초췌한 아버지의 뒷모습......

 

영은은 자신도 모르게 그 뒤를 쫓아가서 주머니에 남아 있던 돈을 아버지의 손에 쥐어 주었다.

 

집에 갈 때 고등어라도 사 가시라는 말과 함께..........

 

아버지는 뿌리쳤지만 던져 놓듯 그 손위에 올려 놓고 재빨리 뒤돌아 섰다.


멀찌감치 서서 아버지의 걸어가는 뒷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본후 돌아섰다. 돌아선 영은의 눈에 눈물이 고여 있었다.


영은은 죄지은 사람마냥 양장점에 서성 거리다가 겨우 들어갔다.


-아니 넌 왜 이제 오는 거냐. 그래 사오라는 건 사 왔냐. 아니......너 빈손이잖아.

-저, 그게.......길을 잃어서 그만 헤매이다가.....

 

-아니 뭐야. 그럼 지금껏 헤매고 왔단 말이냐

-네

 

-다큰 계집애가 콧구멍 만한 시장터도 몰라.......어휴 너한테 시킨 내가 잘못이지. 내가 잘못이야. 저런걸 믿고........그럼 돈 도로 내거라. 

-저 그게.........헤매다가 돈을 잃어 버렸어요. 그래서 그돈 찾다가 온거구요

 

-뭐야.......너 거짓말 하는거 아니지.

-네. 정말이에요.

 

-덜렁대는 너한테 맡긴 내가 잘못이야. 얼마전에는 소꼬리를 태워 먹더니!  나 참 골고루도 한다. 생선집을 고양이에게 맡긴 꼴이구만. 

-얼른 안 나오구 뭐해.

 

주인여자는 세차게 문을 열며, 밖으로 먼저 나갔다.


영은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진심으로 미안했다.

그리고, 거짓말해서 죄송하다는 말도 하고 싶었다.

 

그러나 아버지의 손에 돈을 쥐어준 것을 결코 후회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