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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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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식모살이 슬픔


BY 엄지공주 2003-07-22

 그날저녁, 영은은 가족사진을 보며 벽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하루밖에 안 지나지 않았는데, 고향의 가족들이 보고 싶었다.

 

서럽다.

슬프다.

하지만 이젠 시작일뿐......그 어떤 일도 해야 한다. 나를 위해 , 가족을 위해

 

소똥골에서는 느끼지 못한 그 어떤 그리움의 조각들..........


고향의 들꽃과 나무...... 심지어 바람마저도.......

소똥골의 모든 것이 그리워 졌다.


영은은 불현듯 편지를 쓰야 겠다는 생각에 무언가를 찾았지만 펜도, 종이도 그 무엇도 없었다. 가슴속에 그리움만 가득할뿐.......... 


답답한 마음에 밖으로 나갔다. 영은은 맞은편 연못가로 향했다.


낮에 본 붕어들이 떠올랐다. 뒤뜰에 자신과 함께 숨쉬는 그 작은 생명마저도 소중한 생각이 들었다.

 

영은이 연못 근처에 갔을때 그림자 하나가 보였다.


그녀는 못 본척 하려 했지만, 이미 그 그림자가 고개를 돌려 영은을  바라보는 바람에 두사람의 눈이 맞닥뜨렸다.



영은은  오히려 잘 됐다 싶어, 편지지와 펜이라도 빌린 의양으로 다가섰다.

-저기요........


-난 저기가 아니라 진우야. 김진우

-알고 있어요. 주인 아주머니가 부르는 걸 들어서요. 그것보다 부탁이 있어서 그러는데....

-부탁........무슨 부탁!?


-편지지랑 펜 있으면 좀 빌려 줄래요. 여기 주소도 가르켜 주고요.

-그건 왜....

-그거야, 고향에 편지 좀 붙이려구요.

 

-아마 그럴 필요 없을 걸...........

영은은 무슨 영문인지 몰랐다.


-그게 무슨 말이죠.

-넌 여기 오래 있지 못하게 될걸. 벌써 니가 다섯 번째야. 한달도 못 넘기고 여기서 쫓겨나거나, 보따리 사서 도망간 애들이......

 

-설마.........정말 이에요?

영은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처음 듣는 말에 놀라 물었다.


-그렇다고 그렇게 도끼눈 뜨고 볼 필요는 없어. 여기가 악마집단도 아니고....... 좀 별난 사람들이니까........내동생도 너가 겪어 봤으니까 대충 알테고.........

아뭏든, 편지 붙일 필요가 없어. 좀 있으면 집에 가게 될거니까......

더구나 넌 다른애들보다 훨씬 조그맣고 겁이 많으니까, 더 빨리 나갈수도 있겠다.

 

‘조그마하고 겁이 많아. 언제 날 봤다고 저런 말을 하는거야.’

 

-열다섯살인데, 남들 클때 뭐했냐?


-그쪽이 내키 보태 준거 있어요. 그리고, 내가 겁이 많은지 어떻게 알아요........그리고 전 여기서 쫓겨나는 일은 없을 꺼에요. 내가 나갔으면 나갔지. 뭐 대단한 집이라고.......식모살이 한다고 말 그렇게 함부로 하는 거 아니라구요. ..........빌려주기 싫어면 그만이지.


영은은 괜히 말했나 싶었다. 자신의 방쪽으로 걸음을  옮기려 하자 등뒤로 진우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내일 내방 책상위에 올려 놓을 테니까, 청소하면서 갖고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