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 국 집 안은 바쁜 시간은 지난 듯 했다.
드문 드문 앉아 있는 손님들이 그런 느낌을 들게 했다.
"손님 찾으세요?"
낯 익은 종업원의 안내를 받으며 잠시 두리번 거렸다.
"이리로 와 차 희야"
희를 부르는 목소리. 귀에 익숙한 이 목소리는 그 사람.
한 동안 시간이 정지된 느낌을 피하지 못했다.
오래 전 기억 속에 묻어 버렸던 사람. 지금은 남의 사람이 돼 버린 그 남자가 그림처럼 희의 앞에 있다.
"잘 지냈어?"
어제 헤어진 사람처럼 남자는 여전히 예전처럼 다정한 느낌을 준다.
"내가 복 국 시켜놨다 무슨 술을 그리 먹어?"
"설마 어제 밤에…"
"그래 그 설마라는 게 우리 앞에 나타났네 차 희야 이건 무슨 얄궂은 운명이냐?"
나 너 많이 찾았다. 차츰 이야기하고 … 너 속부터 풀어야지 아줌마 북국 빨리 주세요"
떨리는 눈 시울을 감추기 위해 물 수건으로 두 눈을 몇 번이나 눌러야 했다.
생각지도 못한 이 현실 앞에 몹시 당황했다.
이건 소설에나 나올 일이다 그 사람이 이 도시에 있다니
"나 이곳으로 출장 왔어 오늘 오후에 간다. 근데 너 결혼했어?".
"어제 저녁 네가 사는 집 잠간 보니까 혼자 사는 거 같기도 하던데…아직도 너 혼자니?"
'여태 직장을 다니는구나?'.
너 별로 안 변했다. 나는 아저씨 다 됐지?. 10년이 넘었지 우리. 남자는 희에게 우리라고 한다. 남자는 한 꺼번에 너무 많은 걸 묻는다.
복 국이 나오고 한참 후 여자는 수저를 든다. 남자는 너무 변해 있다.
예전의 숱이 많던 앞 머리는 숱이 많이 빠졌다.
여위었던 남자가 아닌 중년의 아저씨가 되어 있는 남자.
희는 아무 말이 없다 그저 고개를 숙이고 국 그릇만 젓고 있다.
순간 툭! 소리가 날 큼 굵은 눈물 방울 을 국 그릇 속에 떨어 트린다.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희는 얼른 일어 서려한다.
"차 희 야 밥 먹고가라 너 위장도 안 좋은데…나 이제 아무 말 안 할께?"
자신의 외자 이름 "희 를 발음 하려면 꼭 성까지 합져서 '차 희'라고 부르던 남자를 생각 한다
퇴근 하려고 문을 나서는데 벨이 울린다.
"차 선생님 전화에요'"
한다.
받지 말까? 망설이다가 받았다.
"차 희야 나다 나 너네 회사 앞이야 지금 나와라 만나자"
수화기를 내려 놓았다.
현관문을 밀자 그가 눈 앞에 보인다.
남자가 손목을 잡아 끈다. 남자가 이끄는 대로 희는 가고 있다.
희는 침대 모서리에 비스듬하게 기대 앉아 있다
남자는 여자가 마주 보이는 탁자 위에서 술 잔을 기울이고 있다.
"너 내가 마지막이라며 보냈던 편지 생각 나니?. 기억나냐구?. 그 편지 받는 대로 연락 하라던 것 말이다."
몇 번이나 남자는 같은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그런 남자를 보고 있던 희도 말 없이 술 잔을 하나 집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