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 이었을까?.
남자가 자신에게 했던 말의 이유를 희는 알 수 없다.
왜 그랬을까. 그 남자는. 희는 서리가 희미 하게 서린 유리에 왜? 라고 쓴다.
왜? why? 왜?
희는 왜?. 라는 글씨를 서리 낀 유리창 위에 길게 여러 번 자꾸 쓰고 있다.
남자는 마치 전투에서 승리하고 돌아온 듯 자신의 지난 밤의 행적을 자랑처럼 희에게 말한다.
"그 가시내 가슴 크더라 마치 예전의 자기 가슴처럼. 근사했지 지난 밤은. 근데 내가 술에 너무 취했다는게 흠이지만 말이다"
남자는 지난 밤이 얼마나 근사했는지?. 자신이 술에 너무 취했던 게 못내 아쉬웠다는 표정을 지어 보인다.
남자는 자신의 말과 행동 표정하나 손짓하나 미동 하나도 여자가 놓치지 않고 주시하고 있는 걸 모르는 듯 하다. 희는 표정하나 흐트리지 않는다.
"좋았었겠네"
그게 희가 남자에게 건넨 말의 전부다.
남자는 머쓱해서 인지 방안을 한바퀴 빙 돌더니 담배 한개피를 피워 문다.
희에게 한번 씩 웃어 보인다.
'잘 지냈어 보고 싶었어'
다정하게 한마디 건네 놓곤 희의 어깨를 감싸 안는다.
희는 부드럽게 남자의 두 손을 빠져 나와 버린다.
머쓱해진 남자는 화장대 속의 자신의 얼굴을 바라 보곤 침대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희는 그런 남자를 가만히 쳐다 볼 뿐이다.
얼마나 지났을까?. 남자의 고른 숨소리가 들립니다. 남자는 이내 잠 들었나 보다.
희는 더 이상 그방에 있을 필요를 느끼지 못 한다.
방안의 어둠과 방안의 공기를 더 이상 남자와 함께 나누고 싶지 않았다.
희는 그렇게 방을 빠져 나왔다.
손 끝에 전해지는 찻 잔의 온기는 이미 식어 버린지 오래다.
캄캄한 하늘에서 쏟아지는 비는. 비라고 하기엔 너무 많은 양이다.
단 한발자국도 앞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폭우다.
앞을 분간 할수 없는 캄캄한 빗속 여자는 그 속에 서 있다.
나쁜 사람. 나쁜 놈.예의라곤 없는 인간. 희는 두손을 떨며 찻 잔을 떨어 트리고 만다.
너는 그럴 수 있어도 난 아니야. 난 그럴 수 없다구.
이게 니가 나 한테 할수 있는 거야. 이렇게 할수 있는 거냐구.
니가 나 한테 해 줄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도 모르는 나쁜 놈!.
여자는 흐느끼듯 울며 중얼 댄다.
"날 너의 아내라구 말 했쟎아 너의 "
창 밖엔 비가 세차게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