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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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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기 전에..


BY 민아 2003-07-18

[보고싶다..너]

너무나 가슴을 울렸다.

처음 한 대화에...

[한번 보러 가도 되나? ] 적극적으로 물었다.

[여긴 부산인데 어떻게 올려고? 너무 멀잖아... ]

물론 만나고는 싶지만 정말 이남자가 날 보러 이 먼곳 까지 올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설사 안 온다 하더라두 너무 머니까 못오는걸꺼야..하는 핑계거리를 찾고 싶었다.

[아니..갈수 있어.. 널 만나러 갈수 있다고... 주말에 못올라간다고 하면 되...]

[정말 보고 싶어... ]

[만나고 실망하고 후회하면 어쩌려고... ] 그래 ..이젠 그게 더 걱정이다.

너무나 보고 싶어서 만났는데 서로 나이든 모습에 실망하까봐...

[아니... 너가 설사 뚱뚱한 아줌마가 되었더라도 난 상관없어. 정말..]

[니가 14년전 왜..날 버리고 도망갔는지... 묻고 싶단말이야...]

이 남자가 이렇게 당당하게 14년전의 일들을 묻다니...

[난 널 한번도 잊은적이 없어. 가슴속에 널 묻어두고 있었다고... ]

이남자의 간절함이 계속 되었다.

정말일까... 다른 남자들 처럼 입발림일까...

그래도 난 듣기 좋았고... 설사 정말 거짓이라도 난 믿고 싶었다.

지금 이런 상황에서는 이남자의 말을 믿고 싶었다.

한번 얼굴을 보는 건데..내가 그리 큰 잘못은 아니잖아..생각도 들었다.

나쁜짓 하는 것도 아닌데..하고 말이다...

'분명...배나오고 얼굴도 쭈글쭈글 나이든 아저씨 일거야...'

'실망 무진장 할꺼야... '

'너도 나보고 실망할꺼고... 서로 후회하면서 돌아가겠지...'

내심...안심도 되었다.. 지금은 보고싶으니... 만나자...

갑자기 나도 당당해졌다.

[올수 있으면 와...나도 시간낼수 있어... 나도 보고싶으니까...]

이 남자의 대답이 넘 빨랐다.

[이번주 일요일에 내려갈께... 새벽에 차타고 가면 10시반쯤 도착할꺼야... ]

우린 진행이 착착 잘 되었다.

[해운대 **호텔 커피숍으로 와...11시... ]

이렇게 난 다른 남자와 약속을 하고 있는 사이에도 나의 남편은 쇼파에 기대어 영화를 보고 있다.

물론 내가 무얼하는지 무척 궁금할텐데...말한마디 없다.

모른척 하는것 같다...

" 나..이번주 일요일에 오전부터 저녁까지 나갔다 올께..자긴 아이들좀 봐줘.."

거의 반 강압적으로 말했다.

"알았어..자기 시간도 가져,,, 내가 아이들 봐줄께..."

순순히 대답했다. 어딜 가는지,누굴 만나는지 묻지 않았다.

"궁금하지 않아? 내가 어딜 가는지? " 난 정말 화가 났다.

"아니...괘안아... 자기가 잘 알아서 하겠지... " 무덤덤한 대답...

 

그후로 나는 하루하루가 바빴다.

입고 나갈 옷도 없었다. 아이들과 다닌다는 이유로 거의 매일 난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

치마를 입고 나가고 싶은데...

백화점에 갔다.

원피스를 샀다. 그리고 악세사리까지...

카드로 그었다.. 내 남편도 그 년을 위해서 반지를  샀고 ,또 얼마나 선물을 해댔을까 생각하니..이정도는 미안한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물론 카드를 그을때마다 손은 좀 떨렸지만...

 

일요일 아침...

늦잠자고 있는 남편 앞에서 새 옷을 꺼내 입었다.

일부러 더 부산을 떨었다.

귀걸이에 목걸이 까지... 이렇게 난리를 치고 치장을 해대면 적어도 어딜 가는데 그 난리야? 하고 물을 줄 알았다.

그러나..이 남편...

아무 반응이 없다.

"이 옷 나한테 잘 어울려? " 하고 물어도..

" 그런대로 괘안네..." 그리고 아무 말 안한다.

"귀걸이도 했는데..이옷이랑 어울려?"

" 이쁘네... "

"나 지금 갈께....아이들 잘 챙겨줘 .." 정말 너무 서운했다.

적어도 어디 가는데? 하도 물을줄 알았는데..정말..

관심이 없었다..없어도 너무 없었다.

현관문을 열고 나오는데 눈물이 나왔다.

다른 남자를 만나러 가는데도 정말 남편에게 미안한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었다.

 

정말..밉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