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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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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밤


BY 민아 2003-08-16

그였다.

그가 오기전에 남편이 먼저 연락을 주길 기다렸는데...

남편에게선 아무 연락이 없었다. 그리고 그가 먼저 와 주었다.

그는 많이 걱정된 얼굴이었다.

"무슨 일이야...얼굴이 너무 안되어보인다...나때문이야?" 그는 우리가 만날일로 내가 여기까지 온줄 알았나보다.

"아니야...절대로...그냥...그냥..보고 싶었어 왔어..." 난 차마 내 입으로 남편의 일들을 얘기 하고 싶지 않았다.

나의 자존심이 허락을 하지 않았다.

"아...정말이야? 근데..운것 같은데? 나쁜 일이 있는거 아니지? "그는 내 말을 완전히 믿는것 같지는 않았다.

"응...정말이야...걱정하지마..."그가 와서 그런지 내 마음도 좀 진정이 되어 가는것 같다.

"저녁은...? 난 아직이야..같이 먹자..." 그가 내 가방을 들어주면서 묻는다.

그러고 보니..그는 청바지에 헐렁한 자주색 티셔츠를 입고 나왔다.

젊어보인다. 손질하지 않은 머리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자연스러움이 생기있어 보인다.

저녁을 먹자고 하는 그의 말에 아무말도 하지않고 그만 따라갔다.

그는 나의 대답을 기다린것 같지는 않다.

그의 차로 그는 걸어가고 있다. 한 쪽손은 나를 잡고 가고 있다.

"내가 아는 밥집이 있어...아침마다 대놓고 먹는 집인데...집밥처럼 아주 맛있다.

거기서 먹자... 먹기 싫어도 날 봐서 같이 먹는거야..알았지? "

그는 내 맘을 꾀뚫고 있는것 같다.

나의 대답은 전혀 기다리고 있지 않는눈치다.

그는 운전을 하면서도 나에게 더이상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

전에 나에게 준 씨디를 틀어준다.

난 아직도 그 씨디를 듣지 못했는데....가방안에 그대로 있는데....

10분도 채 가지 않아서 그는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나역시 그에게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가 내리라고 하면 내리고...

"여기야... 맛있어..들어가자....배고프다...그치?" 그는 태연하게 웃으면서 손을 잡고

밥집으로 들어갔다.

가정집같은 분위기의 식당이다.

아주머니가 반갑게 맞이한다

"어디갔다가 아직도 밥을 못먹고 이제오누...기다려봐라...내 차려오지..."

아누머니는 주문을 따로 받지도 않고 그냥..주방으로 들어간다.

내가 누군지도 궁금할텐데 묻지도 않는다.

그냥..날 한번 춡어볼뿐...

"아줌마...인상좋지? 내가 술먹은 다음날이면 어찌 아시는지..해장국도 주시고....정말..

마누라보다 훨씬 낫다...하하하"

"아..." 같이 웃어줬다.소리없이...

난  식당안에서 씨끄럽게 떠들고 있는 티비만 멍하니 쳐다보고 있다.

그는 내 얼굴만 보고 있고...

뭐라고 묻고 싶어하는 얼굴인데...아무말도 하지 않는것 같았다.

우린 밥이 나올때 까지 서로 얼굴만 쳐도 볼뿐 대화는 하지 않았다.

우리의 저녁은 정말  오랜만에 진수 성찬 이었다.

따뜻한 밥과 밥위에 얹혀있는 계란 후라이,홍합넣고 끓인 미역국,콩나물무침,

조기구이두마리,김치, 호박나물...

아이들이 아른거린다. 훈이가 좋아하는 호박나물...

지금 저녁은 제대로 먹고 있는지...너무나 걱정이 된다.

밥을 제대로 넘길수가 없었다. 아이들이 너무나 보고 싶었다.

맛있게 먹고 있는 그 앞에서 난 울수가 없었다.

입술을 깨물며 눈물을 참았다.

억지로 서 넛 숟가락을 떴다. 더 이상은 먹을수가 없었다.

물도 잘 넘어가질 않는다. 힘이 들었다.

그에게는 많이 먹으라고..난 기차에서 저녁을 먹었다고 거짓을 말할수밖에 없었다.

 

음식점을 나왔다.

저녁바람이 시원했다.

그가..가는 방향으로 나는 아무 말없이 따라갔다.

그의 원룸.....

현관문을 열면...

정면에 커다란 전면 창이 있고 그 아래 커다란 책상이 있었다. 오른편에 작은 행거...

그리고 잘 정리된 작은 침대... 침대 머리맡에 작은 티비와 가족사진이 있다.

그와 그의 와이프 그리고 딸... 아주 환하게 웃고 있다.무척 즐거운 표정...

 

바로옆으로 화장실 문이 있고,왼쪽에 작은 주방...

정말...이 룸안에 있는 물건들은 다 작았다.

어른 한사람이 서있을만한 공간이..다 였다.

"여기 너무 좁아서...어쩌지? 나...다른곳에갈께..." 너무 미안했다.

이럴려고 여기까지 온게 아닌데...그에게 정말..신세만 지는것 같다.

"아니야..가지마..같이 있자...응?" 갑자기..그가 내손을 세게 잡는다.

나도 반항하기 싫었다.

그에게 안겼다. 그가 날 안고 가지말라고 속삭였다.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리고 그럴만한 기운도 없었다.

아무 생각도 걱정도 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원하던 것이든 아니든 간에...

지금은 누군가가 날 좋아하고 사랑해주기를 원했다.

남편이 날 배신한 상처를 아물게해줄 사랑이 필요했다.

그가 나에게 사랑을 준다.

설령 지금주는 사랑이 한때의 바람으로 지나간다 할지언정...

지금 난 그 사랑으로 나의 아픔을  잊고 싶었다.

 

나에겐 아직도 한손에 핸드폰이 쥐여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