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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


BY 민아 2003-07-18

밥은 목에 넘어가지 않았다. 한끼도 먹지 않아도 배가 고프지 않았고,갈증도 나지  않았다.

내가 어떻게 서있는지도 알수 없었고...

그런데도 생활은 계속 되었다.

남편은 출근을 하고. 아이들은 학교에다, 유치원에다 다 갈수 있었다.

비록 아침을 따뜻하게 차려줄수는 없었지만 ,아이들이 더 좋아하는 콘프레이크를 주면서

끼니를 채워주었다.

남편은 미안해 하는 무뚝뚝한 얼굴로 물 한잔만 마시고 출근을 했다.

뭐라고 한마디 하고 싶었지만 ..아무말도 하질 못했다.

지금 이 문을 나서면 또 그 여자와 통화를 할것만 같고..내얘기를 하겠지...

우리 마누라가 다 알고 말았어..우리 조심해야겠어..이런식으로 말이다.

이런생각 저런생각들이 날 미치게 만들었고,아무일도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출근해 있는 남편을 기다렸다가 메신저로 그여자의 전화번호를 알아냈다.

반 협박으로 가능한 일이었다.

[지금 갈켜주지 않으면 당신 회사 게시판에 다 까발릴꺼야]

[자기야..도대체 왜 그래... 아무사이 아니라니까..정말이야.내가 끝낼께]

[당장..말해..당장!]

[..................]

[013-231-2343  지금 전화해봐]

나랑 메신저를 하면서도 그년이랑 통화를 하고 있었던거다...

바로 전화를 했다. 손이 너무 떨렸고,가슴이 요동을 쳤다.

그쪽 핸폰에서 가증스러운 아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기야~ 전화받아~~"

"자기야~~전화받아~~"

정말 싫었다. 이 남편도 이 소리를 들으면서 그 년의 목소릴 기다렸겠지?

머리가 띵 했다.

"여보세요..." 침착한 목소리다.

사투리도 없다. 부산 사람이 아닌게다.

"왜 우리 남편을 만났지요?" 다짜고짜 물었다.

"그냥요~"

"울 남편 사랑하나요?"

"아니요!절대로 사랑하는건 아닙니다."

"그럼 반지는 뭐지요?"

"그건 정말 미안하게 생각해요.하지만 사랑하는건 아닙니다."

"그게 말이 됩니까?"

"댁 남편은 믿으셔도 되겠는데요? 걱정할사람이 아니더라구요.."

내가 왜 다른 여자한테 우리 남편의 사람됨됨이를 들어야 하나..기가 막혔다.

"앞으로 어떻게 할생각입니까?"

"안만납니다. "

안만난다니..할말이 없었다. 그냥 끊어버렸다.

내심 안심도 되고...참..나도 단순한 여자구나..하는 생각도 들고...

분명 지금 이시간에도 그여자랑 통화를 하고 있겠지..

부인이 어떻고 저쩌고...

둘이 서로 미안하다며 위로하고....

생각하면 할수록 가슴이 아파왔다.

무슨 돌파구를 찾고 싶었다.

내가 집에서 이런다고 무슨 방법이 있는것도 아니고...

 

분명 회사에서 다시 메일을 주고 받을거고,핸폰으로 통화할거고...

틈틈히 또 만나겠지...

 

이상한건...

남편이 이렇게 날 힘들게 하고 날 더 외롭게 할수록 그리운 얼굴이 떠오른다는거다.

남편에게 막 화를 내고 소릴 질러댈수록 떠 오르는 얼굴이 있다는거다.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옛날 그 첫 남자의 메일 주소를 찾아냈다.

남편이 나의 가슴을 짖이기고 또 남편의 그 여자가 방금전에 나에게 담담한 목소리로

남편을 믿으라고 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말이다.

떨리는 손으로 메일을 썼다.

헤어진지 14년만의 연락인거다.

혹시 이 주소가 틀리지 않을까 약간 걱정도 하면서 말이다.

어떻게 지내는지, 어디에 사는지... 그냥 궁금해서 한번 메일을 보내봤다면서...

답장이 올까....

괜히 보낸것 같다는 후회도 들었지만..벌써 발송 버튼을 누른 후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