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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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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그리고 여자


BY 캐슬 2003-07-18

  조금 열려진 창문 틈 사이로 빛이 들어오고 있다.

빛의 밝기는 한 낯의 뜨거운 빛 임을 증명이라도 해 보이듯 눈이 부시다.

암막지 커튼으로 가려진  창 너머엔 밝은 빛의 세계가 있지만 두터운 천 한장 너머일 뿐인  방 안엔 짙은 어둠이 있다.

희는 창문을 조금 더 열어 보더니 이내 찡그리면서  조금 전 처럼  창문을 열어 둔다.

희는  잠든 남자를 바라 본다.

그러다 이내 고개를 돌려 버린다.

켜놓은t v엔 외화가 나오고 있다.

몇 번이고 보았던 '에이리언'이다.

주인공 여자는 외계인의 아이를 임신한 줄도 모르고 아이을 보호하려고  달아 나려 하고 있다.

희는 tv 볼륨을 더 줄여 놓는다.

잠든 남자를 배려하는 듯 하다.

희는 목욕탕으로 간다.

칫솔의 하얀 솔위에 길게 치약을  짠다.

남자의 칫솔 위에도 하얀 치약을 길게 짜 둔다.

희는 양치질을 하기 시작 한다.

하얀 거품이 입안 가득 고여서 입술 위로 흘러 내린다.

이 양치질로 여자가 말 했던  모든 것 들이 다 닦여져 나올수만 있다면......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희는 울고 있는 듯 해 보인다

희는 세수를 하기 시작한다.

손 바닥 위에서 비누가 거품이 일었다가 사그라들기를 몇 번 인가 계속한다.

제대로 세수를 하기나 했는지 여자는 뽀송한 마른 수건을 얼굴위에다  눌러 댄다.

어둠 속의 남자를 여자는 오래 도록 바라 보고 서 있다.

남자는 낮고 고른 숨소리를 내고 있다.

희는 tv 리모컨을 집어 든다'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며 정신을 집중시키려는 듯 하다.

희는 다시 '에이리언'에 채널을 고정시킨다.

주인공 여자는 주유소에서 기름을 가득 넣어 달라며 불안해 하고 있다.

주인공 여자가 연신 주위를 살피는 모습을 보던 여자는 갑자기 tv 리모컨 을 내려 놓는다.

벽에서 자켓을 내려서 어깨에 걸 친다.

가방을 들고 잠시 희는 깊은 잠이 들어 버린 남자를 바라 본다.

남자가 잠이 깨길 체념한 여자는 방 문을 아주 조심스럽게 열고 소리 나지 않게 닫는다.

현관문을  또 그렇 열고 닫는다.

마치 마음의 문을 닫듯  문을  닫는다.

남자가 잠에서 깨어 희를 부르는 것같은 목소리가 뒷덜미를 자꾸 잡아 당긴다.

희는 몇 번인가 뒤를 돌아 보았지만 마음과는 달리 걸음은  빠르기만 했다.

택시를 기다리는 동안 지나가는 한 남자가 여자의 눈물을 훔쳐 보곤 자꾸만 뒤돌아  본다.

희는 충혈된 눈 자위를 숨기려는 듯 한 손으로 이마 위의  햇살을 가리는 시늉을 하며 택시를 향해 어설픈 손짓을 한다.

 택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