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하게 맑은 6월 중순....
벌써 열흘전 부터 이 날을 위해 마음의 준비를 해왔다.
아이둘을 키우느라 변변한 원피스 하나 없고,집안일에 거추장 스러워 목걸이는 물론
반지 하나 끼워본적이 없는 나...
정말 평범하디 평범한 나에게 어느날 그 남자에게 연락이 왔다.
아니..정확하게 말하자면 내가 먼저 메일을 보냈다.어떻게 지내는지 결혼은 했는지...
궁금하다고...
이렇게 11년이나 지난 나의 첫 남자에게 메일을 갑자기 보내게 된건 바로 지금의 남편 덕분이다. ..
착하디 착한 내 남편...
항상 집안일에 먼저 신경 써주고. 아이들과 나를 위해 시간도 잘 내주고...
자상한 이 남편...
남편의 직장때문에 홀홀 단신 우리 단 둘만 부산으로 내려와 산지도 벌써 8년째...
애둘 키우면서 정말 힘든 나날들을 우리 둘이서 의지하며 지내왔었다.
그러던 한달 전...
어버이 날..오후...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남편은 컴앞에 앉아서 열심히 무언가를 하고 있었고..
난 빨래를 널고 있었다. 무심결에 남편의 모니터를 본 순간...
어느 여자와 대화중...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남편도 아무것도 아니야. 오해하지마...
방에 들어가서 난 울고 말았다. 내가 너무 한심해서.
아이들도 엄마가 우니 같이 울고...
" 훈아... 너도 동생하고 싸우면 엄마한테 혼나지? 아빠도 지금 엄마한테 잘못해서 혼나는 중이야..그러니까 울지마라..." 너무나도 자상하게 아이들을 달래는 이 남편.
난 지금 너무나 손이 떨려서 아무것도 못하는데...이 남편은 너무나 너무나 침착했다.
침실로 들어와서 방문을 닫고..
"...언제 만났어? " 내가 먼저 물었다.
"몇달 안됐어...그리고 네가 생각하는 그런 사이 아니야..정말이야..날 믿어줘..."
남편이 한숨을 쉬면서 말한다...
"인터넷 채팅으로 알았어... " 한마디 덧 붙여서...
"몇살이야" ...그년.." 난 정말 진정할수 가 없었다.
"32...유부녀 야..."
'뭐..유부녀!........이런 미친놈....' 일어섰다... 뺨을 갈기고 싶었따.
근데...때릴수가 없었따.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다.
다리에 힘이 풀려서 일어 설수가 없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잠시 침묵이 흘렀다.
난 다시 정신을 차리고...서재로 갔다.
아빠의 가방을 뒤져보았다. 한참을 뒤져보니.. 한쪽 구석에 하얀 작은 종이로 싸인 반지를
찾아냈다. 아무 생각이 없었다.
오랜시간 끼워서 여기저기 흠집이 나 있엇다.
얼마나 오래동안 끼웠을까...
핸드폰도 뒤져보았따. 어느새 다 지웠는지..아무 기록도 없었다.
무서운 남자...
아이들이 잘때까지 기다렸다.
물한모금 목에 넘길수 없을정도로 난 고통 스러웠다.
이성을 찾을수도,나에게 생각을 할 힘도 없었다.
아무것도 날 통제할수 없었다.
"반지...뭐야?" 차분히 물었다.
"그거 아무것도 아니야..오해 하지마...그냥 한거야... " 내 눈을 쳐다보지 못하고 말한다.
"그래..그거 그냥 버려..정말...아무의미 없어..." 이젠 자포자기 한것 처럼 말한다.
"의미가 없다고? 넌 반지 하고싶으면 아무렇게나 하니? "
"너 나한테 반지한번 해준적 있니? " 가기 막혔다..
"정말..네가 생각하는 거런거 아니야...정말이야..제발..진정해..."남편의 애원 섞인 말투다...
참을 수가 없다.
"당장 전화해!" 거의 난 억지를 부렸다.
그때 시간이 새벽 12시 40분 이었다.
"지금 당장 전화해..안그러면...난 너랑 안살아!"
"제발 이러지 마라...지금 이 새벽에 어떻게 전화를 하니..제발..."
이 남편...이순간에도 그여자를 생각한다..
그여자가 혹시 난처해질까봐...
그날..난 밤새 잠을 잘수가 없었다.
소주를 머그잔으로 두잔을 들이켰는데도 난 취하지도 않았다.
잠도 오질 않았다...
정말...너무 너무 분했다.