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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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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그 후


BY 캐슬 2003-08-03

 타는 듯한 목 안의 갈증, 깨져 버릴 것 같은 머리의 통증, 이건 희가 술 먹은 후에 치뤄야 하는 고통이다.

냉장고 문을 열고 생수 병을 찾았지만 생수 병은 빈 병 밖에 없었다.

할 수 없이 씽크대의 수도 꼭지를 틀었다

미지근한 물을 한 대접 받아서 냉동실의 얼음을 집어 넣었다.

한 모금 마시다가 엄마가 보내  주신 매실 엑기스가 생각났다.

희의 할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여자는 새끼 손가락으로 대접 안을 휘~ 저었다.

한 대접을 다 마시고 흐느적 대며 희는 다시 침대 속으로 기어 들었다.

얼마를 더 잤을까?

다시 희가 눈을 떴을 때는 속이 쓰리고 배까지 아팠다.

무엇이라도 뱃 속에 집어 넣어야 했다.

어두운 암막지 커튼을 조금 열자 밝은 빛이 쏟아진다.

늦은 아침의  햇살이 쏟아져 들어 온다.

시계를 보니 10시가 지나 가고 있다.

라면 국물로 속을 달래 볼 요량으로 싱크대로 갔다.

냄비 위에 물을 올려 놓고 의자 위에 앉았다.

벽에 기대  하나 더 있는 여분의 의자를 당겨 희는 두 다리를 걸쳐 얹어 놓고 지난 밤을 생각해 본다.

지난 밤 무슨 일이 있었는 기억을 하나 씩 하나 씩 되 짚어 본다.

기획실의 회식 꼼장어 소주 택시. 오바이트. 택시 안의 남자.우리집. 모르겠다. 끊어 졌다 이어지는 기억들. 냄비의 물이 끓고 라면을 넣었다.

울리는 전화 벨소리.

"출근 안해요"

 미스 안의 목소리가 급하다

"부장님 나오시기 전에 빨리 나와요. 꼭 회식 시켜 주면 늦는다고 한 소리 듣기 전에 말입니다"

"응 알았어"

겨우 몇 가닥의 면을 먹고 국물 조금 비우고 출근을 서둘렀다.

화장대 위의 로션병을 집어들어 바르려던 희는 한 장의 메모지를 봤다.

"무슨 술을 그리 많이 먹냐.  1시경 전화 할께. 해장국 사 줄께. 지난 밤 샤워 고마워. 술 버릇은 여전 하더구나. 열쇠는 경비실에 있으니 전화 해서 문 열어 달라고 해라"

도대체 누구야 내게 반말을 하다니?. 누구지?

내가 아는 사람. 나를 아는 사람. 기억의 필름 속에서 숱한 사람들이  지나간다.

누구일까?.

 안으로 나를 가두다니  여긴 내 집인데. 내 집에서 내가 갇히다니 어이없는 웃음이 났다.

아 ~!

지난 밤 에 내가 이 남자에게 오바이트하고. 택시 기사에게 한 소리 듣고. 잘려 버린 조각들  우리 집에 가자고 내가 그랬지 근데  사람은 어디 갔지?

'따르릉!' 다시 울리는 전화소리다. 미스 안이다.

'그래 나 간다구요 미스 안' 그러면서 차 희는 달려 나간다.

경비실에 연락하고 경비 아저씨가 문 얼어 주시며 한마디 하신다.

"회사 동료라고 하시던데 차 선생님 모셔다 드리고 이내 가시던대요 차 선생님이 오바이트 하셔서 냄새가 엄청 나던데요?"

하신다.

 아슬아슬하게 내가 출근 후 부장님이 출근하셨다.

퉁퉁 부은 눈자위는  지난 밤 내가 얼마니 과음 했는지를 말해 준다.

잘 먹지도 못하는 술을 괜히 많이 먹어 가지고 말이다. 먹고 나면 이렇게 늘 후회하게 된다.

점심시간 해장국 먹으러 가자고 동료직원들이 불렀지만 희는 나가지 않았다.

지난 밤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을 만나야 겠기에  자리를 비우지 않았다.

남자가 누구인지  정말 궁금했다.

 해장국을 앞에 두고  어떻게 사과를 해야 할지를 여러번 생걱하고 있었다.

전화를 기다리다 잠시 화장실을 간 사이 남자 에게서 전화가 와 있었다.

김실장이 전화를 받아 전해준다.

"차선생 요 앞 길 건너 오른쪽 모퉁이에 있는 일미 복국 집에서 친구가 기다린대요

해장국 같이 하자고 남자분이시던데요"

"그래요 알았어요"

그 남자가 내 얼굴 알겠지?

지갑을 챙겨들고 사무실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